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0

2001.11.22

파워게임이냐 팀워크냐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1-23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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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게임이냐 팀워크냐
    생존은 샐러리맨들의 변함없는 화두다.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나를 짓밟고 올라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에 떤다. 직장 내 파워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전문능력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캐서린 K. 리어돈의 ‘이너서클’은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먼저 조직 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파워게임을 인정해야 한다. 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경쟁은 치열하다. 누가 조직 내에서 힘 있는 그룹과 ‘비밀의 악수’(Secret Handshake·이 책의 원제)를 나눌 것인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파워게임 테크닉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치성향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내 편 네 편 없이 동료애가 중시되는 최소로 정치적인 조직, 가끔 물밑작업이 이루어지긴 해도 공식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중간 정도로 정치적인 조직, 내 편과 네 편을 분명히 가르고 편의에 따라 규칙을 적용하며 조직원이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도로 정치적인 조직, 불신이 팽배하고 한마디할 때마다 등뒤를 살펴야 하는 병적으로 정치적인 조직 등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만약 규정에 따라 행동하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할 수 있다고 믿는 ‘순수주의자’가 고도로 정치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견디기 어렵다. 반면 공인된 규칙보다 물밑정치를 선호하는 ‘책략주의자’가 정치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조직에 있다면 인정은커녕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순수주의자와 책략주의자 사이에는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남을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협력주의자’와, 전진을 위해서라면 비열한 정치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호전주의자’가 존재한다. 일단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조직에서 이너서클 멤버가 되는 것은 어렵다. 성공하려면 조직의 성향에 따라 순수주의자가 될 수도, 책략주의자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성향 파악이 끝났으면 그 조직의 진정한 이너서클 멤버가 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인맥을 만들고, 은밀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관찰력을 키운다. 때로는 상대의 잔인한 공격을 피해가고 오히려 설득하는 요령도 익혀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권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기술과 자신감을 더욱 강화해갈 필요도 있다.



    누구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이너서클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정치력’이라는 말 앞에서는 부담을 느낀다. 저자는 망설이는 독자들을 이렇게 설득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비열한 사람들에게 당하기보다 한발 앞서 그들의 술수를 꿰뚫고 바로잡는 것이 현명하다.”

    파워게임이냐 팀워크냐
    ‘이너서클’은 이처럼 개인이 어떻게 정글에서 살아남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경영 베스트셀러 ‘겅호’의 저자인 켄 블랜차드와 셀든 보울즈는 ‘하이파이브’(High Five)에서 모두를 영웅으로 만드는 팀워크에 대해 역설한다.

    이 책은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주인공 앨런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우화다. 사장은 앨런에게 “당신은 퍽(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공)을 혼자서만 차지하는 사람”이라고 해고 이유를 밝힌다. 좌절하는 앨런에게 우연히 아들이 속한 초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을 지도할 기회가 생긴다. 이 아이스하키팀은 오로지 골 넣는 데만 몰두해 패스를 할 줄 몰랐다. 더욱 나쁜 것은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했다.

    앨런은 학창시절 은사인 웨더바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85세의 할머니는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네 가지 비결을 가르쳐준다. 첫째, 목적 의식과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라. 그것을 단지 승리만을 바라며 멋을 부리는 팀과 부상당한 동료를 위해 우승하기로 결심하는 팀만큼의 차이를 가져온다. 둘째,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라. 기본기술을 익히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셋째,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팀이 잘 되는 것에 집중하면 놀라운 공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자주(Repeated) 포상하고(Reward), 인정하는(Recognition) 3R의 원칙을 지켜라.

    마침내 앨런이 지도한 아이스하키팀은 준우승을 차지한다. 동시에 앨런은 팀워크 계발 전문가로 인정받아 자신을 해고한 회사에서 강연하게 된다.

    ‘하이파이브’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혼자 하는 1등이 아니라 모두가 승리를 축하하는 ‘하이파이브팀’으로 바꿀 것을 조언한다. 파워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지 ‘하이파이브팀’의 일원이 될 것인지 선택의 문제지만, 현실은 정치력으로 승부하는 쪽이 훨씬 유리해 보인다. 독자들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하이파이브/ 켄 블랜차드, 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박종안 옮김/ 21세기북스/ 204쪽/ 9000원

    이너서클/ 캐서린 K. 리어돈 지음/ 장혜정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312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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