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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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최진실, 옌볜 처녀 역으로 드라마 복귀 … 사투리 익히며 연기 구슬땀 ‘제2 전성시대’ 예고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09-21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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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영원할 순 없는 법. 미모가 최대의 자산인 여자 연기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초조해진다. 입맛 까다롭고 변덕 심한 대중은 끊임없이 새로운 향기의 꽃을 찾지 않던가.

    스무 살에 데뷔해 벌써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서른 살을 넘겨서도 남자들이 말하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 1위의 자리를 지켰던 ‘요정 같은 여자’ 최진실(34). 이제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도 이런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까.

    “어쩜, 최진실은 늙지도 않네.” 겨우 30대 중반 ‘한창’ 나이에 이런 소릴 듣는다는 건 여자로서 기쁘기보단 억울한(?) 일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다 컴백무대로 선택한 MBC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의 촬영장에서 만난 최진실의 얼굴에서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눈 밑에 드리우는 다크서클이나 잔주름 같은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보는 이의 가슴을 상쾌하게 만드는 상큼한 미소와 명랑소녀 ‘캔디’ 같은 그녀만의 매력을 앗아가 버리진 못했다. 눈앞의 그녀는 여전히 10여년 전의 그 최진실이었다.

    “알아요. ‘최진실 언제 나오나’ 기다린 사람들이 있는 반면, ‘쟤는 결혼했으면 애나 키우지 왜 또 나오나’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거…. 우리 연예계에선 결혼 전에 잘 나가다가도 결혼과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런 시선에 대해 이젠 정말 연기로써,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어요.”

    ‘똑순이 이미지’ 배역과 닮은꼴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너무 일찍 스타가 돼버린 탓인지, CF에서의 깜찍 발랄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연기자’ 최진실의 정체성과 대중의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사실. 그런 각오 때문인지 새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바쁘게 현장을 오가며 연기에 골몰하는 듯했다. 그런 그녀의 두 뺨은 어린아이처럼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볼을 가리키며) 아, 이거요? 이 드라마에서 제 역할이 옌볜 처녀 ‘이옥화’인데, 중국에 가봤더니 그쪽 사람들이 유독 볼을 발그스레하게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볼터치에 신경 썼어요.”

    메이크업에서 의상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촬영에 임했지만, 역시 가장 걱정된 건 옌볜 사투리였다. “원래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도 잘 못한다”는 그녀는 촬영을 앞두고 친구인 개그맨 정선희에게 사투리 레슨을 받았고, 진짜 조선족을 찾아가 ‘특별지도’를 부탁했다.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 박종 PD가 “그럼 나랑 함께 만나 연습하자”고 했는데, 만나자마자 완벽한 옌볜말을 구사하는 바람에 “나한테 사기친 거지?”라고 농담을 했다고. 작가 정성주씨 역시 최진실이 사투리를 하면 어색할까봐 금세 서울말 익히는 걸로 바꿀까 했는데 “걱정 마시라요, 연습 부지런히 할 테니끼니”라는 최진실의 말에 안심을 했다.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박PD는 최진실에 대해 “연기자로서 진짜 여우”라고 말한다. “연출자가 아무리 잘하고, 작가가 잘 써줘도 연기자가 제대로 표현을 못해내면 드라마가 잘될 수 없는 법인데, 그런 면에선 최진실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라고. “재능을 타고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하는 연기자”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최진실이 연기할 ‘이옥화’는 옌볜에서 태어나 하얼빈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일하다 똑부러지는 성격과 빼어난 일솜씨 덕분에 한국에 정식으로 취업해 들어오는 조선족 처녀. 취재하러 상하이에 간 스포츠신문 기자 조기원(류시원 분)과 우연히 만난 뒤 한국에서 사랑을 키워가면서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말하자면 ‘조선족 캔디’인 셈인데, 그러고 보면 최진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똑순이’ 이미지에 철저히 기댄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이런 이미지는 그녀가 데뷔 초기부터 다른 여자 스타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이에 대해 “최진실에겐 대중과 따로 놀지 않고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화면 속의 그녀는 심각하거나 심오하지 않으며 허영기가 없다. 그녀는 언제나 시청자와 같은 편이고, 그래서 신뢰감이 간다”고 설명한다.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최진실은 실제 생활에서도 검소하고 알뜰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결혼 전에 만났을 때 그녀는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봤는데, 너무 비싸 디자인만 보아두었다가 다른 데서 주문하려고 한참을 들여다봤더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시장에 가면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니까 아주머니들이 ‘결혼하더니 더 짠순이가 됐다’ 그러세요. 저도 이제 진짜 아줌마가 됐나 봐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그런데 저도 남편한텐 못 당하겠더라고요. 혼자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때문인지, 얼마나 알뜰하고 살림에 대해 아는 게 많은지 저 만날 혼나요.”

    이제 겨우 연기활동에 컴백했지만, 그녀는 “드라마가 끝나면 곧바로 둘째 아이를 가질 생각”이라고 다소 의외의(?) 계획도 털어놓았다.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나이가 있으니 서둘러야죠. 힘들 거 없어요. 전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환희(아들) 엄마가 된 일 같거든요. 아이를 볼 때마다 초인적인 힘이 생겨나는 걸 느껴요.”

    안방극장에 다시 날아든 ‘아줌마 요정’
    그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낀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실수해도 나 혼자 욕먹고 끝났겠지만, 이젠 남편에 아이까지 ‘그룹’으로 묶였으니 더 열심히,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하면서도 명료했다.

    그렇다고 연기자로서의 꿈을 버릴 생각은 없다. 연예계에서 가장 존경한다는 김혜자 선생님처럼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하고, 매번 새로운 역할에 자신을 온통 던지는 ‘희열’을 느끼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남편, 환희랑 같이 있는 시간을 빼면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몰두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오랜만에 돌아온 촬영장 분위기가 이렇게 설렐 수가 없어요. 할리우드 여배우들처럼 나이 들면서 더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타고난 사랑스러움에 연륜을 더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누이처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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