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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허위광고에 ‘발등’ 찍힐라

‘눈속임’ 분양 소비자들 낭패 보기 십상 … 꼼꼼한 현장 답사, 광고 자료 꼭 챙겨야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아파트 허위광고에 ‘발등’ 찍힐라

아파트 허위광고에 ‘발등’ 찍힐라
온천이 나오는 아파트, 과일이 열리는 아파트, 난 그곳에 살고 싶다’.

광고 속 여자모델은 최근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있는 파주 지역에 꿈의 아파트를 짓는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3년 전 이렇게 광고한 파주시 아동동 P아파트의 어디에서도 아직까지 온천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없다. 98년부터 분양 광고를 낸 이 아파트는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이미 80%나 입주를 완료한 상태. 온천은커녕 아파트 입주자들은 현재 권익쟁취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를 상대로 허위 광고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코레트신탁(현 국민자산신탁)측은 “직원 중 한 명이 공사 현장 주변에 있는 대형 목욕탕인 K랜드가 K온천으로 광고하는 데 착안해 공사 예정지 부근 지하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온천이라고 광고한 것뿐이다”고 군색한 변명을 하였다. 온천법 조항을 확인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온천물에 목욕할 수 있다’고 광고를 내는 바람에 국민자산신탁측은 이미 신문광고를 통해 입주자들에게 사과하는 곤욕을 치렀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되어 있는가 하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아파트 허위광고에 ‘발등’ 찍힐라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이상 열기에 휩싸이면서 덩달아 분양광고도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신문 전면광고 대부분을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광고가 ‘도배질’하는 형편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아파트 분양광고를 꼼꼼히 챙겨보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정작 2∼3년 뒤 입주 시점에 가서 광고와 다른 입주 조건 때문에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98년 말 H건설의 분양광고를 보고 경기도 평촌 지역의 조합아파트에 분양 신청한 서완석씨도 당초 광고보다 두 배나 되는 조합원 분담금을 시행자측에서 요구하는 바람에 당혹스런 일을 겪은 경우. 분양광고 당시 전체 분양금액의 3.5% 내에서 분담금을 정하겠다는 말을 믿고 분양 받았으나 그 후 공사금액 추가소요 등을 이유로 분담금은 7%로 늘어났고 960명이나 되는 계약자들은 고스란히 300∼400만 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았다. 그러나 이런 조합 아파트의 경우 조합 스스로가 사업시행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조합원 총회에서 분담금 상향 조정에 대해 인준 받았다면 법적 문제는 모두 없어진다. 결국 분담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진 계약자들은 계약해지 이외에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마저 쉽지는 않은 형편. 서씨는 “조합원 총회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합장이 시공회사 직원이다 보니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회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의견을 관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관계자도 “조합아파트의 경우 시공사가 조합장을 움직여 시공사측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허위나 과장광고가 아니더라도 분양 희망자들에게 필수적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함으로써 교묘하게 눈속임하는 경우도 있다. 99년 6월에 분양한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소재 S건설의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계약자들은 계약 이후 현장을 방문해 보니 광고 내용에는 없는 대형 변전소가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계약 취소와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계약자들은 건설회사측이 ‘단지 배후에 공원 인접’ 등을 내세워 쾌적한 환경만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을 뿐 아파트 앞으로 대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처럼 아파트 공사 예정지 주변에 대형 변전소나 공원 묘지 등 혐오시설이 있는 경우 사실상 시행자측이 이를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계약자들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불이익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아파트의 시행자측도 “그러한 지리적 조건을 감안해 주변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고 발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한 분양광고에서는 1층 전용 정원 설치, 수맥 차단용 동파이프 설치 등 특별 시설 제공을 약속하지만 해석 여부에 따라 단지 전체가 아니라 극히 일부에만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조감도와는 전혀 다른 소규모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경우 나중에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신청하더라도 대부분 시행자 입장에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보상 받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대광고 논란의 경우 계약자 본인은 과대광고라 주장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많지 않아 소비자만 피해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최주호 주택공산품팀장은 “입주 시점에 광고와 계약 내용이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피해 구제를 받으려면 광고 전단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잘 챙겨놓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아파트 입주 예정지의 입지에 대해 ‘어디에서 몇 분거리’하는 식의 광고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확인하지 않으면 피해 보기 십상이다. 최근 파주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경우 경의선 복선화를 예상하고 도심 근접 시간대 등을 광고해 왔으나 경의선 공사가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허위광고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특히 신도시로 조성하는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경우 ‘몇 년까지 초등학교 개교’ 등의 광고를 한결같이 내세우지만 이는 그야말로 ‘계획’에 지나지 않을 뿐 시행자가 책임질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분양 계약자들이 소비자보호원이나 시민단체의 중재 등으로 피해를 구제 받지도 못하고 계약을 철회하지도 못할 경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는 분양광고가 허위 과장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이것이 상거래 질서를 해칠 정도로 계약상 신의 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사기죄 등이 성립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결국 소비자보다는 시공자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말. 그러나 어디까지가 상거래 질서를 해칠 정도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인지는 법원의 재량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행동’을 사기라 정의하였고, 대법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 성실 원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분양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법원측 분위기도 다소 바뀌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부평 김남근 변호사는 “최근 판결을 보면 분양광고와 계약 내용이 다를 경우, 계약자가 분양광고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를 인정해 소비자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YMCA측도 최근 부동산 분양열기에 편승해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시장에서 허위 또는 과대광고가 늘어난다고 보고, 오는 10월부터 TV와 신문의 분양광고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작업을 편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허위광고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광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소비자가 허위 과장 광고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고는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서와 다르기 때문에 2∼3년 뒤 입주를 눈앞에 두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분양광고의 허실을 꼼꼼히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간동아 2001.10.04 304호 (p60~62)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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