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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 쉬운 ‘한글족보’ 어때요”

칠원윤씨 대종회 5년 노력 끝 완성… 여성차별 없애고 인터넷 홈페이지 작업도

  •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찾아보기 쉬운 ‘한글족보’ 어때요”

“찾아보기 쉬운 ‘한글족보’ 어때요”
족보(族譜·대동보)라면 어느 가정이나 한 권씩은 갖추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집안의 뿌리, 즉 가문의 계통과 혈통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이다. 더욱이 산업화가 낳은 인구의 도시집중, 핵가족화 등의 과정에서 자신의 뿌리를 잃어가는 신세대들에게도 족보는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입말, 글말이 모두 한글인 요즘에는 한문투성이인 족보를 끄집어내어 읽는 것이 고역이다. 이런 어려움을 아는 사람들이 한글족보를 내놓아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칠원윤씨 대종회(종회장 윤진원)는 1년간의 준비작업과 4년간의 제작기간 등 5년여의 세월을 거쳐 최근 완성도 높은 한글족보(모두 11권)를 내놓았다.

그동안 한문족보의 불편을 없애려는 적극적 노력이 드물었던 것은 전통적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그러했으니까 앞으로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칠원윤씨 대종회는 이 방식을 거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방식을 택했다. 종친회에서 치열한 찬반 의견대립도 있었지만 먼 곳을 내다보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 것.

한문족보는 간지(干支)로 되어 있는 연대, 옛 지명으로 표시된 묘의 위치, 옛날식 방위 표기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글족보에서는 이를 모두 현대식으로 바꿨고, 가계보에 흔히 등장하는 신도비 묘비문 문집 등의 내용도 한글로 번역했다.



족보에서나마 남녀평등을 이룬 것도 특기할 만하다. 기존 족보에서는 딸의 이름은 없고 사위 이름만 적는 경우, 혹은 부인의 이름은 없고 성만 올리는 등 불평등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한글족보에서는 아들 딸 며느리의 차별을 없애고 고모할머니 외할머니까지 본관성명을 알 수 있게 했다.

한문을 웬만큼 아는 이들도 한문족보를 보면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족보에 기재된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면 먼저 파계(派系)를 알아야 하고, 그 파계의 어느 문중, 몇째 집, 세수(世數)까지 알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 세(世)는 시조를 1세로 하여 차례로 따져 정할 때 쓰고, 대(代)는 자기와 아버지 사이를 1대로 치기 때문에 세에서 하나를 빼고 셈한다는 것을 아는 한글세대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 한글족보에서는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찾아보기난을 만들었다. 족보에 오른 모든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한글과 한문을 함께 썼다. 찾아보기에서 동명이인을 구별하기 위해 세수와 아버지 이름, 페이지 번호까지 새겼으므로 한글만 안다면 누구나 자신의 위치와 뿌리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 대동보 편찬위원장을 맡았던 윤응원씨(69)는 “지난 6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 족보를 개정했는데 마침 그때마다 작업했던 분들이 돌아가셨을 정도로 족보 발간은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면서도 “요즘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보람을 느끼는 한글족보가 족보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1년 11월 현재 칠원윤씨는 전국에 5만1800명, 이중 4만3200명의 종인이 이번 작업에 참가했다. 윤씨는 “연락이 닿지 않은 종친과 외국이나 이북에 살고 있는 이들은 동참하지 못했다”면서 “남북통일이 되고 다음 대동보를 발간할 때 한글족보가 기본 자료로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종회에서는 요즘 세대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족보의 내용을 올리고 CD롬에 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뿌리’를 소상하게 알 수 있는, 정말 획기적인 일이 발생하는 것.

윤응원씨는 “한글족보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문의:02-928-6707).



주간동아 340호 (p58~58)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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