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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딜레마’ 관광공사 속 터지네!

450억 쏟아붓고 이자만 연 18억씩 낼 판 … 현대 제치고 사업 떠맡기도 힘들어 ‘진퇴양난’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금강산 딜레마’ 관광공사 속 터지네!

‘금강산 딜레마’ 관광공사 속 터지네!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 12월17일 오전,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이 황급하게 한국관광공사 조홍규 사장을 찾아갔다. 약 10분에 불과한 짧은 만남에서 김사장은 조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월 20억∼30억원의 긴급 지원자금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사장은 “북한 사람들을 잘 알지 않느냐. 5∼6개월이라도 버텨야지, 일단 배가 서면 다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 반, 호소 반으로 관광공사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홍규 사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 실시 등의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꼼짝도 할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이 조사장의 설명.

이날 만남은 지난 6월 전격적인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발표로 침몰 직전에 놓였던 이 사업을 되살려낸 한국관광공사가 불과 6개월 만에 어떤 입장에 처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 허용이라는 ‘미끼’를 믿고 45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대출받아 현대에 쏟아넣은 관광공사가 사업 중단 위기를 맞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수겸장의 상황에 몰린 것이다.

현대와 금강산 內 자산 양수도 협상 방침

남북협력기금은 700억원까지 담보 설정 없이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출받은 450억원에 공사가 담보를 제공한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 중단으로 관광공사가 현대로부터 협력기금 회수에 실패할 경우. 이러한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관광공사는 최근 금강산 지역에 있는 현대아산 소유의 자산에 대해 한국감정원과 중앙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 지난 12월 초 감정 결과를 제출 받았다. 현재 이 감정평가보고서는 공사 내부 검토를 거치고 있으며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사는 이를 토대로 현대아산과 자산 양수도 협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관광객 수를 얼마로 보느냐 등에 따라 영업권 가치 부분에서 현대측과 많은 이견을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투자기관인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한국감정원이 정한 감정가 이하로는 양수도 협상에 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 현대측은 현대측대로 30년간 독점영업권 등을 내세우면서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측으로서는 일부 자산을 추가 양도하더라도 남북협력기금 잔여분 450억원을 받기 위한 쪽으로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관광공사는 지난 7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5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이자를 내년 초부터 꼬박꼬박 물어야 할 형편이다. 남북협력기금의 적용금리는 연리 4%이므로 연간 이자부담은 18억원. 공사에서 일반사업 예산으로 차입하는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1월5일부터 9억원의 이자를 입금해야 한다. 관광공사 경영진은 이 정도 이자 부담은 공사 수익 규모에 비춰볼 때 아무것도 아니라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실무진들은 금강산 사업 참여를 통해 얻은 것 하나 없으면서 사실상 현대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대신 내게 된 데 대해 떨떠름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렇다고 관광공사가 현대를 제치고 사업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 일단 관광공사는 내년도 예산에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3억원의 경비를 책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4000억원대의 공사 총예산 규모를 놓고 볼 때 3억원의 금강산 사업 관련 예산은 ‘새발의 피’에 불과한 수준. 기껏해야 모집 공고와 약간의 홍보 비용에 불과할 뿐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의 본격 착수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설령 공사가 현대아산 소유 자산 일부를 양도 받아 금강산 관광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당장 부딪치게 될 장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광사업의 전문성과 마케팅 능력에서만큼은 관광공사가 축적된 능력을 갖고 있겠지만 북한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다름없는 관광공사를 현대와 동등한 사업파트너로 인식할 것인지는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하면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보장받은 30년간의 사업 독점권 등 풀어야 할 법적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처럼 별다른 연계 관광상품 없이 ‘등산’으로 일관하면서 제약만 많은 ‘철조망 관광’식 금강산 관광의 성격을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고서는 지속적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강산 딜레마’ 관광공사 속 터지네!
한편 지난 17일 관광공사에서 열린 북한의 관광특구에 관한 세미나에서 공사측 의뢰로 이 문제를 검토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는 사업은 민간기업이 담당하더라도 제도 마련을 위한 협상은 정부나 관광공사가 나서 담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광공사가 이 사업의 파트너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공사측은 그럴 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측도 얼마 전 정몽헌 회장의 북한 방문을 통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송호경 부위원장 명의로 관광공사의 사업 참여를 인정하는 확인서까지 받아다 주었다. 그런데도 관광공사측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 공사측은 최소한 관광특구 지정만이라도 이뤄져야 움직일 수 있다는 분위기다. 결국 돈줄은 관광공사가, 대북 교섭 창구는 현대가,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북한측이 쥐고 있는 어색한 상태가 지속되는 한 금강산 관광이 격랑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32~34)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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