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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난민 “체코는 희망의 나라”

간편한 입국 절차, 경제안정 등 최적의 조건 갖춰 … 이민자 급증으로 새 이민법 모색

  • < 윤종석/ 프라하 통신원 > yoon@volny.cz

동유럽 난민 “체코는 희망의 나라”

동유럽 난민 “체코는 희망의 나라”
최근 체코로 이민하려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통계에 의하면 이민을 요청한 외국인의 숫자가 전 유럽에서 8위에 해당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체코는 ‘떠나는 나라’였다. 외국인을 혐오하는 스킨헤드들의 등쌀에 못 이겨 영국으로 이주하는 집시들이나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주는 독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체코인 등이 일반적인 경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체코는 당당히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체코 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체코에 이민을 요청한 사례가 1만1400건에 이른다. 작년 한 해 이민 요청이 8773건이던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우리는 전통적인 이민 목표국가인 스웨덴을 따라잡았습니다.” 체코 내무부의 망명 및 이민정책국장인 토마시 하이슈만의 말이다.

이민 받아들이는 나라로 변신

이민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체코 내무부는 이민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을 제정할 것을 의회에 요구하였다. 정부와 관련 부서는 이미 몇몇 나라의 이민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체코에 망명이나 이민을 요구한 사람은 주로 아프가니스탄·스리랑카·인도 출신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통계를 보면 이민자들의 출신 국가가 우크라이나·몰도바·루마니아 등 구소련 연방국가 쪽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인은 전체 이민 요청자들 중 거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다음으로는 몰도바 출신이 14%, 루마니아 10%, 인도 8%, 베트남 7%, 그루지야 6%, 아르메니아 6%, 러시아 4%의 순이다.



그렇다면 왜 구소련 연방국가들에서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있을까? 또 이들이 체코를 이민 희망국가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현행 체코 이민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이민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이민 절차 수속 후 국가의 공식통보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체코 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민 절차 또한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이민은 체코에서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입니다.” 토마시 하이슈만의 말이다.

예전에 대거 유럽으로 몰려온 아프가니스탄 사람은 정치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망명을 결심한 사람이었다. 이에 비해 구소련 연방국가 출신들은 주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고국을 떠났다. 연방 해체 이후 격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 나라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되었고 현재 EU(유럽연합) 준회원국으로서 2004년 정회원국을 목표로 하는,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그리 멀지 않은 중유럽의 중심국가인 체코가 꿈과 희망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체코 이민이 주는 이득은 이것만이 아니다. 체코의 이민법은 이민 요청자들이 난민수용소 외에서 거주하는 것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난민수용소 외의 다른 곳에서 살 경우 ‘거주 부담금’까지 제공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체코로 온 난민의 3분의 2가 수용소를 떠나며 거주 부담금을 신청했다. 그래서 난민이 많이 증가했는데도 체코 각지에 있는 난민수용소에는 늘 여유가 있다. 일단 수용소에 온 난민은 간단한 건강진단을 마치자마자 거주 부담금을 신청하고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비록 이민을 요청하는 숫자가 3배 가량 늘었지만 브르노(체코의 제2도시) 근처의 자스타브체뿐 아니라 체코 전역 다른 곳에 있는 난민수용소도 수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자스타브체에 있는 난민수용소장인 야나 베네쇼브스카의 말이다.

동유럽 난민 “체코는 희망의 나라”
내무부는 체코의 관대한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는 이민 신청자 수를 제한할 수 있는 새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이민 첫 해에는 일할 수 없으며, 이민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체코 도착 즉시 추방당할 수도 있다. “적법한 이민 신청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면 공항의 입국 수속 카운터에서 바로 이민이 거절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내무부 관리인 마리에 마사르지코바는 설명한다.

난민보호기구의 대표자인 파벨 티흐틀은 이민법이 엄격해지면 체코를 찾는 이민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불법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이 있는데도 동유럽의 난민에게 체코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주변국들보다 까다롭지 않은 거류 및 이민법과 값싼 물가, 인근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문화 수준, 제대로 갖춰진 사회보장제도 등은 아직도 이들 나라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 이민법이 엄격해지면 체코 내부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 이민 신청자들은 수도관 공사나 신축 아파트 공사 등의 건설현장에서 주로 일해 왔다. 이 많은 값싼 인력들이 되돌아갈 경우 이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이민 거부는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헛된 것일 뿐이다.” 체코의 유력 일간지인 MF DNES 지의 논설위원 카렐 슈타이게르발트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체코 의회는 오는 9월부터 이민을 제한하는 새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1.09.13 301호 (p58~59)

< 윤종석/ 프라하 통신원 > yoon@volny.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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