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5

2001.12.27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유권자 1천명 여론조사 … 이회창·이인제· 노무현·정동영 順 지지, 부동층 3명 중 1명꼴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입력2004-12-13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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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유권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경제문제를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동아’와 월간 ‘신동아’ 및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대표 노규형)가 전국(제주도 포함)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10일과 11일 이틀 동안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되는 변수 중 가장 영향이 클 것 같은 변수는 다음 중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8.7%가 ‘경제문제’를 꼽았다. ‘경제문제’라는 응답은 전 계층에서 높은 가운데, 특히 대구·경북(TK) 지역(57.8%) 및 대전·충청 거주자(56.2%)에서 높았다.

    이어 ‘월드컵 결과’(11.8%) ‘정계개편’(11.5%) ‘지방선거 결과’(9.9%) ‘김정일 답방’(6.0%) 등의 순서를 보였다. 그러나 ‘월드컵 결과’ ‘정계개편’ ‘지방선거 결과’ 등의 응답은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를 감안하면 순위의 의미가 별로 없고,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 결과’라는 응답은 한국이 목표대로 16강에 들 경우 여권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특수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미인지는 확연하지 않다. 후자의 의미일 경우 역시 경제문제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 결과’라는 응답은 20대(16.9%)와 고졸 학력층(14.4%)에서 높았고, ‘정계개편’이라는 응답은 여론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대재 이상 고학력층(20.2%)과 화이트칼라 집단(22.1%)에서 높았다.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김정일 답방’이라는 응답이 다섯 번째로 밀려나 있다는 것. 종전과 달리 이제 대선에서는 ‘북한 변수’가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차기 대선에서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다음 중 어느 분야입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경제문제 해결’이 63.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 역시 경제문제가 계층을 막론하고 다음 대선에서 최대 중요 사안으로 등장할 것이란 사실을 예고해 준다. 이 질문에서 ‘경제문제 해결’을 꼽은 응답자는 특히 서울지역 거주자(71.8%)와 대도시 거주자(70.0%),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70.1%)에서 높게 나왔다.

    ‘경제문제 해결’ 다음으로는 ‘부정부패 척결’(14.5%) ‘지역감정 해소와 사회갈등 치유’(7.0%) ‘교육문제’(6.1%) ‘남북관계 개선’(3.5%) ‘공평한 인사정책’(2.7%) 등의 순서를 보였다. 부정부패와 교육문제, 인사정책 문제 등은 김대중 정부 내내 정치권과 일반의 치열한 쟁점이었는데도 경제문제와 매우 큰 격차로 뒷순위에 밀린 점이 매우 이채롭다. ‘부정부패 척결’을 꼽은 응답자들은 특히 대재 이상 고학력층(17.9%)에서 높게 나왔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다음 대선에서 경제문제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도,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 가운데는 여야를 막론하고 뚜렷한 경제전문가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 현재로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고문은 법조인 출신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은 차기 대선의 불가측성을 더욱 높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의 불가측성이 높다는 사실은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현재 거론되는 대선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한 항목에서도 드러났다. 이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24.4%) 민주당 이인제 고문(19.6%) 노무현 고문(8.9%) 정동영 고문(6.0%) 순으로 꼽았다. 그러나 ‘모르겠다’거나 무응답자가 무려 32.3%였다. 유권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여전히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다’거나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은 찍기 싫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이 같은 부동층이 유권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범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내년 대선의 향방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불가측성을 내포한다.

    이 항목의 응답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두 달 이전의 여타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민주당 이인제 고문과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4.8% 차이지만,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더 좁혀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4.8%보다 더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회창 총재의 지지도는 한나라당 내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30% 이상을 넘어서는 압도적 양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항목에서 주목할 사항은 정동영 고문의 지지도가 급상승했다는 사실. 정고문은 노무현 고문에 거의 맞먹는 지지도가 나타남으로써 민주당 쇄신파동 이후 인지도와 지지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대선주자들, 민주당 한화갑 김근태 김중권 고문, 유종근 전북지사,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등은 3% 미만의 낮은 지지도를 나타냄으로써 순위를 비교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역시 TK지역(44.8%) 거주자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부산·울산·경남 거주자(28.4%)에게서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민주당 이인제 고문은 20대 저연령층(24.1%), 호남지역 거주자(44.2%), 군지역 거주자(27.0%)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 97년 대선과 비교하면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투표했던 응답자의 61.7%가 여전히 이총재를, 이인제 후보에 투표했던 응답자의 35.9%가 여전히 이고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고문은 TK와 PK 지역에서 잃은 지지도를 서울 및 광주·전라 지역, 충청권에서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의 25.4%는 이고문을, 11.9%가 이총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고문의 지지도 판세를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 이회창(19.2%) 이인제(22.2%) △인천·경기: 이회창(26.6%) 이인제(17.0%) △부산·울산·경남: 이회창(28.4%) 이인제(8.2%) △대구·경북: 이회창(44.8%) 이인제(10.9%) △광주·전라: 이회창(2.9%) 이인제(44.2%) △대전·충청: 이회창(23.8%) 이인제(23.7%). 강원도와 제주도는 표본집단의 수가 작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별 의미가 없다. 두 사람 공통의 출신지인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노무현 고문은 화이트칼라(12.5%), 월 201만~300만원 소득자, 30대(13.5%)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정동영 고문은 서울지역(10.7%)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그렇다면 민주당 후보군을 앞에서 얘기했던 중요 분야별 경쟁력에 대입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쭛쭛분야를 잘할 것으로 기대되는 민주당 대선후보는 다음 중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부정부패 척결’을 제외한 ‘경제문제 해결’ ‘지역감정 해소와 사회갈등 해소‘ ‘교육문제’ ‘남북관계 개선’ ‘공평한 인사정책’ 등 대부분 항목에서 이인제 고문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꼽았다. ‘부정부패 척결’은 노무현 고문이 약간(1.4%) 앞섰다. 이런 결과는 지지도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유권자들의 ‘맹점’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지지를 곧 그 후보의 각 부문 경쟁력으로 동일시하는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

    ‘주간동아’와 ‘신동아’의 이번 여론조사는 김대중 정부의 치적을 여야를 막론한 대선후보의 지지도에 대입하는 방식도 실시했다. 즉 김대중 정부가 잘한 분야를 가장 잘 승계할 후보를 누구라고 보는지, 혹은 잘못한 분야를 가장 잘 시정할 후보를 누구라고 보는지 교차분석 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한 것.

    먼저 긍정 평가 부문에서 ‘김대중 정부가 가장 잘한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남북대화(3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IMF 경제위기 극복’(21.2%) ‘외교정책’(7.4%) ‘인권보호’(2.9%) ‘국정개혁’(2.0%) ‘저소득층 보호’(1.9%) 순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 들어 실시한 각종 개혁정책이나 서민층 및 중산층을 위한 각종 복지정책이 시행 과정의 ‘요란함’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그렇다면 이를 가장 잘 승계할 후보는 누구라고 보고 있을까. 각 부문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대화: 이인제(17.9%) 이회창(12.4%) 정동영(8.2%) 노무현(6.6%) △경제위기 극복: 이인제(18.4%) 이회창(15.4%) 노무현(8.6%) 유종근(5.7%) △외교정책: 이인제(15.4%) 이회창(13.1%) 정동영(12.6%) 유종근(6.7%) △인권보호: 김근태(13.8%) 노무현(13.4%) 이인제(12.5%) 이회창(11.1%) △국정개혁: 정동영(10.4%) 김근태(10.2%) 이인제(9.5%) 이회창(8.0%) △저소득층 보호: 노무현(10.9%) 김종필(10.5%) 이인제(10.2%) 이회창(9.6%).

    민주당 이인제 고문은 6개 분야 중 ‘남북대화’ ‘경제위기 극복’ ‘외교정책’ 등 3개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김근태 고문은 ‘인권보호’ 분야에서, 노무현 고문은 ‘저소득층 보호’ 분야에서, 정동영 고문은 ‘국정개혁’ 분야에서 각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곧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전 분야에서 2~3순위로 밀려났으나, 이는 김대중 정부의 승계라는 측면이 영향을 끼친 듯하다.

    ‘김대중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분야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1.1%는 건강보험 등 ‘사회정책 실패’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39.7%도 이를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생산적 복지정책이 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경제 실패’(19.4%) ‘부정부패 만연’(11.7%) ‘지역갈등 심화’(10.9%) ‘교육정책’(8.2%) ‘근로자 정책’(5.8%) ‘언론탄압’(2.5%) 등의 순서를 나타냈다.

    이처럼 부정적 평가를 받는 분야를 가장 잘 시정할 대선후보는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사람은 이회창 총재였다. 이를 부문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내년 대선 경제에 달렸다” 48.7%
    △사회정책 실패: 이회창(15.5%) 이인제(13.4%) 노무현(10.5%) 정동영(8.3%) △경제 실패: 이회창(17.2%) 이인제(14.6%) 노무현(7.7%) 정동영(6.3%) △부정부패 만연: 이회창(30.1%) 이인제(14.6%) 노무현(9.7%) 권영길(3.9%) △지역갈등 심화:이회창(28.5%) 노무현(10.2%) 이인제(10.0%) 정동영(4.8%) △교육정책: 이인제(13.8%) 정동영(13.5%) 노무현(11.6%) 이회창(11.2%) △근로자정책: 이인제(16.5%) 이회창(15.5%) 노무현(10.3%) 정동영(8.5%) △언론탄압: 정동영(26.8%) 노무현(11.8%) 이인제(10.6%) 이회창(7.4%).

    위에서도 알 수 있듯, 이회창 총재는 7개 분야 중 ‘사회정책 실패’ ‘경제 실패’ ‘부정부패 만연’ ‘지역갈등 심화’ 등 부정평가가 높은 4개 분야의 시정능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 및 ‘언론탄압’ 부문에서는 매우 낮은 경쟁력을 보였다. 정동영 고문이 ‘언론탄압’ 분야에서 가장 높은 시정능력을 가졌다고 나온 응답 결과가 이채롭다.

    마지막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30.4%는 한나라당을, 25.8%는 민주당을 답했다. 자민련(1.6%)은 민주노동당(1.9%)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 항목 역시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무당층’이 38.1%로 매우 높게 나왔다.

    ‘한나라당 후보 지지’는 역시 PK지역 거주자(38.2%) 및 출신자(44.9%), TK지역 거주자(48.9%) 및 출신자(43.5%)에서 높게 나왔다. ‘민주당 후보 지지’는 20대(34.9%) 대재 이상 고학력층(29.5%) 학생(39.4%) 서울지역 거주자(33.0%) 호남지역 거주자(54.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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