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패션과 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남성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아저씨 양복’ 대신 좀더 자유로운 스타일의 ‘캐릭터 캐주얼’이나 ‘비즈니스 캐주얼’이 크게 각광 받는 추세. 이에 따라 의류업체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캐주얼 정장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출퇴근의 경계가 없는 on-off형 남성복과 실용성을 강조한 벤처패션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정통 신사복 개념에서 벗어나 일과 여가 시간의 경계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스타일이 사랑 받게 된 거죠.”
토종 빅3에 명품 매장까지 가세

일명 ‘뉴 서티’(New Thirties)라고 하는 신귀족 그룹의 등장도 남성복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벤처 붐을 타고 형성된 이들 신흥 고소득층은 프로답게 일하며 레저나 문화, 여가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고자 한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일과 휴식에 모두 어울리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정장과 캐주얼이 선보인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여성이 주도해 온 패션시장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남성복 시장에서도 이제 시즌별로 빠른 트렌드 변화와 세분화가 두드러진다. 정통 신사복 시장을 주도한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 등 ‘빅3’는 젊은 비즈니스맨들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해 캐릭터 정장 시장에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헤지스, 페리 엘리스, 카이스트 등 고급 캐주얼 브랜드들이 작년부터 속속 런칭하면서 경쟁에 돌입했다. 여성 못지않게 명품 지향성이 강한 ‘뉴 서티’들로 인해 아르마니, 질 샌더, DKNY, 겐조 옴므 등 수입 명품매장의 매출이 늘어 매장을 확대하는가 하면, 숙녀복 전문업체 한섬이 선보인 타임 옴므,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출시한 빈폴 옴므 등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남성 패션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수트 연출엔 여전히 셔츠와 타이와의 톤 온 톤(같은 톤끼리 매치) 연출이 강세이며, 비즈니스 캐주얼의 확산으로 상·하의를 따로 매치해 입는 콤비 차림이 부각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이라면 셔츠와 타이 차림만을 고집하지 말고 재킷 안에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이나 니트 셔츠를 받쳐입고 조끼를 활용하는 것도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