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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안전도 아직 멀었다

미국 IIHS 오프셋 충돌시험 최하위 P등급 … 대미 수출 돌풍 이어갈 핵심 변수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국산차 안전도 아직 멀었다

국산차 안전도 아직 멀었다
현대-기아자동차 미국 시장서 돌풍’.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국내 경기 회복을 이끌어갈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니 현대-기아차의 ‘선전’이 고마울 따름이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에 힘입어 10월 말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한국산 자동차는 총 52만7116대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5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65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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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돌풍 이유로 품질·성능 개선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미국 주류 언론의 호평, 차종 다양화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신형 중형 승용차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미국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인 JD파워 등의 현대차에 대한 평가 결과는 과거보다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잘 나간다고 하여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최근의 선전은 현대-기아차 자체의 실력 향상 덕분이긴 하지만 현대-기아차에 유리한 외부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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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고위 임원은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대미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 △대우자동차 ‘몰락’에 따른 국내 시장에서의 반사이익 △기아자동차 인수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문제는 이 세 가지 모두 외부적 요인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현대차는 외부 환경이 항상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대우차가 구조조정을 통해 종업원 1인당 연간 매출액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고언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안전도 향상. 국산차의 안전도는 그동안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도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미국에서 자동차 안전도를 측정하는 기관은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과 자동차보험회사들의 출연 연구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 두 곳이다. NHTSA 테스트 이 결과를 보면 국산차는 미국이나 일본차와 대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NHTSA 테스트는 소비자에게 별 의미가 없어졌다. 에어백 장착 차량이 일반화되면서 차종별 변별력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 요즘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IIHS의 테스트 결과다. “IIHS의 시험 결과나 통계 자료가 발표되면 미국 언론이 대서특필할 정도”(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 선임연구원)다.

IIHS가 실시하는 충돌시험은 크게 두 가지. 운전석 쪽을 포함하는 차량 폭의 40%만 고정벽에 정면 충돌하는 ‘고속’ 오프셋 충돌시험과 시속 5마일로 충돌하는 ‘저속’ 충돌시험이 그것이다. 고속 충돌시험은 주로 자동차의 안전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고, 저속 충돌시험은 충돌에 따른 자동차 수리비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보험회사들은 신차에 대해 두 가지 시험을 기준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산출한 후 그 차에 대한 실제 보험금 지급 실적을 토대로 재조정한다.



*모든 차종은 100을 기준으로 평가. 공란은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지수를 계산 하지 않음.

IIHS는 자동차 안전도 측정을 제대로 하려면 전면 정면충돌 시험보다는 오프셋 충돌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차량의 전체 전면을 통해 충돌에너지를 흡수하는 전면 정면충돌 시험보다는 차량의 일부분만으로 충돌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 오프셋 충돌시험이 차량의 구조적 강성을 더 잘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 국산차는 오프셋 충돌시험에서 모두 한 번씩 4개 등급 중 최하인 P등급을 받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2001년형 엘란트라(아반떼XD의 수출명), 기아 세피아 1996~2001년형, 대우 레간자 1999~2001년형이 P등급을 받았다.

IIHS가 발표하는 차종별 보험금 지급지수도 국산차의 안전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이 자료는 운전자 부상이나 차량 파손, 그리고 차량 도난 등에 대한 미국 자동차보험사들의 실제 보험금 지급 실적을 통계 처리를 통해 지수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자동차 안전도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IIHS는 미국에서 팔린 1998~2000년식 모델 278개에 대해 해당 차량이 처음 팔렸을 때부터 올 5월까지의 보험금 지급 실적을 지수화한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는 중형차급 29개 차종 중 운전자 부상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IHS가 상대평가를 통해 지수화한 수치는 169. 동급 차종 중 수치가 100 이상이면 다른 모델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의미로, 결국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쏘나타는 차량 충돌에 따른 수리비 지급지수도 134를 기록, 마쓰다 밀레니아(140)를 제외하고 동급 차종 중 가장 높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99년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대우 레간자가 운전자 부상에 따른 보험금 지급지수에서 163을 기록, 현대 쏘나타보다 순위가 낮게 나왔다는 점. 레간자는 차량 충돌에 따른 수리비 지급지수에서도 쏘나타보다 나은 125를 기록했다. 운전자 부상에 따른 보험금 지급지수가 가장 낮은 차는 사브9-3으로, 쏘나타의 3분의 1 수준인 58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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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에서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운전자 부상에 따른 보험금 지급지수의 경우 소형차급 23개 모델 중 현대 액센트, 대우 누비라, 현대 엘란트라, 기아 세피아가 각각 181, 183, 190, 221을 기록해 차례로 18, 19, 20, 21위를 차지했다. 국산차보다 나쁜 모델은 미쓰비시 미라지(246), 스즈끼 이스팀(247) 정도에 불과했다.

자동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운전자 사망지수와 보험금 지급지수 간 상관관계. 자동차 충돌사고 중 운전자의 치명적 부상을 초래하는 사고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보험금 지급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높은 운전자 사망지수를 기록하는 자동차는 역시 높은 보험금 지급지수를 보이고 있다.

한국차는 유감스럽게도 운전자 사망지수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 사망지수란 실제 발생한 자동차 충돌사고의 통계학적 방법에 의한 조사를 통해 다중충돌, 단독충돌, 그리고 전복사고 발생시 각 차량의 운전자 사망 가능성을 계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는 차량 100만대당 운전자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숫자가 클수록 충돌사고시 운전자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프에서 표시한 것은 미국에서 94~97년에 판매된 차량의 충돌사고시 운전자 사망지수를 나타낸다.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 선임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해당 자동차의 중고차 가격과 보험료 수준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보험료 수준이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면서 “국산차에 대한 이런 평가 결과는 결국 국산차의 보험료를 올림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 돌풍을 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명확해진 셈이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36~37)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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