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우중 신탁금 61억원 “내 돈이야”

석진강 변호사-하나은행 치열한 법정 다툼 … 1심 재판부 일단 은행측 손들어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김우중 신탁금 61억원 “내 돈이야”

김우중 신탁금 61억원 “내 돈이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하나은행 대우센터지점에 95년 개설한 신탁 계좌에 남아 있던 61억원의 최종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이 신탁금의 소유권을 놓고 김우중 전 회장 법률 대리인 석진강 변호사와 하나은행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지만 아직은 주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일단 하나은행 손을 들어주었다. 잘 알려진 대로 석변호사는 해외 도피중인 김우중 전 회장의 근황과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몇 안 되는 측근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1970년대 초반 이름을 날린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77년부터 대우그룹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과는 70년대 초반 알게 되었으며 한때는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에 대해 ‘선수’를 친 쪽은 석진강 변호사였다. 석변호사는 작년 4월17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김우중 전 회장의 하나은행 대우센터지점 신탁금 중 61억원에 대해 압류 및 전부 명령을 받았다. 대우 몰락 이후 석변호사가 김우중 전 회장에게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대신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 확보에 나서 법원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틀 후 법원의 명령을 송달받고 부랴부랴 상계 조치를 취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석변호사가 이 신탁금에 대해 전부 명령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하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하나은행측은 석변호사가 어떻게 해서 대우센터지점에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 의아해한다. 이에 대해 석변호사는 “김우중 전 회장에게 ‘빌려준 돈 내놓으라’고 했더니 그가 하나은행 신탁금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99년 8월 대우그룹 워크아웃으로 대우전자와 ㈜대우에 대한 대출금 잔액 2800억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하나은행이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을 상계 처리한 것은 이 채권을 근거로 한 조치였다. 이는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 채무에 대해 입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나은행은 부실을 털어버린다는 차원에서 이 채권을 이미 손실 처리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은행 내부적인 조치이지 김우중 전 회장에게 부채를 탕감해 주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석변호사는 하나은행의 상계 처리에 대해 다시 법원에 호소했다. 작년 5월 하나은행을 상대로 전부금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맞서 하나은행도 올 7월 석변호사를 상대로 재벌 회장이던 김우중 전 회장이 석변호사에게 빚이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석변호사가 낸 전부금 청구 소송에서 패할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내놓은 소송인 셈이다.

석변호사와 하나은행측이 다투는 핵심 내용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채권에 대한 해석. 석변호사는 대우그룹 워크아웃으로 김우중 전 회장이 하나은행에 연대보증한 채권도 유예됐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채권 회수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하나은행이 만기도 돌아오지 않은 채권을 근거로 상계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하나은행을 포함한 채권은행들은 대우전자와 ㈜대우에 대해 각각 작년 1월26일과 3월15일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기존 채무는 변제기가 2003년 12월31일 이후로 유예됐다.



그러나 서울지법 민사19부(재판장 최진수 부장판사)는 11월6일 석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워크아웃 약정서의 금융조건 완화 계획에서 ‘채권 행사’의 유예기간 내지 ‘상환 청구’의 유예를 명시하고 있으며, ‘만기’라는 용어는 따로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워크아웃 약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만기가 연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석변호사의 채권 회수가 우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석변호사는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은 정당하게 전보받은 것인데, 하나은행이 상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항소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신탁금은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흥미로운 다툼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01.11.22 310호 (p34~34)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