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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오지랖도 넓네!

이 사업 저 사업 일단 판 벌리고 보자 … 성급하고 방만, 경제논리 적용도 지나쳐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문화관광부 오지랖도 넓네!

문화관광부 오지랖도 넓네!
지난 9월7일과 8일 신문에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와 연관된,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사 두 편이 연속 등장했다. 하나는 문광부가 ‘콘텐츠’ 개념의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기사였다. 문광부와 민주당은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콘텐츠’ ‘디지털 콘텐츠’ 등의 용어를 처음으로 정리해 법률에 도입했다. 새 법률은 콘텐츠를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 및 이들의 집합물’로 규정했다.

또 다른 기사는 새 중앙박물관의 개관을 연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광부 산하인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은 중앙박물관의 개관을 2003년 12월에서 2005년 6월 이후로 1년 6개월 이상 연기했다. 기획단은 추가 예산 1000억 원 확보, 부족한 학예직 인력 확보, 부실 시공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의 개선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 두 기사는 문광부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요즈음 문광부에 대한 평가는 대략 이 같은 말로 요약된다.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고 방만하다’.

최근 문광부는 문화산업 쪽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삼아 200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는 세계적 수준으로, 영화·음악·방송영상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문광부는 총 8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방송영상 등의 전문인력 4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8월24일에는 문광부 산하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출범했다.

그러나 아직 콘텐츠라는 단어의 개념도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80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벌여놓았다는 사실은 아찔하기 짝이 없다. 사업을 한창 진행한 후에야 사업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했다는 뜻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광부의 성급함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올 7월에는 ‘5년 안에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같은 세계적 축제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가 축제 전문가들에게서 ‘축제가 그렇게 금방 만들 수 있는 행사인 줄 아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8천 억 쏟아붓기

8월에 문광부는 한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가 또 한번 된서리를 맞았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 현지 청소년을 위한 ‘한류 체험관’을 만들고 정부 차원에서 해외공연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 한류 육성정책의 내용이다. 이 발표가 있자마자 유난히 민족적 자긍심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중문화를, 그것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문광부 내에서도 이런 점들을 인지하고 있다. 한류 지원 대책은 정부에 떠밀린 감이 있다”고 이 정책의 성급함을 인정했다.

숙명여대 홍사종 교수(문화관광학)는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문화산업 육성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광부 관계자 역시 문화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때문에 문화정책이 문화산업에만 치우친 것으로 오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문광부 예산을 살펴보면 문광부의 정책이 산업 쪽에만 치우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윤용중 연구원이 민예총의 8월 월례문화정책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문화예산의 총액은 1993년 1680억 원, 1997년 4423억 원, 2001년에 1조458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반면, 문화산업 예산은 1999년에 168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495% 증가한 뒤, 2000년 1787억 원, 2001년 1478억 원으로 감소했다.

문광부의 넘치는 의욕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또 문광부는 시민단체가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한 ‘천년의 문’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 과거보다 한층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문광부가 지나치게 경제 논리로 문화정책을 재단한다는 데 있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의 이원재 정책실장은 “몇 달 전만 해도 스포츠신문에나 등장한 한류가 돈이 된다고 하자 문광부가 갑작스레 한류를 육성한다고 나섰다. 이처럼 문화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논리가 문광부의 모든 분야에 접목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정책실장은 “뛰어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출판만화의 환경은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고 음반 및 비디오법에 의한 검열, 인터넷 사이트 등급제 등이 횡행하는 실정입니다. 자유로운 창작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2005년 게임산업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단기적으로 무언지를 이루겠다는 발상보다는 인적 자원의 개발, 국민의 문화적 감수성 개발 등이 문광부가 힘써야 할 정책 아닐까요”라고 반문한다.

문화관광부 오지랖도 넓네!
시설투자에만 급급하고 인적 투자는 등한시하는 것도 문광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앙박물관의 개관 연기 사태는 이러한 문광부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앙박물관의 개관을 위해 필요한 학예인력 중 문광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인원은 40여 명 남짓이다. 중앙박물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직 200여 명이 부족하다. 학예직은 양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문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박물관 개관에 가장 큰 걸림돌은 건물의 날림공사가 아니라 인력 부족인 셈이다. 이처럼 문광부는 눈에 보이는 정책, 인기를 끌 수 있는 전략에 집착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한 정부의 태도를 답습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문광부는 문화산업을 육성해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 내겠다는 장밋빛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문화정책을 통해 국민이 무엇을 향유할 수 있는지 우선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정책은 국민 개개인을 애니메이터나 게임 전문가로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인으로 키우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공연기획가의 지적은 현재 문광부가 어떤 점을 놓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국에 진출해 큰돈을 벌었다는 ‘난타’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사물놀이 없이 난타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문광부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자생력을 갖춘 난타 같은 작품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놀이 같은 전통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입니다. 민간이 못하지만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 잘 드러나지 않는 음지의 일, 그게 정부가 할 일입니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72~73)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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