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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특별법’ 아직은 순항중

15개 자치단체장協 법안 마련 10월 발의 … 주민 권익 보호·SOFA 보완 의도 담겨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미군기지 특별법’ 아직은 순항중

‘미군기지 특별법’ 아직은 순항중
미군기지 특별법’은 제정될 것인가. 미군 주둔지역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에 대한 국가 지원을 의무화하는 일명 ‘미군기지 특별법’(안)이 오는 10월중 의원입법으로 발의될 예정이어서 향후 입법화 과정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미군 공여지역 지원 및 주민권익보호에 관한 법률’(안). 대한민국 영역 내 배치된 미국 군대에 대한 시설과 구역의 제공 및 반환, 미군 공여지역 관할 지자체의 손실 보전, 미군 공여지역 발전계획 및 주민 피해구제 관련사항 등을 법제화함으로써 해당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주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게 제정 의도다.

그러나 법안의 더 큰 의의는 한국이 미국과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협의할 경우 한국이 준수해야 하는 국내법적 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불평등한 현행 SOFA(한ㆍ미주둔군지위협정)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국내법이란 점. 이는 한국정부가 미국과 현안을 토의함에 있어 국내법에 의거해 수렴한 의견들을 미국에 제시해 협상력을 더 높일 수 있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 15개 미군기지 주둔지역 기초의회 의장단도 지난 9월3일 서울 용산구의회에서 ‘특별법 제정 지지 결의대회’를 갖고 가칭 ‘미군공여지역기초의회협의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입법추진을 위한 ‘애드벌룬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미군기지 특별법’ 아직은 순항중
법안 마련의 주체는 ‘미군기지주둔지역자치단체장협의회’(이하 협의회). 미군기지 주둔으로 인한 제반 문제를 공동해결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 발족한 협의회는 서울 용산구, 부산 동ㆍ부산진구, 대구 남구, 인천 부평구, 경기도 의정부ㆍ평택ㆍ동두천ㆍ하남ㆍ파주ㆍ화성시 등 미군이 주둔한 전국 15개 지역의 단체장 모임. 협의회는 결성 5개월 후 법안 마련에 합의한 뒤 수차례 설명회와 토론회를 거쳐 지난 6월16일 대구 남구청에서 열린 협의회 제3차 회의에서 법안을 채택하고, 3일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확정 발표했다.

법안 작성자는 법무법인 덕수. 지난 4월 ‘매향리 사건’ 재판을 주민 승소로 이끈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약칭 민변) 산하 주한미군 소송전담법률가팀인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석태 변호사(48)가 속한 곳이다. 덕수측은 지난 2월 협의회에서 법안 작성 용역을 의뢰 받아 민변 소속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 법안을 완성했다.



문제는 이렇게 외양을 잘 갖춘 법안을 어떻게 SOFA와 충돌을 피하면서 해당 지자체 및 주민 이익, 나아가 국익이 잘 조화하도록 법제화할 것인지에 있다.

법안 작성에 참여한 이석태 변호사는 “엄밀히 따져 SOFA는 국제법이고 이번 특별법안은 국내법이다. 따라서 양자가 법적으로 ‘명백히’ 충돌할 부분은 없다. 그러나 향후 한·미간 SOFA협상에서 국내법인 이 법을 근거로 불평등한 내용의 개정 등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군기지 특별법’ 아직은 순항중
이런 상징적 의미 외에 법안의 실제적 효과도 크다. 협의회 사무처장으로 협의회 결성을 사실상 주도한 이재용 대구 남구청장(47) 역시 법 제정 이후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구청장은 “지자체마다 미군 주둔에 따른 피해 유형은 다양하지만, 지금껏 애매한 SOFA 규정 때문에 해당지역 주민과 자치단체는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군 주둔지역 지자체의 재정 손실 보전을 위해 정부가 종합토지세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일정금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 공여지로 인한 15개 지자체의 종합토지세 결손액은 117억8300만 원(평균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 지방(시·군·구)세 결손액 479억7300만 원을 더하면 597억 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이 결손액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법안은 이런 지자체 재정손실 보전뿐 아니라 미군에 의한 피해보상, 미군 주둔지역의 주민 복지향상 등 미군과 관련한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상자 기사 참조).

그렇다면 법 제정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는 없을까. 지난 9월5일 현재 공동발의에 동의한 여야 의원은 35명. 의원입법에 필요한 20명을 넘어섰다. 법안 대표 발의자는 목요상 의원(한나라당, 동두천·양주). 목의원측은 “지난 8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법안 검토를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 국회에 상정한 후 연내 법제화를 목표로 하되 늦어도 내년 상반기를 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법 제정의 당위성과 입법 취지에 대해선 여야간 이견이 없어 목의원측은 서명의원 수를 지역구 내 미군 주둔지역을 낀 의원 18명을 포함해 50∼60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환경부 등 유관 정부부처간 이견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과제는 남는다. 이에 대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한 실무자는 “10월에 법안을 제출해도 법안 내용이 꽤 복잡해 실제 법안 심의는 11월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협의회측은 “법안 통과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이는 절차적 문제일 뿐 법 제정 자체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관측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의 속내.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과 관련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에게서 ‘고맙다’ ‘미안하다’는 격려를 많이 받는다. 미국을 의식해 정부가 드러내 놓고 특별법안을 환영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액션’을 취한 것에 대해 내심 기뻐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법안 마련 초기부터 협의회와 함께 활동해 온 ‘미군기지되찾기대구시민모임’ 배종진 사무국장(35)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일본·독일처럼 한국도 자국민 권익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갖는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 논의가 아직 정치권 등 소수에만 머물러 해당지역 주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협의회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9∼10월 춘천 대구 인천 등 미군 주둔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어쨌든 ‘미군기지 특별법’(안)은 적어도 입법과정에서만큼은 ‘암초’에 부딪칠 위험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한국민의 자기 권리찾기’보다 ‘찾은 권리’를 제대로 지켜가는 일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44~46)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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