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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동교동 정치’

권노갑 ‘화려한 부활’

당·청에 핵심 측근 배치 파워 과시 … “정풍론 또 나올라” 불안감 여전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권노갑 ‘화려한 부활’

권노갑 ‘화려한 부활’
”역시 권노갑이야.”

민주당 대표 임명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이 정리되어 한광옥 체제가 굳혀지자 민주당 한 인사가 터트린 탄성이다. 그의 지적처럼 ‘돌아온 권노갑’의 ‘힘’은 여전했고 카리스마는 살아 있었다. 이번 당정 개편을 계기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중심이 된 동교동 구파는 청와대 비서실과 당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광옥 대표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등 두 인사가 DJ 정부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중심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화갑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당내 대선주자들이 당정개편 정국에서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권 전 위원은 여권 권력지도 개편에 나선 지 단 며칠 만에 큰 구도를 정리해 버렸다. 이로써 그는 다시 한번 세인들에게서 ‘파워맨’임을 확인 받으며 화려한 부활의 서곡을 울렸다. 당내 소장 개혁파들이 ‘쇄신 대상 1호’로 그를 점찍고 재차 강력한 반발에 나섰지만, 동교동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대세를 형성한 권 전 위원의 행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지고 보면 권 전 위원은 DJ 정부 출범 이후 ‘비상과 추락’을 오가며 파워게임의 비정함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신주류에게서 집중 견제를 받아 한동안 외국을 돌며 ‘한’을 삭이기도 했으나, 99년 8월 16대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의 복귀를 계기로 권력 중심으로 재차 이동했다. 2000년 총선을 지휘하며 부활에 성공한 그에게 더 이상 불운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해 12월 국정쇄신론으로 무장한 개혁파 인사들에게서 ‘불의의 일격’을 받고 다시 외곽을 도는 수모를 당했다. 3개월 동안 와신상담한 그는 올 3월 마포에 사무실을 내며 다시 승부수를 던졌지만 5월 당내 정풍파는 그의 앞길을 또 가로막았다. 권 전 위원의 이번 부활은 그런 좌절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어느 때보다 강인하고 치밀한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권 전 위원의 이번 부활은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내년 연말로 다가온 대선과 그에 앞서 치를 지방선거 등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임무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선주자 중 일부가 권 전 위원의 정치 중심으로의 이동을 지원했다는 풍문은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 당내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이인제 최고위원과의 막후 교감설이 터져 나오며 민주당 내 최고 킹메이커로서의 입지 구축에 성공한 듯 보인다



그렇지만 권 전 위원의 이번 부활을 ‘절반의 성공’으로 보는 시각도 의외로 많다. 이번 당정개편을 둘러싼 파워게임을 속속들이 지켜본 당내 인사들일수록 권 전 위원의 카리스마나 영향력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권력 핵심을 비워두고 외곽을 돈 기간이 길어 그의 권위와 파워가 무뎌졌다는 그럴듯한 배경설명까지 묻어 나온다. 그가 비운 권력의 빈 공간에는 이미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들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었고, 새로운 질서는 이번 당정개편을 계기로 그의 등장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 특히 그 같은 움직임을 보인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그가 믿는 핵심들이란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어 권력 이면의 흐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권위와 파워 전만 못 해” … ‘절반의 성공’ 시각도

이번 당정개편의 복판에 서 있는 한 인사는 “당초 권 전 위원의 구상과 실제 이뤄진 당정개편 결과는 차이가 많다”며 절반의 성공이 내포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권 전 위원 캠프의 당초 구상은 이수성 총리-한화갑 또는 한광옥 대표-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는 것. 여기에 김근태 정동영 최고위원이나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의 입각이 곁들여지는 ‘이수성 내각’의 구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권 전 위원 캠프의 이런 복안은 어찌된 일인지 중간단계에서 퇴색하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권 전 위원은 당분간 침묵으로 일관할 계획이다. 한 측근은 “여소야대 정국을 탈피할 수 있는 정국운영 전략과 지방선거 및 정권 재창출과 관련한 역할을 놓고 호흡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돌아온 장고’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16~16)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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