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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공동후보론’정면 돌파하는가

“대세론 굳어졌다” 자신감 … “동교동계 진의 몰라 불안은 여전”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이인제, ‘공동후보론’정면 돌파하는가

총리를 하는 것은 어떻겠소?” 지난 8월 초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서울 시내의 모 호텔에서 비밀리에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대표는 이위원에게 이처럼 제의했다고 한다. 이위원의 대답은 어땠을까. 당연히 ‘No’였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유력 주자가 총리를 맡는 것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위원측의 판단인 듯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인사권자도 아니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 김대표는 왜 이위원에게 이런 ‘권유’를 했을까. 이날 김대표와 이위원의 비밀 회동은 치열한 탐색전의 성격이 강하다. 김대표는 자신의 지론인 여3당 합당 및 공동후보론을 띄우면서 여권에서 가장 앞서면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대선주자인 이인제 위원의 속내를 일차적으로 탐문할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이날 회동은 김대표가 먼저 제의한 것이었다.

이처럼 여3당 합당 및 공동후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지금 정치권의 관심은 약간 엉뚱하게도 이인제 위원에게 쏠리고 있다. 만약 합당이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의 민주당 내 대통령후보 경선구도는 허물어지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경선이 아닌 추대로 대통령후보를 결정한다면 지지도 1위라는 이위원의 자리매김 자체가 소용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단적으로 말해 이위원이 가장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 따라서 공동후보론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위원이 어떻게 대응하고 반격할 것인지가 정치권의 민감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이위원의 응답은 묵묵부답이다. 합당론에 대해 “내 평소 주장은 양당제다. 통합에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가볍게 넘긴 것이 전부다. 어떻게 보면 합당이 아니라 그 무엇을 해도 현재의 ‘대세’를 무시할 수 있느냐는 자신감의 발로인 듯도 하고, ‘무대응으로 나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전략의 일환인 듯도 하다. 이위원의 한 측근 인사는 “가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인제 대세론’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뭔가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인제 캠프의 이런 장담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차치하더라도 소속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사이에서 이위원 지지세 확산은 갈수록 그 외연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얼마 전 호남의 L모 의원은 이위원이 ‘민생 투어’차 자신의 지역구에 들르자 그를 영접하기 위해 자신 지역구의 경계선까지 마중을 나갔다. 이날 이위원은 지구당 단합대회차 모인 1500여 명 당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가는 곳마다 벌어지고 있다. 당내 충청권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의 상당수는 이미 ‘이인제 계파’로 분류된다. 이위원의 한 측근은 “대통령의 비선라인이 아직도 딴 생각을 할 뿐, 공적 조직에서는 이미 ‘IJ(이위원 별칭)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말 동아일보는 민주당 의원 114명 중 연락이 안 되거나 외유중인 의원을 제외한 8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경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23명(28.8%)이 이위원을 꼽음으로써 3명 중 한 명꼴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위원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르겠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등 유보적 응답이 51.3%로 절반을 넘었지만, 이위원이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확인된 셈이었다. 이에 대해 이위원측은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못한 34명의 의원도 비슷한 비율로 IJ를 지지할 것으로 볼 때 114명의 의원 가운데 최소 30여 명 이상이 우리를 지지한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여론조사가 보도된 이후 의원들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이 IJ를 대하는 태도가 더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직 ‘이인제 대세’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어도 ‘그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공동후보론을 꺼내고 자민련 김종호 대표대행,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 등이 잇달아 이를 재확인한 8월 초만 해도 이인제 캠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교동계 구파의 지원이 있는데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찜찜함’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구나 하는 허탈감의 분위기마저 있었다. 그러나 이위원 캠프는 곧 공동후보론이 겨우 모색의 단계지, 김대중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 민국당 김윤환 대표 사이에 심도 깊은 수준으로 합의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아직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듯하다.

이위원 캠프의 한 인사는 “만약 허주 구상대로 합당 신당이 JP총재에 박근혜를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3공 시절로의 회귀인데 그런 역사적 후퇴를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JP가 대통령후보로 나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 인사는 또 “김중권 대표나 노무현 고문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노고문은 언론과의 적대관계나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비토 등으로 영원한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고, 김대표도 (지지도나 인지도가) 뜨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주장한다. 따라서 합당이나 연합에 의한 공동후보를 모색한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인제 학습효과론’ 즉 ‘지난 대선 때 이인제를 지지했기 때문에 DJ가 당선되었다는 영남 지역의 분위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이인제는 영남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에 대한 이위원 캠프의 반박논리는 어떠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회창 총재도 영남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다음 대선은 DJ 대 반DJ의 구도가 아니다. 실제 대선 상황이 되면 DJ의 이름은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영남에서 비토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자기 지역사람을 찾을 텐데, 이것도 없다. DJ가 싫어 이회창을 지지했지만, DJ가 없는 지금 굳이 이회창을 지지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IJ와 이회창간 영남 경쟁력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회창 대신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 같은 영남 출신을 후보로 내세운다면 우리가 이길 승산이 거의 없다.”

이위원 캠프는 공동후보론에 대해 민주당에서도 맞장구치고 나온 배경의 일차적 원인을 대통령의 레임덕에서 찾는다. 어떻게 해서든 특정 주자가 일찍 부상하는 것을 막아야만 레임덕이 오지 않을 것이고, 공동후보론은 이위원의 조기 부상을 잠재우는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 공동후보론을 박상규 사무총장 같은 비동교동계 인사가 언급한 것 역시, 동교동계 핵심 인사가 이를 언급할 경우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바로 그래서 이위원과 청와대 및 동교동 핵심과의 관계는, 역대 대통령과 대통령후보 사이의 관계가 그랬듯 항상 긴장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위원 진영의 한 핵심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당시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이 합당했을 때 김대통령은 청와대에서 IJ에게 두 가지를 충고했다. 하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하지 말 것, 또 하나는 통일과 경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것이었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이 말을 차기 주자의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지금 김대통령 말 그대로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8.30 299호 (p18~19)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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