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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분청사기 명품전’

자유롭고 활달한 ‘한국의 얼굴’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자유롭고 활달한 ‘한국의 얼굴’

자유롭고 활달한 ‘한국의 얼굴’
”참 예쁘게 생겼구나”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놈 참 잘생겼다”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 아이도 있다. 도자기를 ‘예쁜 것’과 ‘잘생긴 것’으로 구분하면 청자와 백자는 전자, 분청사기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가까이서 뜯어보면 거칠고 서툰 것 같지만 좀 떨어져 전체를 보면 “그것 참 잘생겼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이 바로 분청사기다.

우리 도자사에는 청자와 분청사기 그리고 백자, 이렇게 세 종류의 자기가 존재한다. 분청사기는 청자에서 백자로 흘러가는 과정에 있는데 고려 말기 청자의 쇠퇴와 더불어 시작해 조선조 백자가 나오기까지 약 200년 간 널리 애용된 도자기다.

분청사기의 원래 이름은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 ‘분장한 회청색의 사기’라는 뜻으로 사람이 화장을 하듯, 도자기가 분장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분청사기는 청자흙과 청자유약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청자의 제작기법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악한 청자흙과 불순물을 거르지 않은 흙을 사용했기 때문에 구운 다음에도 청자빛이 나타나지 않고 검붉게 되었고, 이를 가리기 위해 분을 바르듯 백토로 표면을 발라 한번 화장한 다음 그 위에 갖가지 무늬를 새기고 다시 구워낸다.

이런 이유로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에 못 미치는 중간 등급 자기로 오랫동안 치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분청사기의 미학적 가치에 새롭게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자와 백자 사이에 이루어진 변주곡, 일탈적 자유로움으로 가득 찬 아웃사이드적 존재에서 한국적 미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3일~10월28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분청사기 명품전’은 분청사기의 미적 표현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분청사기의 멋과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에는 보물 5점을 포함해 분청사기 103점과 현대도자 8점, 현대회화 13점 등 총 124점이 출품되었다. 특이한 것은 분청사기와 함께 장욱진 이중섭 박수근 등 20세기 한국 회화작품을 전시한다는 점. 이는 분청사기가 근대미술의 세계와 어떤 점에서 상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유롭고 활달한 ‘한국의 얼굴’
“분청사기를 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분청사기가 참 현대적이라는 말을 한다.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이 분청사기의 질감이나 표현 방식, 문양 형태, 전체 분위기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호암미술관 김재열 부관장은 이번 전시가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위적인 데 없이 자연스럽고, 대담한 과장과 생략·왜곡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분청사기의 미감(美感)이 20세기 한국 미술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고 최순우 국립박물관장은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대범하며 서민적이다”고 표현했다(‘최순우 전집’). 거칠고 투박하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멋과 조형미를 갖고 있는 분청사기에서 천진스럽고 인간적인 ‘한국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청자나 백자보다 한국적 미의 원형을 가장 잘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지도 모른다.

“청자와 백자가 상류층이 주도한 문화였다면, 분청사기는 실용성을 강조한 다수 서민의 문화였다. 장인들 역시 학습한 경계를 넘어 분방한 즐거움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무한한 상상력과 드넓은 추상의 세계를 분청사기를 통해 펼쳐 보였다. 이런 자유의지의 미학은 지금 보아도 놀랍고 흥미롭다.” 전시기획자 전승창씨는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던 분청사기의 매력을 이번 전시로 많은 이들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기간 매일 3회(11시, 2시, 4시) 관람객을 위한 전시설명회를 열고, 어린이 관람객들이 분청기법을 직접 표현해 보는 ‘어린이 아뜰리에’를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까지 운영한다(문의: 02-771-2381).



주간동아 2001.08.09 296호 (p80~80)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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