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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슈퍼컴 시대 멀지 않았다

속도·저장능력 획기적 향상 ‘양자 컴퓨터’ 개발 박차 … 1년 연산을 단 1초에

  • < 조미라/ 아하 PC 기자 > alfone@ahapc.com

가정용 슈퍼컴 시대 멀지 않았다

가정용 슈퍼컴 시대 멀지 않았다
집채만한 슈퍼 컴퓨터가 데스크톱 PC나 노트북 PC 크기로 줄어들어 책상 위에 놓고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회사원 100명이 하루종일 매달려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간단한 PC 조작으로 끝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노동환경·일상생활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의 삶에 질적 변화를 가져다 줄 컴퓨터의 ‘급격한 진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초병렬 컴퓨터’가 이러한 변화의 핵심 키가 되고 있다.

1945년에 처음으로 전자식 컴퓨터를 발명한 이후 현대인이 쓰는 퍼스널 컴퓨터가 나오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다. 현대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컴퓨터의 성능은 명령의 해석과 데이터의 분석·인식 등의 처리를 제어하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가 좌우한다. 기계식 컴퓨터에서 반도체와 트랜지스터로 만들어진 디지털 기기로 발전하는 동안 컴퓨터는 과거 10년마다 약 100배의 성능 향상을 이루었다. 컴퓨터 부품 업체들은 칩 크기를 줄이고 내부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성능을 높여왔다. 하지만 조만간 한계 속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쓰는 컴퓨터처럼 하나의 CPU에서 모든 명령을 분석해 처리하는 방식은 논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명령을 수행하기 때문에 숫자의 자리 수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많아지면 처리 시간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CPU를 가지고 좀더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슈퍼 컴퓨터다. 최근의 슈퍼 컴퓨터 ‘블루 퍼시픽’은 사람이 계산기를 두드려 6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1초에 해치운다. 슈퍼 컴퓨터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 처리장치를 써서 성능을 높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다수의 고성능 마이크로 프로세서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를 연결해 연산을 여러 프로세서가 나눠 처리하는 형태인 MPP(massively parallel processor)형 슈퍼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초기 형태의 ‘병렬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병렬 컴퓨터는 여러 대의 처리기(processor)가 제각기 다른 명령을 병렬로 수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작업 속도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나의 처리기로는 아무리 성능을 향상시킨다 해도 많은 작업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게는 수천 개의 처리기를 사용하여 고속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한 처리기가 고장나도 운영체제(OS)에서 문제의 처리기를 제거하므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또 한 처리기에서 수행한 작업을 다른 처리기로 옮겨 실행할 수도 있다. 또한 여러 처리기가 협력해 하나의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가정용 슈퍼컴 시대 멀지 않았다
컴퓨터는 0, 1이라는 두 가지 값으로 모든 정보를 나타내고 연산하고 저장한다. 즉 매체가 무엇이든지 0과 1의 값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면 모두 컴퓨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진공관·트랜지스터·전기·빛이 0과 1을 오가는 스위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기나 빛처럼 파동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은 머지않아 한계를 맞이할 전망이다. 병렬방식으로 바뀌어도 정보량의 증가에 따라 물리적 한계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선으로 연결한 프로세서끼리의 내부 교환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의 증축이라는 설계적인 문제와 발열 등 풀기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병렬 컴퓨터인 초병렬 컴퓨터가 나오기 위해선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소자 측면에서 전기와 빛을 대신할 신소자가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DNA의 염기를 이용해 병렬 처리할 수 있는 DNA 컴퓨터나 분자의 구조를 이용해 크기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분자 컴퓨터, 전기나 광자의 입자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나 저장 능력을 향상시킨 양자 컴퓨터를 차세대 컴퓨터로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주목받는 것이 양자 컴퓨터다. 양자 컴퓨터는 1980년대 초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양자중첩이라는 원자의 성질을 응용한 것이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에서는 0이나 1 가운데 하나의 값을 가진 비트가 정보의 기본단위다. 하지만 큐빗(qubit)이라고 하는 양자 비트는 하나의 원자에 0과 1의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면 한번의 데이터 입력으로 여러 개의 데이터 값을 표현할 수 있다. 즉 동시에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현재의 슈퍼 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또는 그 이상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날씨와 경제 예측, 암호화한 데이터 해독에 쓰기 위해 201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나선 상태다. 유럽에서는 지난 98년 영국 등 9개국의 대학과 기업이 연합해 ‘양자계산 및 통신 패스파인더 프로젝트’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일본의 반도체 업체인 NEC와 통신업체인 NTT가 4∼5년 일정으로 양자 컴퓨터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도 98년 정부 차원의 양자 컴퓨터 개발 지원 계획이 나왔다.

세계 각국의 연구소들이 양자 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것을 실현했을 때 일어날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 컴퓨터로는 1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1초에 처리할 수 있다. 현재의 초고속통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양자통신이 나올 수 있다. 데이터 검색에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만약 100개의 데이터 가운데 원하는 하나를 찾을 때 기존 방식으로는 평균 50번을 찾아보아야 원하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는 10번(N의 제곱근) 만에 찾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가 크면 클수록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데이터 검색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속도와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천체물리, DNA의 역학적 구조를 푸는 게놈프로젝트 등에 특히 유리하다.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움직임과 자체 운동량을 계산해야 하는 탄도미사일의 정확도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어 음성을 포함한 동화상 통신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새로운 암호체계의 등장이다. 양자 컴퓨터에서 정보를 담는 큐빗은 외부의 간섭을 받으면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정보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입할 수 없는 암호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 떨어져 있는 큐빗의 정보를 연결하거나 서로 관련시키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지난 97년, IBM의 아이작 추앙 박사와 매사추세츠 공대의 거쇤펠트 교수가 처음으로 양자 연산에 성공해 2비트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IBM의 알마덴 연구소와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에서 7비트까지 개발했다. 미국의 진보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지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40큐빗(80비트)만 갖더라도 체스 왕을 이긴 슈퍼 컴퓨터인 IBM의 딥블루나 블루진과 같은 성능을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97년 처음 양자 컴퓨터를 향한 기초실험이 성공했을 때만 해도 완성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러 기업체와 연구소의 개발 결과 발표는 머지않아(2010년께로 추정하고 있음) 빛만큼이나 빠르고 방대한 계산력을 가진 양자 컴퓨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양자 컴퓨터의 탄생은 초병렬 컴퓨터의 완성을 뜻한다. 슈퍼 컴퓨터를 책상 앞에 두고 쓸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8.23 298호 (p66~67)

< 조미라/ 아하 PC 기자 > alfone@ahap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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