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2

2001.09.20

‘가족 같은 이웃’ 옛말 누가 사는지도 몰라

아파트 거주자 15% 폐쇄적인 생활

  • < 노규형 /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 kyuno@randr.co.kr

    입력2004-12-21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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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화에 따른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이웃이라 하겠다. 예전에 이웃은 가족처럼 내왕하면서 길흉사를 챙겨주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훈육을 담당하였다. 그런데 도시화·핵가족화·아파트화하면서 그런 이웃개념은 점차 사라졌다.

    금년 초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주변에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는가’고 물은 적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는 응답이 57.5%, 없다는 응답이 43.5%로 있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조금 넘었다. 그런데 대도시 거주자 중에서는 있다는 응답이 50%에 지나지 않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서는 51%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군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서는 77%, 주택 거주자는 61%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같은 조사에서 ‘바로 이웃과 어떻게 지내는가’고 물었더니 응답자 중 50%는 인사 정도만 한다고 하고 19%는 가끔 왕래한다, 22%는 가족처럼 지낸다고 하고, 9%는 전혀 모르고 지낸다고 하였다. 인사만 하거나 전혀 모르고 지낸다는 사람은 대도시 거주자 중 67%나 되는 반면 군지역 거주자는 45%에 지나지 않는다. 전혀 모르고 지낸다는 응답이 아파트 거주자 중에는 15%나 되어 4%에 지나지 않는 주택 거주자보다 훨씬 폐쇄적으로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도시화에 따라 ‘가족 같은 이웃’의 개념이 몹시 희박해지고 젊고, 학력이 높을수록, 아파트 거주자일수록 이웃간 교류도 적어 개인주의화하고 공동체 의식이 매우 낮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인주의적 삶의 양식이 보편화한 나라인 미국에서 역설적으로 최근 이웃 공동체 역할을 강조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상원의원인 힐러리 여사인데 그녀는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나서야 한다’(It takes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책을 통해 아동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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