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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다섯병~’으로 뜬 ‘아줌마 시인’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소주 다섯병~’으로 뜬 ‘아줌마 시인’

‘소주 다섯병~’으로 뜬 ‘아줌마 시인’
실제로 만난 시인 최승은씨(38)는 곱상하고 얌전한 인상이다. 자신을 스스럼없이 ‘아줌마’라고 표현한 그는 중2, 중1, 그리고 두 살배기 늦둥이 세 아이의 엄마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나도 소주 다섯병 마실 수 있다’(이레 펴냄)라는 과격한 제목의 시집을 냈을까. 이러한 의문은 시집을 보면 풀린다. 그의 시는 시집 제목과는 달리 조용하고 낮은, 일상의 온유함을 노래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나는 행복합니다// 작은 집이 있고/ 밖으로 그리운 초록 나무 보이고/ 그 너머 어딘가에/ 하늘이 있고…”(시 ‘행복’ 중에서) .

“저는 삶이 싸움이 아니라 내공이라고 생각해요. 억압을 깨부수고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추스르고 다독이는 것이 인생이겠죠.” 그는 아줌마의 일상이 구질구질하거나 박차고 나서야 할 껍데기가 아니라 소중한 삶의 순간이라고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 서른일곱에 늦둥이를 낳았고, 엄마가 느낀 삶의 편린들을 보여주려고 시집을 냈다.

물론 그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힘겨움은 있다. 남편이 남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조차 힘이 되지 못할 때, 시인은 남몰래 돌아 앉아 소주병을 딴다.

“모르는 손님처럼/ 집으로 찾아드는 남편/ 밤이 묻어 나는 술내음도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 나는 술병을 딴다/ 소주 한 병, 두 병, 세엣, 네엣, 다섯 병”(시 ‘나도 소주 다섯병을 마실 수 있다’ 중에서). 용인의 전원주택에서 아이들과 웃고 뒹굴며 사는 최승은 시인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이다. 그러나 조기교육이나 학원 같은 교육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시인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다. 그런 내용을 담은 책도 준비하고 있다. 시의 내용처럼 소주를 마시는 날도 있을까? 그는 “사실은 소주 다섯 병은커녕, 한 병도 못 마신다”며 웃었다. 그 웃음이 맑았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104~104)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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