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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민주당 폭발하나

사분오열 민주당, 어디로 가나

‘쇄신운동’ 대선 향한 권력쟁투로 변질 … 당 지도부 진공상태, 일각에선 벌써 ‘분당사태’점쳐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사분오열 민주당, 어디로 가나

사분오열 민주당, 어디로 가나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화산이 대분출을 시작했다. 이 휴화산은 분출의 전조를 간헐적으로, 그것도 자주 보여왔다. 그러나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은 그동안 분화구의 뚜껑만 덮는 미봉책으로 일관함으로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암의 분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열린정치포럼’ ‘새벽 21’ 등 민주당 5개 개혁세력 그룹은 11월5일 모임을 갖고 김대중 대통령이 6일 귀국하기 전까지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고 사실상 권노갑·박지원씨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5개 그룹이 전체 의견으로 두 사람의 은퇴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두 기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역대 여당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당 지도부가 심각한 진공상태에 접어든 이번 민주당 사태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10월25일 재·보선 세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낙마한 사실을 민심 이반의 결과로 받아들인 민주당 개혁 및 쇄신그룹에서 ‘인적쇄신’을 통한 국정개혁을 재차 부르짖은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는 현상적인 진단일 뿐,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선 한참 뒤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당 서울 출신 한 중진 의원의 지적. “민주당은 크게 보아 두 세력이 있다. 하나는 옛 평민당 시절부터 김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해온 토박이 집단이고, 또 하나는 외부에서 선거 때마다 끌어들인 용병 집단이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선거나 총선 등 중대한 국면마다 당 바깥에서 전혀 이질적인 인사들을 수혈함으로써 고비를 넘겨왔다. 이 과정에서 두 종류의 문제가 발생했다. 용병 집단 사이에서 불평등에 따른 소외감과 불만이 커졌고, 이들 숫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토박이 집단으로 이들을 견제하기가 힘들어졌다. 심지어 토박이 집단 사이에서도 일부 가신그룹만이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불만이 생겨났다. 지금까지는 이런 불만을 김대통령의 공천권 행사로 눌러왔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번 민주당 사태를 당내 각 세력의 ‘밥그릇 싸움’만으로 보기는 힘들다. 어쩌면 이보다 우선하는 것은 정권재창출에 대한 불안감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예전처럼 김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갈 묘수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김대통령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이 짙어졌다. 더 이상 김대통령에게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확인이 오늘날 민주당을 분열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당 정책실 고위관계자의 분석이다.



사분오열 민주당, 어디로 가나
사실 당내 초·재선 의원들에 의해 시작된 정풍운동, 정동영 최고위원의 ‘권노갑씨 2선 후퇴’ 발언, 최근의 쇄신파동은 “이대로는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당정쇄신 요구는 항상 그랬듯 당의 지도체제 문제로 점화할 수 있는 휘발성을 안고 있다. 또한 지도체제 문제는 차기 대선의 향방을 둘러싼 대선 구도 및 당권 구도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폭발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민주당 사태는 이런 문제를 프로그램에 따라 조리 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부재현상’에 따라, 한 문제가 터지자 이에 연결된 다른 사안들이 미처 제지할 시간도 없이 잇따라 터지는 도미노 현상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대선 예비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각 진영에 분산돼 있어 이들의 합의를 통한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쇄신 충정’이었다고 해도 지금 시점에서는 차기 대선을 향한 권력쟁투로 변질된 성격이 짙다. 정치권에서 이번 민주당 사태가 정계재편의 도화선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미 분당(分黨) 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 중견인사의 전망. “권노갑 전 위원의 측근 C의원이 ‘야당에 비해 인원도 몇 명 안 되는데 몇 명쯤 더 나간다고 문제가 되겠느냐’고까지 말하는 형국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옛날 민주당에서 범동교동계와 평민당 출신들이 빠져나가 국민회의를 창당한 사실이 떠올랐다. 동교동계는 수 틀리면 언제든지 뛰쳐나가 신당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경험도 있다. 기왕에 정권재창출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면 무슨 프로그램을 작동할지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을 새로 만드는 소위 ‘신장개업’에 능하다는 사실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한 정치평론가는 가능성 차원의 전망이라는 전제를 달고 이렇게 분석한다. “김대통령으로서도 어차피 지금 구도로 대선을 치르기는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되어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역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이겠나. 판을 흔들어 새롭게 짜는 수밖에 없다. 새 판을 짜는 데 걸리적거린다면 그 사람들을 제쳐놓을 수밖에 없다. 3김씨 중심의 보수신당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런 전망과 분석들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현재 민주당 사태가 이 단계까지 나아간 것도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쇄신파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당을 새로운 체제로 이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당 내외에서 이러저러한 정계재편 시나리오들이 논의되는 까닭은 동교동계 가신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현 정권 중추세력의 체제 유지 욕구가 워낙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집권 여당 사상 최초로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아닌 여당이 먼저 분열될지 모를 최악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갈지, 아니면 정치생명 연장만 좇아 사분오열 흩어질지 그 모든 것은 김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주간동아 2001.11.15 309호 (p16~17)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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