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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월드컵아 월드컵아③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 성대 손상 불 보듯… 통증·쉰 목소리 지속 땐 병원 찾아야

  • < 송병호/ 이비인후과 전문의 >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2002 한·일 월드컵 기간중 한국전이 있을 때마다 거리응원에 나섰던 김익용씨(33·자동차 세일즈맨)는 더 이상 열광적인 응원을 하지 못한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 정말 목에 이상이 생긴 때문이다.

김씨의 목에 결정적인 상처를 준 것은 지난 6월10일 대(對) 미국전. 상사의 눈치를 보며 일찌감치 서울시청 앞에 자리잡고 응원준비 태세에 들어간 김씨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에 둘러싸여 외치고 또 외쳤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한국팀이 슛을 할 때마다 소주 한 잔씩.

결국 경기가 끝나고 무승부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김씨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목젖이 찢어져라 내질렀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집에 갈 수 없어 술집에 들른 김씨는 붉은 색 옷을 입은 손님들과 기분 좋게 과음을 했다. 각자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오늘 누가 잘했다는 둥,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응원단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목이 쉰 상태였다.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무승부에 대한 통한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날, 김씨는 목안에 아련한 통증을 느꼈다. 목에 덩어리 같은 것이 끼여 있는 듯한 칼칼한 느낌이 들어 계속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보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목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몸살감기 증상도 있었지만 김씨는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응원을 열심히 한 덕분이었고, 주변에선 이를 영광의 상처(?)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기 때문.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목의 통증과 쉰 목소리는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성대에 결절이 생겼고, 그 주변에는 염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3~4일간의 금언(禁言) 처방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목소리를 잃을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였다.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정상적인 비내점막과 비후되어 있는 비내점막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신의 성대를 학대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김씨처럼 심한 소음 속에서 고음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은 성대결절과 성대폴립을 가져올 위험이 높기 때문. 자칫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목소리를 내는 성대는 평생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몸의 한 부분이면서도 사람들이 건강을 이야기할 때 그리 주목하지 않는 기관이다. 하지만 성대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그 결과는 심각하다. 평생 말을 못하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 너무 흔해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성대의 경우도 이상 증세가 생겨야만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통감한다.

그렇다면 큰 소리를 지르면 성대가 상하는 이유는 뭘까. 목안에는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성대주름이라고 하는 근육들이 있다. 그 안쪽 중앙의 좌우 벽으로부터 튀어나온 두 장의 주름이 바로 성대. 호흡할 때 폐에서 나온 공기가 통하는 곳으로, 호흡할 때는 성대의 틈(성문)이 열리고 목소리를 낼 때는 닫힌다. 결국 목 근육을 긴장시키며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성대가 강하게 닫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 성문이 반복적으로 세게 닫히면 성대는 극도의 자극을 받아 멍이 들거나 결절, 염증 등이 생긴다. 마치 매일 꽝꽝 문을 닫다 보면 어느 날 문짝이 찌그러지거나 부서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성대결절과 폴립은 성대 주름에 생긴 혹으로 보통 성대 손상이나 성대 사용이 과도한 경우 생긴다.

목청껏 “대~한민국” 성대는 괴로워!
따라서 이런 성대 손상을 막는 길은 오직 하나, 성대를 혹사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뿐이다. 적당한 호흡조절 없이 응원을 하거나, 목이 쉰 상태, 감기나 알레르기성 질환, 감염 질환이 있을 때는 소리질러 응원하는 것을 피한다. 목소리를 좀더 잘 내겠다고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거나 오랫동안 한 자세로 소리를 지르는 행위도 목 근육을 경직시키고 성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우유나 유제품을 먹은 후 응원하는 것도 위식도 역류를 유발해 성대에 자극을 준다. 술을 마시면서 응원하거나 흡연중에 소리를 질러대는 행위도 금물인 것은 마찬가지.

응원도 잘하고 목소리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성대가 건조하면 자극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분은 목 점막을 촉촉하게 해줘 성대에 무리가 가는 것을 예방해 준다. 단, 술·카페인 등은 성대를 건조하게 하는 요인. 특히 담배연기는 성대 점막을 직접적으로 상하게 하므로 피한다. 절정의 순간을 위해 큰 소리를 질러야 할 때는 미리 심호흡을 해서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월드컵 응원이 끝나도 목소리는 평생 사용해야 할 소중한 것임을 명심하자. 한 경기의 응원이 끝나면 최대한 2~3일은 목소리를 쉬게 해줘야 한다. 따라서 응원 다음날 되도록 술과 담배, 큰 목소리로 말이나 노래 등을 할 기회가 많은 술자리 모임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 만약 쉰 목소리, 특히 밤에 심한 성대 피로, 거칠고 센 목소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목과 인두가 쓰라리거나 목안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느낌 등처럼 성대 손상의 대표적인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될 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질환들처럼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하는 것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주간동아 340호 (p74~75)

< 송병호/ 이비인후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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