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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도입 뜸들이다 구닥다리 사들일 판

긴축예산·환차손에 미국 눈치보기 급급 … 주요 사업 상당수 지연 또 지연

  • < 김당 기자 >dangk@donga.com

무기도입 뜸들이다 구닥다리 사들일 판

무기도입 뜸들이다 구닥다리 사들일 판
국방부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진행중인 을지포커스 훈련 때문이 아니다. 긴축국방예산 때문이다. 긴축예산으로 한국군 방위력 개선사업 중에서 통일 이후 주변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중인 주요 첨단무기 도입사업이 정치·경제적 이유로 무기(無期)연기 또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 가을부터 내년 초까지 기종을 선정키로 한 10조 원 규모의 주요 무기체계 도입사업 가운데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과 육군 차세대 공격용헬기(AH-X) 사업 등 상당수가 무기 연기되거나 기종 선정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 전력 증강과 미래 군사전략의 상당한 차질마저 예상된다.

주요 무기도입 사업 중 현재 무기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공군 차기 대공미사일 사업(48기, 2조2836억 원)과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4대, 1조8000억 원) △해군 대형 상륙함(LPX) 사업(1척, 400억 원) 등이며, 사업 일정상 지연이 유력시되는 것은 △육군 차세대 공격헬기 사업(36대, 2조564억 원)과 △공군 차세대 전투기(F-X) 사업(40대, 4조295억 원) 등이다.

이처럼 국방부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한 주범은 계속되는 경제난과 환차손. 올해 국방부는 환율을 미화 1달러당 1100원으로 계상했으나 현재 13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무기도입 사업 추진에 따른 금년도 환차손은 총 3000여 억 원이며, 이 가운데 외국에서 무기도입 비중이 높은 공군의 환차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예를 들어 공군이 당초 계상한 전투기 10대 값으로 9대밖에 사오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라 육·해·공 각군은 예산 삭감과 환차손에 대비해 사업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불가피할 경우 포기할 사업을 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범’은 남북관계 등 정치·외교적 상황 변수. 국방부 일부 실무진은 “일부 무기체계의 경우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끄느라 도입이나 기종선정을 늦추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 참여 논란과 남북-북미-한미관계라는 3각 정치·외교적 상황 변수가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이같은 상황 변수의 영향으로 현재 가장 연기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상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를 골자로 하는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 올해부터 10년 간 2조2836억 원을 투자해 차기 유도무기 48기를 확보하는 이 사업은 당초 8월 말까지 도입 방법 및 기종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아직 가격협상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대공 미사일사업과 MD의 무관함을 강조하지만 일본 이지스함 체계의 TMD 구축 논란에 비추어 무관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논란을 빚는 MD 계획에 사실상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러시아의 소극적 경쟁 참여로 사실상 미국 미사일을 구매하는 이 단일장비 구매사업에서 바가지를 면하려는 ‘진 빼기’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사업이 1조8000억 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 군에서는 내년도 착수예산으로 450억 원을 요구했으나, 예산 당국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08년에 2조564억 원을 투자해 대형 공격헬기 36대를 해외도입으로 확보하는 육군 차세대 공격헬기(AH-X) 사업은 올해 시험평가를 진행하는 등 사업 착수금 513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현재 육군은 총력을 기울여 사업 추진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으나,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볼 때 고가임에 비추어 국내 산악지형에서는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 때문에 9월로 예정한 도입 방법 및 기종 선정 시한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400여 대의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육군이 추진중인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사업을 AH-X사업보다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2001∼2008년에 4조295억 원을 투자해 다목적 고성능 전투기 40대를 확보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 올해 사업 착수금으로 1225억 원을 집행할 예정인 F-X 사업 또한 9월 초 예정한 도입 방법 및 기종 선정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어쩌면 해를 넘길지도 모른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당초 기종 선정 예정 시한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로 늦췄다가 다시 하반기로 연기하는 등 도입계획을 늦춘 데는 정치·경제적 변수 외에도 후보업체들의 과열경쟁과 군 당국의 잦은 방침 변경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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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제안서를 접수해 제안서 분석 및 해외 시험평가를 실시한 F-X 사업 후보기종은 △유럽연합(EU)의 EF-타이푼 △미국 F-15K △프랑스 라팔 △러시아 SU-35 등 4종. 방산업계 일부에서는 미국 보잉사의 F-15K와 프랑스 다쏘사의 라팔간 2파전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다쏘측이 가격 대비 성능과 절충교역, 그리고 기술 이전 등 제반조건에서 보잉측보다 훨씬 더 우세한데도 국방부가 기종선정을 자꾸 늦추는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기 위한 ‘시간 벌기’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F-X 사업은 가격보다는 기술이전 조건이 중요하다.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기종 선정을) 늦출 바에야 아예 차기 정권으로 미루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국회(국방위)는 F-X 사업 기종선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종 선정의 유일한 기준은 국익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조 원 규모의 첨단무기 도입사업이 긴축예산·환차손에 미국 눈치까지 보느라 자칫‘구닥다리 도입사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간동아 2001.08.30 299호 (p28~29)

< 김당 기자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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