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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자풀 조성 글쎄요” … 기획예산처만 속앓이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연기금 투자풀 조성 글쎄요” … 기획예산처만 속앓이

“연기금 투자풀 조성 글쎄요” … 기획예산처만 속앓이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모아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연기금 투자풀’(Investment Pool)이 지난 12월12일부터 운용을 시작해 기금 조성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연기금 투자풀에 이달중 5000억원, 내년에 5조원 규모의 액수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연기금 쪽의 ‘큰손’ 격인 4대 연금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5000억원을 공언한 정부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까지도 4대 연금에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내 투자풀 출연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 꼼짝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연기금 투자풀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데다 연간 계획도 잡혀 있지 않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금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금 투자풀이 운용을 시작한 뒤 정부의 지배력 아래 있는 각 부처 산하 기금들만 300억∼400억원씩 출연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이 과정에서 각 부처 기금관리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 현황 등을 조사한 뒤 금액을 일괄적으로 조정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연 규모가 당초 정부가 공언한 수준에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현재 투자풀에 출연된 기금의 종류와 규모는 고객정보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4대 연금을 포함해 큰돈들이 곧 연기금 투자풀에 들어올 것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하기는 그동안 보수적 운용에만 의지해 온 정부 산하 각종 기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기금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문제에 관한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고 “사업성 기금은 대부분 리스크가 적은 MMF로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기금 투자풀의 운용 대상으로 채권형, 채권혼합형, MMF 등을 내놓았으나 이중 MMF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가장 안정성 있는 종목이다. 또 다른 기금운용 담당자도 “정부의 운용 실적을 믿기 어려운 데다 출연 요구 액수가 당장 감당하기에는 많은 수준이라 선뜻 내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성 없는 담당 공무원이 안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 예금 위주로만 운용해 온 각종 기금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풀 운용으로 중요한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운용되는 투자풀이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각종 기금의 유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금운용 평가단에 참여하고 있는 중앙대 조성일 교수는 “내년부터 각종 기금의 자체 운용 실적을 평가해 투자풀에 출연한 것보다 실적이 저조할 경우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12~13)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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