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4

2001.07.26

24시간이 짧은 방송계 ‘팔방미인’

  • < 황태훈/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beetlez@donga.com

    입력2005-01-12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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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이 짧은 방송계 ‘팔방미인’
    탤런트 김원희는 1972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 하지만 그녀는 “만 스물아홉이다”며 고집을 피운다. 아직 20대라는 ‘젊음의 상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까. 어쨌거나 20대와 30대의 갈림길에 선 그녀는 지금 썩 괜찮은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김원희는 SBS 목요 시트콤 ‘허니허니’에서 못 말리는 주부로 등장하고, KBS ‘쇼 파워 비디오’와 MBC FM ‘정오의 희망곡’에선 진행을 맡아 공중파 방송사를 종횡무진 누빈다. 연기뿐 아니라 솔직하고 털털한 언변으로 진행자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여러 가지 많이 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탤런트라고 해서 연기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고 싶은데 방송사 관계자들이 저를 가만 놔두질 않네요.”

    1993년 MBC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그녀는 “신인일 때의 신선함은 잃었지만 이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고 말한다. 요즘 그녀의 각별한 즐거움 중 첫째는 물오른 코믹연기. ‘허니허니’에서 남편 김진수를 갖고 노는 ‘깡패 같은’ 아내로 변신해 천방지축으로 까불다가도 은은한 눈빛으로 “우리 ‘룰루랄라’(사랑)할까?”라며 요염을 떨기도 한다.

    “처음엔 김진수씨와 눈도 못 맞췄는데 몇 회 녹화해 보니 몸이 풀리데요. 서로 포옹하는 장면이 너무 자연스러워 제가 혹시 진짜 결혼한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부부 연기도 해봤겠다, 이제는 결혼할 시기가 아니냐는 물음에 김원희는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늦어도 서른세살 쯤엔 결혼할 생각”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녀의 두 번째 즐거움은 라디오. 지난 봄 개편부터 가수 김현정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원희는 시트콤에서의 애드립 실력을 바탕으로 청취자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며 라디오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TV는 진행하다 실수해도 얼굴로 대충 때우면 되는데 라디오는 모든 걸 말로 해결해야 하니 어렵더군요. 음악이 끝났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있다 ‘방송사고’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도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 애착이 가요.”

    그녀는 스케줄을 끝내고 귀가하면 바로 컴퓨터를 켠다. ‘정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 청취자의 글에 일일이 리플을 달아주고 그날 방송 분에 대한 ‘원희의 한마디’도 올려놓는다. “글솜씨가 없어 짧은 글을 쓰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면서 수많은 청취자 친구를 얻은 게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진행자로, 오락프로의 패널로 수시로 불려 다니지만 ‘그래도 본업은 연기자’라는 게 김원희의 생각. 정통 블랙코미디나 ‘델마와 루이스’ 같은 로드무비에 출연하고픈 욕심도 있다. “‘은실이’는 가장 애착이 가고 고생한 드라마였지만 저와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어서 시청자들도 닭살이 돋았을 거예요. 무리해서 변신하기보다는 자신의 연기에 책임지는 ‘믿음 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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