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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돗물 자문위 시민건강 책임 못 진다”

서울대 윤제용 교수 … “위원 인선·회의 운영 요식행위 물정책 들러리 구실뿐”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수돗물 자문위 시민건강 책임 못 진다”

“수돗물 자문위 시민건강 책임 못 진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지난해 12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장재연 교수팀이 발표한 ‘수돗물 불신의 구조적 원인 파악 및 해소방안에 관한 연구’는 재미있는 결론을 보여준다.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민들은 담당기관의 이미지와 수돗물의 신뢰 여부를 일치시킨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이미지가 안 좋으므로 서울 시민들이 수돗물을 불신한다는 이야기다.

먹는 물 관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먹는물관리위원회(환경부)와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지자체)를 운영해 오고 있다. 수십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 자문위원회는 각기 주요 이슈에 대해 당국의 방침과 대응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조차 그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월 말 논란이 됐던 먹는 샘물에서의 환경호르몬 검출 문제. 플라스틱병에 담아 시판중인 생수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지만 오염원이 병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부와 관리위원회의 공식 입장이었다. 특히 검사방법의 오류를 위원회가 미리 지적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먹는물관리위원회와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에 수년 전부터 실무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응용화학부 윤제용 교수를 만나 이들 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윤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상수도 문제 전문가. 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상태에서 쉽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윤교수는 위원회의 한계와 문제점은 물론 상수도 정책 전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내부에서 개혁하려 했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윤교수의 말이다.

-환경부와 지자체 산하 먹는 물 관련 자문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선이다. 전적으로 환경부와 서울시에 맡겨져 있다. 당연히 대립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참여하기 어렵다. 환경부보다 서울시가 더 심각하고, 서울시보다 지방 지자체는 더 심각하다. 서울시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의 경우 한 해 2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매달 정례회의를 하지만 안건 선정 역시 대부분 서울시가 한다. 약이 되는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위원회는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서울시는 전문성과 시민 대표성을 기준으로 인선했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위원회에 참여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알고 있다. 결국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벽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이 위원회로 시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1년에 반수 이상의 위원이 회의석상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회기가 시작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참석하지 않는 위원도 있다. 위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의욕이나 전문지식이 없으면 그만둬야 할 것 아닌가.”

-인선을 제대로 한다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나.

“서울시 조례로 수돗물 행정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제도적 장치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 있다. 담당자에 대한 청문도 가능하다. 그도 안 되면 언론을 통해 자문위원회 이름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한 해 1억3000만원 가량은 연구용역비로 자유롭게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금이라도 비판적일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일단 브레이크를 건다. ‘왜 우리 조직을 밖에서 들여다보는가’라는 반문이 먼저 나온다. 제대로 문제를 짚어내는 연구는 밖에서 할 수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자료를 주겠는가. 반대로 서울시 내에 있는 수도기술연구소에서는 그런 공격적 연구는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문위원회에서 제3의 연구자에게 맡기면 가능하다. 자료 갖다 주라고 위원회를 통해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자문위 시민건강 책임 못 진다”
-서울시의 자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긴데….

“기본적으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물량 위주의 공급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질전담부서장과 생산관리부서장의 직급이 같다. 그러나 우리는 생산부장 밑에 수질과장이 있다. 수질과 관련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업본부 내 부서들에 대해 정원이나 예산이 고정돼 있다. 예를 들어 건설 부문을 보자. 이미 서울시에는 더 이상 정수장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제 유지관리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건설부문 인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요즘처럼 수질관리가 이슈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쪽에 인원을 보강해야 옳지만 그게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서울시보다 비교적 낫다는 평가도 많다.

“위원들의 전문성만 놓고 보면 그렇다. 가장 적합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관련 분야의 원로들, 특히 비판적 성향이 적은 사람들을 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환경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학계 풍토상 젊은 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우니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주어진 권한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자문위원회는 정례회의가 아니다. 1년에 한두 번 환경부가 소집해야 회의를 갖는 것이다. 결국 이슈에 대해 들러리 서는 구실밖에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요식행위다.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쳤다’고 말하기 위한 홍보용이다. 별도 예산이 전혀 없고 권한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서울시보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우선 회의를 정례화해야 한다. 한 가지 안건에 대해 꾸준히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정식예산을 배정해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이를 축적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문위원회가 개혁되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해소될 수 있는가.

“바이러스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바이러스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것은 97년이다. 4년이 지났지만 대책을 수립해 개선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있다’는 주장과 ‘없다’ 혹은 ‘무해하다’는 환경부측 주장이 맞부딪쳐 싸움질만 계속해 왔다. 검사방식의 논란, 시료채취 방법의 이상 유무 등의 문제만 갖고 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환경부가 바이러스 문제를 제기해 온 서울대 김상종 교수와 싸우려 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대립구도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환경부 등이 긍정적으로 변할 여지는 있다고 보는가.

“물론 수돗물 문제에 관해 공무원들을 ‘국민건강은 안중에 없는 사람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언론이 개별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공무원들이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문제가 제기되면 일단 받아들이고 가야 할 길을 가야 옳은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행정당국에 그런 기민함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러니 자문위원회를 활용해야 한다. 환경부 실무자들은 “뭔가를 하려 해도 위에서 다시 생각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자문위원회에서 압력을 넣어주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개혁의 시작이 바로 자문위원회의 변화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50~51)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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