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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전당대회 전 탈당시켜라”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DJ 전당대회 전 탈당시켜라”

“DJ 전당대회 전 탈당시켜라”
민주당 쇄신연대 극비 문건 단독 입수 … “DJ 개입하면 DJ도 당도 대선도 다 망친다”

전당대회 이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민주당 쇄신연대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은 민주당의 당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중도개혁포럼이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쇄신 인사들로 당의 새로운 중심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간동아’가 최근 쇄신연대 관계자에게서 단독 입수한 “민주당 어찌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 문건(A4용지 6장 분량)은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한 3단계 대선 전략을 간략한 메모 형식으로 담고 있다. 문건 작성자는 쇄신연대 소속 이강래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쇄신연대 관계자는 “지난 11월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직후 이의원이 종이에 자필로 문건에 들어 있는 내용을 직접 기술했으며 나중에 다른 직원이 PC로 타이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건은 40여명의 쇄신연대 소속 의원 중 김근태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 대선주자를 포함한 10여명의 의원(일부는 의원 보좌진)에게 전해졌다.

이 문건은 민주당 쇄신그룹 의원들에게 내년 대선 때까지의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고 이들의 행동을 통일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0·25 재·보선 패배 직후 박지원 권노갑씨의 정계퇴진을 요구하던 쇄신그룹 의원들은 대통령이 갑자기 총재직을 내놓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잠시 방향타를 잃고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문건이 제작됐다.”(쇄신연대 관계자)



문건은 △민주당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재건) △새로운 리더십 형성 △선거 국면 등 3단계 정권 재창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리스트럭처링 단계는 다시 세부적으로 △탈 DJ △탈 동교동 △새로운 민주당 창출로 나뉜다. 여기서 문건은 “차기 전대 전에 DJ(김대중 대통령)가 탈당해 주어야 DJ의 민주당에의 마지막 선물”이며 “DJ가 당에 개입하면 DJ도 당도 내년 대선도 망친다”고 밝혔다. 대선주자가 DJ를 파는 행위 차단, 불공정 경선 시비 사전 예방, 정책 실패의 책임 피하기 등이 DJ 탈당의 필요 근거로 제시됐다.

탈당 시기 부분과 관련, 쇄신연대 관계자는 “반 DJ 정서 극복을 위해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서 DJ 색깔을 완전히 탈색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DJ가 경선 이전에 탈당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을 압박해 신한국당을 탈당하게 한 것과 같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J 탈당 문제는 현재 수면 아래 잠복해 있기는 하지만, 막상 실현될 경우 대선 국면에 큰 파장을 가져올 사안이다. 이번 문건 공개로 DJ 탈당에 대한 민주당 내부 쇄신그룹 일부의 입장이 드러난 이상 대통령 당적이탈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DJ 전당대회 전 탈당시켜라”
문건은 또한 동교동계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부패·무능·전근대적 가신집단)”를 가졌다고 전제하며, “동교동이 설치면 뉴 이미지 창출 불가능” “당내 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교동의 2선 퇴진과 영향력 축소”라는 대 동교동계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껏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된 동교동계 비판은 우회적·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비공개로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 회람된 이 문건은 동교동계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최고 수위로 표현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건에서 DJ 탈당은 “동교동계 영향 제거”의 한 수단으로도 제시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되는 동교동계는 구체적으로 어느 쪽을 지칭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 쇄신연대 관계자는 “문건에 기술된 동교동계는 구체적으로 동교동 구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화갑 고문, 문희상 설훈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하는 동교동 신파는 제외했다는 것.

문건은 또한 “민주당 내 중도개혁포럼이 정당성을 상실했다(중개포의 정당성 상실)”고 평가했다. 중도개혁포럼(이하 중개포)은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 중심세력이다. 현역의원만 60여명 가입해 있고,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작업을 주도하는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 대책위원회’ 소속 15명의 위원 중 7명이 중개포 소속이다. 또한 사무총장, 원내총무 등 당 5역이 중개포 소속. 따라서 문건은 “당내 새로운 중심세력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세력은 “중립적·쇄신적 인사 중심으로 중진들까지 아우르되 새로운 민주당 이미지에 합당한 40~50명의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DJ 전당대회 전 탈당시켜라”
쇄신연대 관계자는 “중개포는 대선 중립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특정 계파와 대선주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에 정당성을 상실했다. 그래서 중개포를 대체할 정치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의 해당 부분이 이미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27일 김근태 정동영 김원기 정대철 의원 등 대선주자와 당 중진의원을 포함한 개혁파 의원 45명이 쇄신연대를 출범시킨 것은 문건이 제시하는 방안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쇄신연대의 정치적 의미가 커지는 대목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공개적으로는 “당이 단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선 당권 쟁취를 놓고 중개포와 쇄신연대 사이에 대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건은 또한 여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문건은 (민주당 대선후보의) 새로운 리더십 형성 단계에서 “전당대회 과정의 드라마틱한 연출”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누가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도록 예측 불허의 상황 유도”를 권고하고 있다.

여론은 당내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도 제시됐다. “지도체제 구성, 전대 시기, 대의원 구성 문제를 당내 특위(특대위를 의미하는 듯)에서 결정하는 것은 한계” “당내에서만 논의하여 결론 중심으로 접근하면 당내 대립 격화로 싸움질하는 뉴스만 생산” “각 주자들과 야심가들이 당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것 차단…(여론의 힘을 빌려 내부갈등 조정)”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쇄신연대 관계자는 “특대위 활동에서 쇄신그룹은 당내 세력이 약한 점을 여론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쇄신연대와 쇄신연대 소속 ‘바른정치모임’이 공개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했고 정동영 의원이 당 개혁의 공개적 논의를 특대위에 촉구한 사실이 문건과 맥이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중개포의 정균환 회장은 최근 “야당은 언론을 통해 달려들어 무조건 최고봉을 건드린다. (쇄신파의 행동은) 이런 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쇄신그룹의 여론 활용이 활발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문건은 “풍부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권역별 예비선거제도 도입”도 제의했다. 최근 쇄신그룹 의원들이 중개포측 의원들을 설득해 특대위에서 예비경선제 도입을 관철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문건은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회창 총재에 대해 차갑고, 피곤하고, 속 좁고, 귀족적 이미지라고 평가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이에 대칭되는 민주당 후보의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문건이 쇄신연대에 참여하는 전체 의원의 통일된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적 사안별로 쇄신파 의원들의 입장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쇄신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쇄신그룹이 보여온 정치적 행보와 이 문건 내용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 이 문건이 쇄신그룹에게 일정 부분 행동지침 성격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문건은 DJ 탈당, 동교동계 영향 제거, 민주당 내 새로운 중심세력 형성 등 대선 정국에 파고를 몰고 올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문건 자체가 ‘풍부한 뉴스’를 담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14~17)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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