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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부, 협력업체에 발등 찍혔네

부국산업, TPI 주식 손해보고 되팔아 …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유상부, 협력업체에 발등 찍혔네

유상부, 협력업체에 발등 찍혔네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포스코그룹 내에서도 포스코 본사가 ‘갑’이라면 협력업체는 ‘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포스코의 경우 정치권 실세의 ‘청탁’이나 ‘압력’으로 협력업체가 된 곳도 일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장의 의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포스코가 협력업체에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협력업체로서는 그날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협력업체가 하늘과도 같은 존재인 회장을 ‘잡은’ 희한한 일이 포스코에서 일어났다. 서울지검이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사법처리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한 협력업체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상부 회장을 재조사한 끝에 유회장이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에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20만주(70억원어치)를 시가보다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하고 6월6일 새벽 돌려보냈다.

포스코 자회사 및 협력업체들이 TPI 주식을 매입한 것은 작년 4월. 포스코 자회사인 포항강판과 포철기연이 각각 7만8000주와 3만주를 매입한 것을 비롯해 협력회사로는 조선내화가 가장 많은 4만2000주를 매입했고, 부국산업 2만주, 삼진기업과 광양기업은 똑같이 1만5000주를 매입했다. 매입 단가는 모두 주당 3만5000원이었다.

포스코측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TPI 주식을 사달라는 최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히고 있다. TPI 주식이 투자가치가 충분하긴 하지만 사행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회사와 협력회사에 추천했고, 이들 회사가 ‘자발적으로’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측은 또 주식 매입가격 3만5000원도 높은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포스코측은 그 근거로 작년 4월은 TPI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은 체육복표 사업권을 딴 직후였다는 점과 TPI가 이후 주당 4만원에 유상증자를 했다는 점을 든다. 또 삼일회계법인의 기업차기 분석에서 주당 34만4000원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도 제시한다.



포스코의 이런 주장은 부국산업이 작년 11월 주당 1만1000원씩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주당 2만4000원씩이나 손해보면서 매각한 것은 매입 과정에서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하게 했고, 검찰은 TPI 주식을 매입했던 회사 관계자들을 추궁한 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입하게 됐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일부 관계자들은 유회장을 직접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자회사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서 “유회장이 좋은 투자정보를 알려줘 TPI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 검찰은 이로써 포스코나 유회장의 해명과 달리 유회장이 TPI 주식 매입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한때 유회장 구속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4일 유회장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유회장이 TPI 대표 송재빈씨나 최규선씨 등에게서 금품을 받는 등 개인 비리는 포착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86년 선일산업으로 설립돼 87년 현재 이름으로 바꾼 부국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제선·제강 과정에서 발생한 슬래그 중 지금, 정광분 및 유용광물의 선별 회수 용역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자본금은 36억원. 작년 경영실적은 매출액 228억원, 당기순익 7억6500만원이었다. 당기순익이 전년(10억1200만원)에 비해 감소한 것은 TPI 주식 처분 손실 4억8000만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국산업 관계자는 “작년 결산을 앞두고 투자 유가증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TPI 주식의 장외거래 가격이 매입가보다 하락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손절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규선 게이트’ 이후 TPI 주식이 폭락, 결과적으로 잘됐지만 당시로선 가슴 쓰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결정이 유상부 회장의 발목을 잡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주간동아 340호 (p54~54)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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