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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영국·브라질 이어 파리展에도 관객 쇄도 …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 엿보여

  • < 민유기/ 파리 통신원 > YKMIN@aol.com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초현실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몇 달 전 영국 런던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초현실주의 전시회가 열린 데 이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6월24일까지 3개월여간 열린 초현실주의전에도 연일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뉴욕과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도 초현실주의전이 곧 열릴 예정이다.

초현실주의는 여태까지 르네상스, 낭만주의, 인상주의 예술 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예술사조로만 인식되었던 초현실주의가 최근 들어 갑자기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퐁피두 전시를 기획한 뒤셀도르프대학의 미술사 교수이자 전 퐁피두 현대미술관 소장인 워너 스파이스는 세 가지 가설을 내세운다.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첫째, 1960년대까지 관객들이 인상주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면 이제 그 다음 사조인 초현실주의에 눈을 돌릴 시기가 됐다는 것. 둘째, 이 사조는 20세기를 관통하면서 마티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시도한 부조리한 현실에의 초월, 보이지 않는 세계, 꿈의 세계와의 유희 등은 오늘날 특별히 느껴지는 불안과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는 것.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냉전 이후 미국이라는 단일 패권주의 세계체제와 신자유주의가 내포한 불확실성, 그리고 출구가 없을 것 같은 현실에 대한 막연한 극복 의지가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초현실주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는 얘기다.

초현실주의는 1924년 이 운동의 교황으로 불리는 앙드레 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두 가지 모순된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낭만주의와 상징주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아 시인 로트레아몽과 랭보를 자신들의 선조로 여기면서 그들의 가치, 서정성, 예술이 갖는 초월의 힘,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힘을 신뢰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부르주아 사회, 금융자본주의, 경제적 번영, 보수적 교회와 정치가들, 정형화된 예술 등에 반대하며 등장한 다다이즘을 계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도발이나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다다이즘과는 달리 니힐리즘을 배격하였으며, 문학과 사회의 변혁에 대한 좀더 체계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기존의 선입견과 도덕성에 반기를 들고 삶을 다시 창조하고자 했으며,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욕망, 꿈과 무의식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방법을 모색했다. 브르통이 얘기한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 소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높은 것과 낮은 것이 모순되지 않는 지점은 이 유파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통된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특히 1929년 벨기에 잡지인 ‘다양성’이 ‘초현실주의시대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펴낸 지도를 보면 이들의 인식세계를 극명하게 엿볼 수 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초현실주의 태동에 기여한 순서로 다시 만든 이 지도에서 미국은 사라지고, 오세아니아의 조그만 섬들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원시예술에 심취했다는 이유로 크게 확대되어 나타나 있다.

‘초현실주의 혁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파리 퐁피두센터의 전시회는 초현실주의자들이 특히 왕성하게 활동했던 1920년대 초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 중 200점의 그림, 200점의 데생을 비롯한 그래픽 예술, 100여점의 조각, 70여점의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특별히 이 전시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마송, 호안 미로, 드 키리코, 르네 마그리트와 조각가 자코메티, 사진가 만 레이 등 이 흐름을 주도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에 관한 특별한 테마 연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관객들은 전시실을 돌며 꿈, 밤, 산책, 도시, 자연사, 에로티즘, 신성모독의 주제들로 정리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루이 아라공, 폴 엘뤼아르, 로베르 데스노스, 벤자멩 페레 등 프랑스의 주요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공동작업을 했던 미술가들의 특색을 볼 수 있도록 문학과 미술의 만남에 관한 전시실도 마련되어 있다.

1세기 만에 다시 부는 ‘초현실주의’ 바람
미술 전시와 더불어 초현실주의 영화 상영도 퐁피두센터가 준비한 대형 이벤트 중 하나다. 초현실주의자들의 활동을 알 수 있는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르네 클레르의 ‘잠이 든 파리’ ‘상상 여행’, 루이 뷔뉘엘의 ‘안달루시아의 개’ ‘황금시대’ 등 100여편의 초현실주의 관련 영화들이 전시기간 내내 되풀이 상영된다. 이어 초현실주의자들이 열광했으며 1911년 수베스트르, 알랭이 창조하고 루이 페이야드, 폴 페조스 등이 영화화한 ‘팡토마스’(프랑스어로 ‘유령’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말)를 상영한다. 악의 화신인 이 인물을 시작으로 이후 영화들에 악한 주인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후대 영화감독들의 작품 중 람베르 힐러의 ‘배트맨’을 비롯해 프리츠 랑, 조르주 프란주, 올리비에 아사야의 작품들도 함께 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체코 초현실주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간도 마련된다.

일부 평론가들은 1960년 앙드레 브르통의 죽음으로 초현실주의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파리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초현실주의 전시회는 이런 생각이 편협한 것임을 보여준다. 초현실주의는 한 시기를 풍미하다 사라진 고정된 유파가 아니라 그 흐름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자유로운 운동이라고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재해석해 주는 것이 바로 이번 전시회의 기획 의도다.

시 미술 사진 영화 등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 초현실주의의 정신은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미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퍼포먼스, 바디 아티스트, 안무가, 사진가,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현대 예술가들은 알게 모르게 이 예술사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예술을 내세웠던 초현실주의는 민주주의의 정신과도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주간동아 340호 (p66~67)

< 민유기/ 파리 통신원 > YKMI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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