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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피플|‘무보직 고검장’ 복직 심 재 륜 전 대구고검장

항명 가시밭길 넘은 ‘돌아온 검사’

  • < 이수형/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sooh@donga.com

항명 가시밭길 넘은 ‘돌아온 검사’

항명 가시밭길 넘은 ‘돌아온 검사’
1999년 1월27일 “검찰이 정치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57)은 며칠 후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그 해 2월3일 심고검장은 검사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면직결정을 받은 뒤 서울 여의도의 ‘허름한’ 술집에서 후배 검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면직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떠나지만 두고보자. 나는 내 동기들 중 가장 오래 검사생활을 하겠다.”

심고검장은 그 ‘약속’을 지켰다. 그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 8월24일 대법원은 심고검장에게 승소판결을 내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그는 2년7개월 만에 검사 신분을 회복했다. 동기(사시7회)들은 99년 5월 후배인 박순용(사시8회) 당시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됨에 따라 모두 퇴직했다.

지난 8월27일 오전 심고검장은 서울고검 청사에 들어섰다. 대검 무보직 고검장으로 발령났지만 청사 공간문제로 사무실은 서울고검에 마련되었다. 심고검장은 “재출근의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심고검장은 이날 출근에 앞서 법무부와 대검청사에 들러 최경원 법무부 장관과 신승남 검찰총장에게 부임신고를 했다. 최장관은 심고검장의 대학 및 사시 1기 후배. 신총장은 대학동기 겸 사시 2기 후배다. 게다가 이들은 99년 2월 각각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심고검장의 징계위원회에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참석, 징계를 결의했다. 겉으로 봐서 이들의 만남은 어색한 듯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최장관과 신총장 모두 심고검장과 절친한 사이다. 심고검장은 대학 때부터 최장관의 부인과 잘 아는 사이로 최장관 부부의 결혼에 일조했다. 신총장과도 대학시절 배낭을 메고 전남 목포의 신총장 집에 들렀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징계 당시 신총장은 심고검장의 ‘혐의’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누명을 벗기기도 했다.

심고검장과 최장관의 상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최장관은 “후배들이 풍부한 경험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심고검장은 “최선을 다하겠다. 시간이 없었을 텐데 예우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신총장과의 만남에서는 서로 호칭을 거의 쓰지 않은 채 날씨와 건강 등을 화제삼아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서울고검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심고검장을 맞았다. 대학동기인 김경한 서울고검장은 심고검장 사무실로 찾아가 10여분 간 얘기를 나눴다. 새롭게 꾸민 13층 사무실엔 별도의 보직 표시 없이 ‘고등검사장실’이란 명패가 걸려 ‘무보직 고검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심고검장의 복귀를 바라보는 일선 검사들의 분위기는 50 대 50 정도로 엇갈린다. 일부 검사들은 “검사 신분보장을 확인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출근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부장급 검사는 “지난 2년7개월 간 우리가 그분에게 몹쓸 짓을 한 데 대해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당 기간 있겠다”… 껄끄러운 검찰 수뇌부

그러나 “최후의 승리를 거둔 만큼 검찰 후배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용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아무 할 일 없이 자리만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검사가 검사로서의 일을 사랑해야지 자리를 사랑하면 되느냐”고 비판하는 젊은 검사들도 있다.

심고검장은 8월26일 출근준비를 하며 한 측근에게 이렇게 말했다. “복직 후 바로 사표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유도 많았다. 나도 그것이 쉽고 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검사의 신분보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 상당기간 검찰에 있겠다. 그 길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게 옳았다. 나는 이번에도 역사를 보고 걷기로 했다.” 그런데도 심고검장의 행보에 대해선 논란과 이견이 많다. 일부에서는 99년 성명서 파동 당시 “마음을 비우니 두려움이 없다”고 한 심고검장의 말을 되새기며 그가 과연 지금도 마음을 비운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주간동아 2001.09.06 300호 (p10~10)

< 이수형/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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