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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살아 살아 내 살들아③

위대한 임산부, 母情과 비만 사이

비만 여성 유방암과 자궁암 발생률 증가 …몸조리 때 요주의

  • < 박혜영/ 가천의대 내분비과 교수 >

위대한 임산부, 母情과 비만 사이

위대한 임산부, 母情과 비만 사이
자녀(1남2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여생을 편히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서울 강동구 윤희영씨(57).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녀는 최근 큰딸의 이혼 선언을 듣고 실신했다. 지병인 고혈압이 원인. 게다가 큰딸의 이혼 배경은 임신 후 나타난 고도비만 때문이었다.

큰딸이 첫아이를 출산한 후 체중이 급격히 늘자 맏사위는 부부관계를 거부했고,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뚱뚱한 여자는 싫다’며 아예 외박하기 시작한 것.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막내딸마저 출산 후 체중이 불기 시작한 것. 어느 순간부터 막내사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담하게 느껴진 윤씨, 이 모든 게 ‘푸짐한’ 자신의 체질을 딸들이 이어받은 탓이라는 자책감에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흔히 살이 찌는 원인은 섭취한 열량과 소비 열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성은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더 추가된다. 바로 여성호르몬이 끼치는 영향.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 수유라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수행하기 위해 지방을 체내에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 사춘기에서 성인기에 접어들 무렵이면 체지방량은 종전의 12%에서 25%로 껑충 뛴다. 이는 비만의 징후가 아니라 육체적으로 ‘어머니’의 자격을 갖추어가는 필수적 과정이다.

일단 임신하면 여성의 몸은 임신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된다. 식욕을 왕성하게 하는 이 호르몬은 임산부 비만의 원인. 임신중 급격히 늘어나는 인슐린 분비와 지방세포의 양도 임산부 비만의 촉매 구실을 한다. 문제는 이렇게 불어난 임산부의 식욕이 출산 뒤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여간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임산부가 출산 후 좀처럼 체중을 감량하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후조리 과정에서 고열량 음식을 모두 받아먹은 임산부는 나중에 큰 후회를 하게 된다. 물론 아이를 낳을 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보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운동량이 극히 적은 상태에서 고열량 음식을 계속 섭취하면 체지방의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 기초 대사량이 줄어들어 같은 열량의 음식을 섭취해도 잉여 에너지가 모두 지방으로 축적된다.



위대한 임산부, 母情과 비만 사이
임신 후 호르몬 대사의 변화가 비만을 부르는 것과 반대로 비만이 성호르몬 대사의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나치게 뚱뚱한 여성들에게 생리불순이 쉽게 나타나는 게 그런 경우. 생리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데, 지나치게 살이 찌면 뇌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해 ‘무월경’이나 ‘과소월경’ 같은 이상 증세가 발생하기 쉽다. 그 밖에 비만으로 인한 성호르몬 대사 이상은 난소피막이 지나치게 두껍거나 난소 발육 부전 등의 기질적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뚱뚱한 여성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일반 여성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비만한 여성은 마른 여성보다 임신중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배,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3배 정도 높다. 때문에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여성은 산후뿐 아니라 산전에도 체중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비만이 일으키는 여성질환 중 가장 무서운 복병은 역시 폐경 전후에 찾아오는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이다. 지방세포는 여성의 몸 안에서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으로 전이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살이 찌면서 늘어난 지방세포는 혈중 여성호르몬 수치를 올리고, 많아진 여성호르몬은 자궁내막과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는 유선(乳腺)을 시도 때도 없이 자극해 자궁암과 유방암을 유발한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체중이 10kg 늘 때마다 유방암 발생률이 88%나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만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여성이 체중을 감량하려면 잘못된 식습관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가급적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이 느껴지는 순간 즉시 수저를 놓아야 한다. 또 남편과 아이가 남긴 음식을 아깝다고 먹는 습관은 절대 버려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가능한 한 밤중을 피하고 아침이나 점심에 먹도록 한다. 밤에는 부교감 신경계의 작용으로 영양 흡수와 지방 저장이 왕성해지기 때문.

한편 살을 뺀다고 무조건 굶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식을 굶으면 몸은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지방 배출을 삼간다. 이런 상태로 갑자기 음식을 섭취하면 몸은 최대한 지방을 저장한다. 굶는 방법으로 다이어트하다 포기하면 이전보다 더 살찌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비만 정도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면 식이요법보다 운동을 택하는 것이 좋다.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에너지 소비량도 덩달아 많아지면서 지방을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또 체내 면역력이 증강되므로 체중감소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다. 이때 운동은 지방을 연소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강화 운동을 번갈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걷기나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천천히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낮은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알맞다. 단, 하루 30~60분씩 주 5회 이상 거르지 않고 해야 효과가 있다.



주간동아 2002.05.03 332호 (p82~83)

< 박혜영/ 가천의대 내분비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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