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2002.05.03

권노갑씨 마포사무실 닫고 해외로…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9-17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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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노갑씨 마포사무실 닫고 해외로…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4월18일 마포사무실을 폐쇄했다. 지난해 말 김대중 대통령이 “사무실을 정리하라”고 했을 때도 버티던 바로 그 사무실이다.

    마포사무실은 권노갑씨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던 마지막 보루. 그런 만큼 곡절이 있어 보인다. 권씨는 왜 사무실을 폐쇄했을까. 마포사무실 폐쇄는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다. 정치권은 이를 권씨의 ‘정계 은퇴’로 해석한다. 권씨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아직 정계은퇴를 논할 때가 아니다”며 이를 부인했지만, 급격한 정치권 지형 변화에 대한 권씨의 적응력은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사무실을 폐쇄하기 전날인 3월17일 권씨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던 이인제 고문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사퇴했다. 권씨로서는 권력투쟁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셈이었다. 마포사무실을 폐쇄하던 날 민주당은 당을 ‘노무현 체제’로 전환하는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이른바 동교동 구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 질서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권노갑씨와 동교동 구파는 승자의 손에 의해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승자의 손에 맡겨진 패자의 운명. 권씨는 그 비극을 사무실 폐쇄를 통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주군으로 모셨던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정권 재창출을 놓고 격한 감정을 주고받은 것이 청와대와 멀어진 배경이란 그럴듯한 얘기도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 흘러 나오는 심상찮은 분위기도 권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권씨 주변은 싸늘한 냉기가 감돈다. 아들과 사위는 물론 3, 4명의 비서진이 이미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권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여권 실세 K라는 이니셜로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고, 그때마다 ‘나는 정거장’이라는 등 정서에 기대는 특유의 논리로 화살을 피해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권노갑씨는 정치권의 이러저러한 구설수를 뒤로하고 다음달 초 외유를 떠날 계획이다. 일종의 ‘망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측근은 “대선 전후 또는 김대통령 퇴임 후 권 전 위원의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하지만 힘이 없어 보인다.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권씨 주변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쇠락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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