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1

2001.09.13

‘3세대 고졸 홈런왕’ 신화 만들기

  • < 강희수/ 일간스포츠 야구부 기자 > bada@dailysports.co.kr

    입력2004-12-20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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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 고졸 홈런왕’ 신화 만들기
    필요할 땐 반드시 한방 날린다.” 프로야구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김태균 선수(19)에 대한 평가다. 8월31일 현재 그는 65경기에서 51안타 14홈런, 타율 3할1푼9리를 기록하였다. 신인치고는 대단한 성적인데 그의 존재가 더욱 빛나는 것은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터뜨리는 ‘깜짝 홈런’ 때문이다. 김태균은 지난 8월21일 현대전, 25일 LG전, 28일 SK전 등에서 팽팽하던 균형을 깨뜨리는 끝내기 홈런을 침으로써 한화의 ‘보배’로 자리매김했다.

    김태균은 야구명문 천안 북일고를 나와 올해 한화에 입단한 새내기. 지난해 고졸 신인 타자 중 두 번째로 많은 1억6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마을 씨름대회에서 매번 1등을 도맡을 정도로 장사였다는 조부의 체형을 물려받아 김선수도 키 184cm, 몸무게 91kg의 듬직한 체구를 자랑한다. 김태균이 ‘소년 장사’라는 별명을 듣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 그렇다고 힘만 믿는 선수는 아니다. 투수와의 머리싸움 역시 이미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붙은 또 다른 별명이 ‘단수 9단’이다. 지난해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 예선전 때 일이다. 공주고와의 3연전 중 2차전에서 김태균은 3타석 연속 홈런을 날렸다. 다음 날 경기에서 공주고는 김태균이 나오자 승부를 피하고 고의 사구로 내보냈다. 고교 야구는 김태균이라는 그릇을 담기에는 너무 좁은 무대였다.

    그러나 프로에 진출한 후 마음껏 불방망이를 휘두를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의 가능성에 대해 한화의 코칭스태프도 일찌감치 알았지만 문제는 수비 포지션이었다. 고교시절 그가 맡아온 1루에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이 버티고 있던 것. 지명타자 자리는 지난해 6월 두산에서 온 좌타자 김종석이 꿰찬 까닭에 아무리 뛰어난 신인이라 할지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결국 포지션을 바꿔 3루 수비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은 그는 8월11일 이후에야 합격사인을 받고 주전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김선수의 등장은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한이의 독주로 끝날 것 같던 신인왕 레이스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롯데 김주찬(20)과 함께 신인왕 경쟁이 3파전 양상을 띤 것. “신인왕이 되면 좋겠지만 타이틀에 연연하다 보면 팀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되도록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버리려 애쓴다”고 말하는 김태균은 어쩌면 벌써 신인왕 이상의 것을 마음속에 챙겼는지도 모른다.

    코칭스태프에게서 “이승엽의 홈런 기록을 깰 사람은 이 친구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는 ‘3세대 고졸 홈런왕’ 김태균. 이제 야구팬들은 한화가 박빙의 경기를 펼칠 때면 그의 방망이를 숨죽여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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