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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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퇴임 후 기거할 사저를 찾아라

당초 계획한 아태재단 건물 5층은 “비좁아 불편”… 동교동 떠날 듯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1-18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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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퇴임 후 기거할 사저를 찾아라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처할 ‘사저’를 옮길 전망이다. 당초 김대통령측은 동교동 옛 사저를 헐고 이 자리에 아태재단 사무실과 사저로 쓸 빌딩 신축 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이 마포구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태재단측은 2000년 12월 건물 내 사저 공사를 중단하고 이 공간을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했다. 이는 동교동이나 일산 등 옛 사저자리가 아닌 제3의 장소를 사저로 물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대통령과 아태평화재단측은 지난 2000년 8월 동교동 사저를 철거하고 인접 부지를 매입해 지상 5층 지하 3층의 새로운 건물을 지어 4층까지는 아태재단 사무실로 쓰고, 5층에는 사저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를 언론에도 공개했다. 집무실과 사저를 한 건물에 배치하는 것과 관련해 김대통령 측근들은 경호문제와 한국 현대사에서 ‘동교동’이 갖는 상징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배경을 들었다.

    아태재단측이 2000년 8월 서울 마포구청에 제출한 설계도면에는 김대통령과 아태재단측의 ‘동교동 사저’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설계도면에 따르면 아태재단측은 건축중인 빌딩 5층을 주거용으로 설계해 공사를 시작했다. 5층 내부 구조물은 침실 3개와 서재 1개, 거실 2개, 화장실 3개 및 주방과 식당, 다용도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눈에 꽤나 넓은 주거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1일 아태재단측이 마포구청에 설계변경을 요구하며 제출한 설계도면에서 주거용 구조물은 모두 제거했다. 대신 5층은 업무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아태재단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축중인 아태재단 빌딩에) 사저는 없다. (5층은) 집무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저 거론 아직 이르다” 문제 부각 경계





    아태재단의 한 관계자는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당초 회의도 하고 식사도 하고 잠도 자는 영빈관 성격의 숙소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내부 공간이 너무 작고, 아태재단 사무실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5층을) 사무실 공간으로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층이 90여 평이지만 주거용 공간은 30~40여 평에 지나지 않는다. (사저용으로) 쓰기에는 불편한 공간이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옛 동교동 사저(한옥 건물)를 헐어 버린 것도 내부 공간이 30여 평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제3의 사저를 어디에 마련할까. 김홍일 의원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당초 일산으로 돌아가는 방안, 동교동(아태재단)에 거주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만약 동교동행을 취소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사저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고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경계했다. 아태재단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거주하던 동교동 사저 자리(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1번지) 85평은 지금도 김대통령의 소유로 별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이곳에 사저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태재단 주차장 및 마당에 해당하는 이 공간에 건물을 지을 경우 재단 빌딩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빌딩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곳을 사저로 만들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곳에 사저를 짓겠다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 조만간 (사저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아태재단 빌딩은 당초 2001년 9월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져 12월로 완공 시기를 늦췄다. 아태재단 사무실과 사저를 동교동에 함께 마련하는 계획을 수립할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외국에서 귀빈도 오고 할 텐데 골목길로 모실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교통이나 주변 전망에 대한 우려를 표명, 교통이 편리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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