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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반란’이었나 ‘투정’이었나

재선 출마·대표직 둘러싼 ‘당·청 갈등’ 허망하게 끝난 사연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김중권 ‘반란’이었나 ‘투정’이었나

김중권 ‘반란’이었나 ‘투정’이었나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화가 났다. 지난 8월27일의 당무 거부는 김대표의 이런 감정이 묻은 대표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좀처럼 화내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정치생명을 건 승부 아니겠느냐”고 우려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그의 ‘거사’는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청와대와 동교동계 연합군에 의해 일단 평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27일 “누가 이탈했나, 복귀하게…”라는 말로 ‘당무 거부’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김대표는 27일 오후 청와대 만찬에 참석 ‘1일 천하’의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그럼에도 양진영의 골 깊은 갈등구조는 그대로 존속한다. 김대표는 그동안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해 당내 동교동계 인사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견제와 간섭에 시달려 왔다. 한 측근은 이를 ‘인간적 모멸’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 구로을 재선거를 놓고 청와대 및 일부 동교동 인사들과 벌인 갈등 양상은 김대표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지난 8월23일 박상규 사무총장이 김대표 출마론을 거론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즉각 “김대표가 욕심을 부린다”는 말로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김대표측이 공개적으로 출마 얘기를 꺼낸 것은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김대표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부 인사들은 특히 김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를 노리는 것이 무엇보다 못마땅했다.

한 관계자는 “김대표가 출마하더라도 대표직은 놓고 가는 것이 당인의 도리 아니냐. 이겨도 본전인 선거에 당대표가 가서 패배라도 한다면 그 후 야기될 정국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지극히 개인주의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였다.

양진영 골 깊은 갈등구조는 그대로

김대표측은 청와대 비서실과 일부 동교동 인사들의 이런 반발에 고도의 정치 계산이 깔렸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구로을에 누가 출마한들 당선된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청와대측의 출마불가 논리를 반박하며 “지난 3월 개각 때부터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른 대표 흔들기 양상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표측은 대표 흔들기의 최종 목표가 ‘김중권 용도폐기론’과 맞물린다고 진단한다. 더 이상 동진정책 등이 불가능하자 이참에 그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고 힘있는 실세를 대표에 발탁, 당을 대선체제로 몰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청와대와 당내 실세의 대표 취임설이 끊임없이 거론되었다는 것이 대표실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한광옥 비서실장과 그의 주변 사람이 당 대표직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으로 거론된다. 김대표측은 그동안 불만을 입에 담지 않고 속으로만 삭였다고 한다. 그러나 갈수록 ‘흔들기’가 심하고, 참다 못한 김대표는 “8월24일 이런 상황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이호웅 대표 비서실장이 밝혔다. 김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과 청와대의 대폭적 인적 쇄신을 주장했으며 몇몇 수석비서관 및 일부 가신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당초 예상대로 김대표의 ‘몽니’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여권 전체가 난국에 빠지는 것을 그냥 당할 수는 없었던 듯하다.

김대표는 이번 사태를 통해 김대통령의 신임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 “김대표의 당무 거부는 여권 핵심부에 상황을 조기에 정리해 달라는 애교 섞인 주문을 한 것일 뿐이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러나 그가 당무 복귀에 나서더라도 당과 청와대 사이의 앙금은 쉽게 치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쌓인 앙금의 두께가 두껍고 앞으로도 사사건건 파워게임의 양상을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표가 동교동계 구파와의 대립을 계기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여권 내 새로운 대안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일 경우 이번 파동은 여권 내 권력투쟁의 서막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의 권력투쟁은 결국 김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으로 이어지며 여권 전체에 통제 불능의 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힘의 돌발 분출현상을 어떻게 적절하게 제압할 수 있느냐가 그의 임기 말 파워의 강도를 규정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과연 어떤 묘수가 나올지 김대통령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16~16)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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