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0

2001.11.22

‘DJ 신당’? 글쎄요…

김대통령 ‘국정 최우선’ 물리적 정계재편 희박 … ‘반昌 구도’ 합류 가능성은 여전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입력2004-11-22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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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신당’? 글쎄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진짜냐, 위장이냐’는 정치권의 의견이여전히 분분하다.

    11월9일 한나라당 기획위원회가 작성한 ‘정세분석 및 대응방안’ 문건에도 이 같은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문건은 특히 “여권이 ‘3김’과 김윤환 민국당 대표 및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모아 정계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 경우 향후 정국 구도는 지금까지 ‘김대중 대 이회창 구도’가 아닌 ‘이회창 대 반이회창 구도’로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순수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민주당에도 많다. “아무리 ‘성공한 대통령’이 중요하다지만, 성공한 대통령도 재집권을 해야만 제대로 완성되는 것 아니냐” “김대통령을 포함해 3김씨의 공통 분모는 ‘이회창은 안 된다’는 것인데, 그런 이들이 현 대선 구도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겠느냐” 등등 총재직 사퇴가 모종의 프로젝트에 의한 수순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그러나 현재로서는 ‘성공한 대통령’이 재집권보다 명실상부한 ‘상위개념’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행위’로 보는 시각이 주류다.

    서울 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은 국정 운영에만 전념하지 않으면 97년 IMF 관리체제와 같은 위기 상황이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그나마 쌓았던 업적이 모두 헛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중간 당직자도 “김대통령과 가까운 K목사가 그동안 끊임없이 김대통령에게 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충고해 왔다. 총재직을 사퇴하고 국정 운영에만 전념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이런 K목사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비교적 중도 성향을 보이는 동교동계 출신의 한 핵심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김대통령의 이상은 상당히 높은 곳에 올라가 있고, 그런 쪽을 지향한다. 그러니 당만 내려다보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차원 높은 이상과 달리 권력에만 집착하는 ‘동지들’에게 서운함이나 배신감 같은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참아주었지만, 그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당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겠는가.”

    김대통령은 지난 11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당시 최고위원들이 1시간여에 걸쳐 발언하는 동안 거의 눈을 감고 있었으며,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끝나자 품속에서 자신의 입장이 정리된 문서를 꺼내 읽고는 퇴장했다고 한다. 최고위원들의 발언 여부와 상관없이 김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방향과 태도를 정리하고 있었던 것. 이날 간담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도 위의 해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김대통령은 10일 총재직 사퇴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청와대의 정치개입 자제를 지시했다. 청와대 오홍근 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미국 테러사태에 이은 경제상황, 남북문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양대 선거 등을 생각할 때 당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국가에 대한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는 것.

    현재로서는 김대통령이 주도하는 물리적인 정계재편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3김 연합에 의한 ‘보수신당’의 출현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를 김대통령이 먼저 주도하고 나서지는 않을 듯하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속내 역시 지금은 국내외에 산적한 여러 현안, 특히 남북문제의 획기적 전환에 더 쏠려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는 앞으로 1년도 더 남았다. ‘김심’(金心)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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