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0

2002.06.27

대권후보 꿈이 현실로?

이인제·박근혜·정몽준 의원 등 제3세력 들먹… ‘정치판 흔들기’는 외부 추동력이 관건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4 15: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권후보 꿈이 현실로?
    ”이집단 광기가 걷히면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민주당 경선을 포기한 이인제 의원은 자곡동 자신의 자택을 찾은 측근 의원들을 앞에 놓고 분노의 일성을 터뜨렸다. 이의원은 울분을 터뜨리는 측근들에게 “조금 있으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고 그때 다시 바빠질 것이다”고 위로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안 돼 그의 예언 중 일부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에는 노무현 후보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후보교체론이 불거지고 있다. 노후보와 쇄신연대는 “8·8 재보선 후 후보를 재선출하자”며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당내 분란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노후보가 후보교체론에 밀려 위기에 빠지면서 반사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인물은 정몽준 박근혜 이인제 의원 등 제3세력들이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정치지형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권후보 꿈이 현실로?
    특히 정의원은 월드컵 특수를 타고 일취월장, 이회창-노무현 양강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지난 6월15일 전국 성인남녀 1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노무현 후보 등 3자대결 구도시 정의원(무소속 출마)은 15.3%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의원은 팬클럽을 정비하는 등 대선후보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박의원의 움직임도 부산해 보인다. 표면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박의원 캠프는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 향후 정국 전망 등에 대해 참모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의원측은 그동안 정의원측 참모진과 오랫동안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접촉해 왔다. 정의원측 한 인사는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입장 확인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대권후보 꿈이 현실로?
    문제는 신뢰 부분이다. 양보와 타협의 미학을 보일 수 있느냐는 것. 이 대목에서 이의원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의원은 제3세력을 하나로 묶는 ‘바늘과 실’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이의원의 역할과 기능은 달라진다.

    이의원은 현재 정치지형을 바꾸자는 입장이 강하다. 노무현 후보로부터 마음이 떠난 지 오래다. 그런 만큼 ‘준비’가 없을 리 없다. 이의원은 당초 당이 ‘노무현화’되는 것을 대비, 몇 가지 시나리오를 짰다. 그중 하나가 김종필 자민련 총재,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을 포괄하는 4자연대를 통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전 이의원은 박의원을 만나 대통령은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내각은 총리가 총괄하는 권력 형태를 제의한 바 있다.

    제3후보들은 독자적인 입지 구축을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그 경우 ‘서산’을 기웃거리고 있는 JP가 역할을 자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분의 전개 양상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