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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 불똥 어디로 튈까

구조조정자금 451억 횡령 혐의로 구속 … 실세 관련說 정치권 민감한 반응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이용호 게이트’ 불똥 어디로 튈까

‘이용호 게이트’ 불똥 어디로 튈까
구조조정의 달인’ 또는 ‘M&A(인수 합병)의 귀재’인가 아니면 빼돌린 회사 돈으로 ‘한탕’을 시도한 증시의 ‘검은 손’인가. 지난 9월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G&G그룹 이용호 회장(43)을 구속함으로써 증시가 ‘이용호 게이트’로 몸살을 앓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이회장이 검찰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적용에 반발한 가운데 검찰이 이회장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밝힌 이회장의 혐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이회장은 자신이 인수한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대금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회장이 받고 있는 또 다른 혐의는 시세조종 혐의. 검찰에 따르면 D신용금고 김모 회장 등과 함께 이회장 자신이 인수한 부실기업의 금괴 발굴 사업 추진과 관련한 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뒤 되팔아 154억 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수사 초기단계여서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는 엠바고(보도시간 제한)가 깨진 것에 상당한 아쉬움을 갖는 듯한 분위기. 이회장을 먼저 구속한 후 정치권 관련 인사 등에 대한 수사를 충분히 한 다음 ‘한건’ 터뜨리려던 계획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검찰 출입기자단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엠바고를 받아들였지만 ‘머니 투데이’ 등 인터넷 신문이 이회장 구속 사실을 보도하는 바람에 엠바고가 깨졌다는 후문.

이회장 구속 이후 정치권, 그 중에서도 여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작년 증시를 뒤흔든 정현준·진승현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치권 인사 관련설이 불거져 나오면 여권으로서는 살얼음을 걷는 듯한 ‘신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야당에 빼앗길 게 뻔하기 때문. 관례대로라면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맡아도 충분한 사건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직접 ‘칼’을 빼든 것도 정치권으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부분이다.

검찰은 현재 정치권 관련설보다는 폭력조직과의 연계설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분위기. 검찰의 이회장 구속영장에는 이회장이 99년 5월14일 조직 폭력배 두목이던 O씨에게 1억5200만 원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광주 지역에서는 이미 두 사람이 90년대 초반 건설업을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이회장을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통보’까지 했는데도 그가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회장의 정치권 로비설의 근거로 거론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 통상 검찰은 금감원의 ‘통보’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올 3~5월중 G&G 관련 3개 종목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증권거래소에서 통보 받고 7월23일부터 조사하는 등 ‘이용호 압박작전’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회장이 정·관계에 로비를 시도하려 한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일부 정치인들이 금감원 쪽에 전화를 걸어 이회장과 관련해 문의한 적이 있기 때문.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사석에서 “금감원 쪽에서 이회장에 대해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얘기한 후에야 국회의원들의 문의 전화가 잠잠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회장은 또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게도 ‘점심이나 한번 하자’는 뜻을 전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이회장이 정치권을 쑤시고 다녔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회장은 특히 민주당 인사들과 선을 대기 위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이회장이 ‘금감원이 자신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일부 정치인이 관심을 보이기는 했으나 정치권 실세들과 선을 대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올 3월 무렵부터 계속된 금감원의 ‘밀착감시’ 때문이다.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 유병태 부국장은 “이회장에 관심을 둔 것은 시장에서 이회장에 대한 좋지 않은 ‘풍문’이 나돈데다 올 3월 D금고 검사시 이회장이 설립한 G&G구조조정전문㈜에 대한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초과액 73억 원)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시 즉시 대출금 회수를 지시하고 다른 금고에 대해서도 감시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금고를 이용한 불법 대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금감원의 이런 조치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금감원 유병태 부국장은 “올 4~7월중 이회장이 금감원을 세 차례나 방문해 금감원의 밀착감시 때문에 자신의 ‘건전한’ 기업 활동이 지장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 이성희 국장은 이회장에게 금고 등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보다 투명·적법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전언.

그러나 “억울하다”는 이회장의 항변은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회장을 만난 민주당 K 의원의 한 측근은 “K의원이 의원회관으로 예고도 없이 찾아온 이회장을 어쩔 수 없이 만나긴 했지만 K의원은 사전에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정보를 듣고 있어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도 않았고, 면담 시간도 3~4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회장의 ‘전력’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회장이 정치권 실세를 들먹이며 ‘그를 잘 안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작년 말 그와 한동안 동업했다고 주장하는 광주의 지인에게서 ‘그런 사람은 절대 만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그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얘기는 여권에도 상당히 퍼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용호 게이트’ 불똥 어디로 튈까
이런 증언은 그에 대한 언론의 평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 언론에서는 그를 ‘국제통화기금 체제가 낳은 마지막 금융 스타’로 소개해 왔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구조조정 전문가’로 변신, 인터피온(옛 대우금속), KEP전자(옛 한국전자부품), 삼애인더스 등 부실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올린 다음 되파는 방법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알려진 데서 나온 평가였다. 집안이 가난해 광주상고를 야간으로 졸업한 후 광주에서 사업하다 90년대 후반 서울로 올라와 고생 끝에 일군 결실이었기에 그의 성공은 더 드라마틱하게 비쳤다.

그의 과거 행적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90년대 초반 한때 이정일 의원(민주당·해남 진도)이 대주주로 있던 반도건설 사장을 역임한 부분. 이의원의 한 측근은 “이의원은 반도건설을 이용호 회장에게 맡겼다가 큰 손실을 보고 정리했으며, 이 때문에 부친의 신임을 잃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이용호 회장은 평소 “반도건설은 이의원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회장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대박’을 좇아 ‘머니 게임’에만 열중하는 증시의 ‘검은 손’이라는 평가가 더 어울리기 때문. 광주 지역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제 쌍용화재와 조흥캐피탈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금융 소그룹의 ‘황제’를 꿈꾼 그의 야망은 지연 또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이회장은 검찰의 횡령 혐의 적용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회장이 99년 10월 KEP전자㈜를 인수한 뒤 발행한 전환사채권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대출 받거나 제3자에게 매각, 41억 원을 횡령한 것을 비롯해 작년 7~12월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KEP전자와 ㈜인터피온의 유상증자 대금과 전환사채 발행 대금 등 모두 451억여 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에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굳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빼돌린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일이 없는데도 횡령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업 경영 관행이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유상증자 대금이나 전환사채 발행 대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펼쳐 돈을 번 뒤 기업가치를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항변인 셈이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한 진실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주가 조작으로 한탕하려는 사람도 나쁘지만 이런 사람이 활개칠 수 있도록 방조한 것은 우리 증시의 후진성이다. 일반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시장을 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30~31)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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