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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세대 지식인 新주류로 뜬다

고학력·고소득 바탕으로 개인생활 중시… 강력한 소비계층·여론 주도층으로 급부상

  •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中 신세대 지식인 新주류로 뜬다

中 신세대 지식인 新주류로 뜬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당(黨)의 나라다. 모든 일이 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이야기한 “메이오 공산당, 메이오 신중국(沒共産黨 沒新中國-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현재 중국에서의 당의 위치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먼저 모든 정책결정이 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인대(全人大)는 해마다 상반기에 개최한다. 그러나 중국의 전인대는 다른 나라 의회와는 다르게 의사결정기관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정확히 얘기하면 평의(評議)기관이다. 실제로 전인대의 모든 주요 결정사항은 그 전해 하반기에 열리는 당대회에서 결정한 사항의 재판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진정한 힘은 이러한 정치적 위상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 먼저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2000년 말 현재 중국 공산당원의 수는 약 6451만 명으로 전 중국 인구의 5.2%다. 양적인 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중국 사회의 주요 포스트는 모두 당원 일색이다. 당원이 아니면서 주류가 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중국에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 공산당원은 중국 사회의 진정한 주류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원을 똑같은 계층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그만큼 다양한 계층의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공산당 내부의 여론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즉 중국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중국 사회의 전통적인 주류는 이른바 지식분자(知識分子)라 불리는 인텔리겐치아다. 인텔리겐치아는 중국 공산당 내에서 다수를 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에서는 절대적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원의 학력비율을 보면 고졸 이상이 50.2%, 대졸자가 20.5%, 그리고 대학원 이상자가 0.6%를 차지한다. 중국 공산당이 노동자·농민의 당이라는 것은 그들을 대변한다는 의미이지, 구성원 주류가 노동자·농민이라는 뜻은 아니다.

결국 중국 지식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진정한 힘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먼저 전통적인 지식분자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류 또는 그 이하다. 이런 상황은 중국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이들의 생활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개혁·개방 전부터 문화혁명의 혼란기를 제외하고 중국의 지식분자들 생활은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비록 월급은 적지만 주택·의료·양로 등의 복지정책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90년 중반 불어닥친 공공복지의 사영화나 사회보험화의 추세에서 문제가 생겼다. 베이징의 주택 공공분배가 막을 내리고 개인에게 판매한 98년, 베이징의 지식분자들 사이에서도 주택 구입 열풍이 불었다. 과거 지식분자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단웨이(單位)라는 직장에 배치 받은 뒤, 몇 년 지나 결혼을 하면 일반적으로 40m2 정도의 작은 아파트를 분배 받았다. 이렇게 분배 받은 주택은 말 그대로 최하의 임대료(97년 기준으로 m2당 우리 돈 몇 십원 정도)를 낸다. 주택에 대한 소유권은 없지만 이른바 점유권을 인정해 실제로는 자신의 주택이나 마찬가지며 상속도 가능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또 자식이 성장하면서 40m2의 집은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단웨이에서는 새로 지은 조금 넓은 주택을 나이든 직원들에게 다시 분배하고 구주택은 회수해 젊은 직원에게 주었다. 이때 중국의 지식분자들은 말 그대로 평생 모은 돈을 이용해 집을 장식하고, 가구도 바꾼다.

그러나 주택의 사유화는 이러한 전통적인 주택관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제는 살 집을 돈 주고 사야 하는 것이다. 돈이 없는 중국 지식분자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했다. 초기 주택 사유화 때 어떤 지식분자 할머니가 평생 모은 월급 명세서를 단웨이에 제출한 일이 있었다. 평생 을 모아도 월급이 주택 구입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무언의 항의였다. 비단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택 사유화에 대한 지식분자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는데 대표적인 것이 ‘공령(工齡) 계산법’이다. 공령은 재직 연령을 의미하는데, 재직 연한에 따라 주택 구입가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면 m2당 인민폐 3000위안(인민폐 1위안=한화 160원)의 주택을 구입자의 재직연한에 따라 최고 90%까지 할인해 준다. 중국에서는 맞벌이가 일반화해 있으므로 50대 이상의 지식분자들은 부부의 공령을 합치면 거의 90% 할인이 가능해 방 세 개짜리 100m2의 주택을 3만 원 상당에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실제 부동산 가격의 15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이렇게 구입한 주택은 소유권이 완전히 보장되어 합법적인 임대도 가능하다. 불만은 당연히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주택 구입 열풍이 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지식분자들은 앞서 얘기한 주택정책 뿐 아니라 의료·양로 등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우선 적용을 받는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지식분자들일 수밖에 없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중국의 지식분자들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분자들은 모든 사회문제에서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중국 사회가 안정될 수 있는 힘은 여기서 나온다.

중국의 모든 시스템은, 특히 도시의 시스템은 단웨이라는 직장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단웨이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다. 단웨이 안에는 직장뿐 아니라 분배된 주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사회가 존재한다. 중국의 도시인들은 단웨이의 병원에서 태어나고, 단웨이의 학교를 다니며, 단웨이의 주택에서 살다가 단웨이에서 직장을 배정 받는다. 이런 단웨이의 주택가 행정기관을 ‘거주위원회’라 하는데 이 기관은 관료가 아니라 퇴직한 직원들, 정확히 얘기하면 퇴직한 지식분자들로 구성된다.

中 신세대 지식인 新주류로 뜬다
거주위원회는 중국인의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관계하는데 특히 주택관리와 같은 공식 기능뿐 아니라 거주민 생활 전반에 대한 카운슬링도 하고 있다. 한 단웨이의 구성원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을 예를 들어보면, 그 구성원의 결혼준비는 집안에서 하겠지만 다른 여러 문제들, 주택의 새로운 분배, 결혼 휴가의 문제는 거주위원회, 주택분배 판공실, 그리고 자신의 부서 사이에서 시기를 논의하고 조정한다. 아이를 낳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주택 공간과 학교 시설, 그리고 직원들 사이의 일정 때문에 거주위원회, 가족계획 사무실이 아이 낳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다.

물론 이런 논의가 공식적일 수는 없다. 동네 아줌마들끼리의 상담수준으로 보면 된다. 이 과정에서 명망 있는 나이든 지식분자들의 역할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동네 어른인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전통적인 지식분자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정부에 의한 직장 의무분배와 공공주택 폐지는 중국 사회 시스템의 기본단위인 단웨이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모든 것이 시장화한 지금 단웨이가 예전과 같은 공동체적 성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90년대 이후 스스로 직장을 구한 신세대들에게 전통적인 단웨이의 의미는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다. 공공혜택이 없다 보니 단웨이를 기반으로 한 국유기업에 가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스스로 직장 찾을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은 고수익을 따라 움직였다. 실제로 공공 혜택을 폐지한 97년을 기점으로 베이징의 주요 대학들은 직장의 의무배정을 전면 철폐했다.

이렇게 직업의 자유를 얻은 청년들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광조우·선전·하이난다오 등 개방 구역으로 몰렸다. 하지만 중국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친 IT 바람은 외국자본 투자의 증가와 함께 베이징에서도 고소득을 현실화했다.

현재 베이징의 IT관련 연평균임금은 4만2918위안 수준. 일반 시민의 연평균임금인 1만349위안보다 4배 이상 높은 건 물론, 광조우나 선전의 동일 업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베이징에는 지방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육·문화의 인프라가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지식경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베이징에,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사고방식에서도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인민일보 해외판에 실린 ‘중국인의 새로운 관념’이라는 기사는 이러한 세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필자에게는 30세 된 기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얼마 전 140m2의 주택을 새로 구입했다. 필자가 그에게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70만 위안이면 될 일인데 왜 안 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정황은 이렇다. 단웨이에서 그에게 분배한 40여 m2의 주택은 독신 땐 그나마 괜찮았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특히 어머니를 고향에서 모셔온 다음에는 주거조건이 아주 열악해졌다. 그래서 새 집을 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선불로 내야 하는 30만 위안은 부부가 그동안 저축한 돈과 부모님이 보조해 준 약간의 돈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40만 위안은 은행융자를 받았다. 매달 4000위안씩 상환해야 하는 융자금은 원래 살던 작은 집을 세주어 매달 1000여 위안씩 집세를 받고, 거기에 부부의 월급에서 2000여 위안을 떼서 합치면 4000위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베이징에서 젊은이들이 큰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융자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전혀 새로운 소비관념에 탄복하고 말았다.”

앞의 기사는 현재 중국에서 형성하는 새로운 계층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이들을 과거 지식분자들과 비교해 보면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개혁·개방 이후의 경제적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고 태어난 세대며, 중국 사회의 어떤 계층보다 고소득자인 동시에 고학력자들이다. 이들은 구세대와 다르게 단웨이라는 집단공동체가 아닌 개인적인 생활을 한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중시하는 게 이들의 중요한 특징. 고소득과 낮은 이자율은 이들에게 대출을 이용한 소비를 가능하게 해준다.

몇 년 전부터 베이징 일부 계층에서는 은행대출을 받아 차를 사는 게 유행하고 있다. 비단 차뿐 아니라 주택·전자제품 등을 살 때 은행이 90%까지 융자해 준다. 이런 상황은 5%대의 낮은 이자율과 더불어 이른바 ‘대출소비’라고 하는 신풍조를 형성했는데 이를 주도하는 계층은 당연히 앞서 이야기한 신세대들이다. 전통적인 지식분자와 대비되는 신세대들은 중국 사회의 강력한 소비계층이며 동시에 새로운 여론 주도층이기도 하다. 이들의 등장은 이제 중국의 사회 시스템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베이징에는 스어취(社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커뮤니티인 스어취는 적어도 베이징에서는 단웨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 구성단위로 인식되었다. 예를 들어 대학이 밀집한 쉐위엔루(學院路) 지역의 요즘 공식명칭은 ‘쉐위엔루 스어취’다. 전에는 각 대학별로 행정단위를 정하고 각 지역은 거주위원회별, 또 대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에따오(街道) 판공실별로 불렀는데, 개인 소유 아파트가 늘어나 그 지역 단웨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은 통틀어서 ‘쉐위엔루 스어취’로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전통사회의 해체를 상징한다. 변화한 사회환경에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적용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사회 여론형성의 주도권이 전통적인 지식분자에서 신세대 지식인들에게로 이전해 가는 과정이다.

흔히 중국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을 한다. 중국사회 여론 주도층의 변화는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새롭게 떠오르는, 아니 소비에서만큼은 이미 중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신세대 지식인들에 대한 보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할 때다. 하지만 이 말이 중국의 지식분자들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변화에서 우리가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중국 신세대 여론 주도층들의 정치적 성향이다. 중국의 신세대 여론 주도층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이다. 이 말은 역으로 자신들의 이해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상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지식분자들과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국수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성장의 시대를 거쳐왔고 지금은 강국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중화주의의 부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2001.07.26 294호 (p50~52)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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