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2

2001.09.20

조선 안경 ‘애체’를 아시나요

초당大 국내 첫 ‘안경박물관’ 개관 … 김구 선생 ‘동그란 테’ 등 그 시절 정취 물씬

  • < 최영철 기자 / 무안 > ftdog@donga.com

    입력2004-12-21 16: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선 안경 ‘애체’를 아시나요
    조선 안경 애체를 아십니까?”

    400여 년 전인 임진왜란 당시 안경을 낀 조선 병사가 있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안경이 구한말에 들어온 서양 문물이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황당한 이야기라고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인 조선 중기, 우리에게는 애체(雲愛雲逮)라고 하는 순수 조선 안경이 있었다. 당시 제작된 안경은 이미 17년 전 안동지방에서 발견된 바 있다.

    안경의 역사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불식할 국내 최초의 안경박물관이 9월18일 전라남도 무안군 초당대학교에서 문을 연다. 이 박물관에는 16세기에서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의 손때가 묻은 안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300종류 5000점의 안경을 전시한다. 이 때문에 대학교측은 규모면에서만 보면 이 박물관이 세계 최대의 안경박물관이라고 설명한다.

    옛 안경전시실과 광학기기 전시실, 특수안경 전시실, 유명인사 안경전시실, 기획전실, 광학체험실, 휴게실 등 모두 7개 전시장으로 구성된 안경박물관은 이 대학교 정시채 총장과 안경광학과 교수, 학생이 2년 간의 준비기간 끝에 완성한 땀의 결정체. 학계에서는 “안경을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정착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조선 안경 ‘애체’를 아시나요
    박물관에 들어서면 우선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당시 초유사로 활약하다 숨을 거둔 영남학파 유림의 거두 학봉 김성일 선생(1538~93)의 안경이 눈길을 끈다. 귀갑(龜甲 : 거북등껍질)으로 만든 테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이 안경의 발견(1984)으로 우리 안경의 역사는 임진왜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옛 안경전시실에는 학봉선생의 안경 이후로 17세기의 귀갑 대못 안경에서부터 18세기 우각(牛角) 꺾기다리 안경, 19세기 무테 안경, 외알 안경, 20세기 뿔테 안경에 이르기까지 해당 시대 안경의 역사와 특징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하지만 사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만한 곳은 단연 유명인사 안경 전시실. 수년 전 유행한 동그란 테의 김구선생 안경에서부터 5·16 쿠데타 당시 박정희 소장이 쓴 검은 선글라스, 인천 상륙 당시 파이프를 문 맥아더 장군의 선글라스까지, 진품을 만든 안경 제작사에서 다시 제작한 복사품이지만 사람들에겐 당시를 회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에 충분하다.

    조선 안경 ‘애체’를 아시나요
    30여 명이 넘는 유명인사 안경 전시품 중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안경(진품)은 이들 ‘멋쟁이’ 부부의 향취를 느끼게 한다. ‘이승만’이라는 이름이 안경테에 뚜렷이 새겨진 이 안경은 귀갑으로 된 테에 16세기 이후 동양 최고의 안경알로 각광 받은 경주 남산의 수정을 소재로 만들었다. 일명 경주 남석 안경. 조선 후기 명문대가 집안이 아니면 사용이 어려운 고가 제품이다. 반면 프란체스카 여사의 안경은 부러진 곳을 반창고로 붙여 쓴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다. ‘근검절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통령이 바로 최규하 전 대통령. TV 화면을 통해 잘 알려진 최대통령의 검은 사각 뿔테 안경을 자세히 보면 땀이 배어 바랜 모습과 함께 부러진 안경테를 아교로 교묘히 때운 흔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안경 수집에 직접 나선 정시채 총장은 “중국 상하이와 남대문 안경기기 시장 등 세계와 국내를 돌면서 얼마나 우리 안경학의 체계가 허약한지 깨달았다. 유수한 역사를 지닌 우리 안경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