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5

2001.12.27

국정원 호남색 빼기(?) 대폭 물갈이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4-12-13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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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호남색 빼기(?) 대폭 물갈이
    정현준-진승현-이용호로 이어지는 ‘스리 게이트’와 수지 김 살해 은폐 및 조작 혐의로 만신창이가 된 국가정보원이 12월15일 실·국장(1급) 및 시도지부장(1·2급) 인사를 단행했다. 15명의 시도지부장 중에서 8명이 바뀌고, 내부 실·국장도 6명이 교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국정원 내 국정원’이라 할 수 있는 감찰실장에 강원도 출신의 이모씨(전 국정원장 비서실장)가 임명된 것. 김대중 정부 들어 감찰실장에 강원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 출신인 신건(辛建·60·사진) 국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는 대구지부장을 지낸 영남 출신 최모씨가 임명되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던 국정원에서 ‘탈호남’ 현상이 일어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건 원장이 주도한 이번 인사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일부 직원들은 “전임 원장과 달리 중립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후속(2, 3급) 인사도 기대된다”고 말한다.

    신원장은 DJ 정권 출범시 국정원 2차장을 지냈지만, 자타가 인정하는 검찰 출신이다. 때문에 국정원 주도권을 놓고 순수 국정원 출신인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스리 게이트로 김 전 차장이 물러난 지금 신원장으로서는 국정원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국정원 내 인맥이 별로 없는 그로서는 중립적인 인사를 함으로써 어수선한 국정원의 분위기를 바로 잡고 자신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방법으로 국정원을 이끌어보겠다는 신원장의 자세는 지난 7월 사전·사후 보고 없이 주한 미대사관의 정보 관계자를 만나온 안모 과장을 해임한 데서도 드러난다. 당시 언론은 안과장을 햇볕정책에 반대하다 해임된 사람으로 보도했으나, 실은 완전 반대다. 안과장은 통일부 출신으로 당시 임동원 원장을 따라 국정원에 들어온 사람. 국정원 직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안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했으나, 임원장의 위세에 눌려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이러한 그를 신원장은 취임 직후 잘라낸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기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방법으로 ‘흔들리는’ 국정원을 다잡아 나가려는 신원장의 ‘소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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