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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공방 네 탓이오”

여야 쟁점 때마다 극우·극좌로 몰아가기 … 당파적 이득 노린 표피적 수단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색깔론 공방 네 탓이오”

북한 상선의 NLL 침범, 금강산관광사업, 황장엽씨 방미문제, 언론사 세무조사 등 최근의 쟁점현안이 터질 때마다 여야는 서로를 극우·극좌로 몰면서 사생결단의 대립구도를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근은 색깔론 공방이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의 발언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 NLL사태 때 한나라당은 “교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정당한 주문을 했을 뿐인데 이의장이 “한나라당 요구대로 했으면 전쟁이 나고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이 됐을 것이다”면서 정국을 색깔론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냉전수구세력’ ‘민족말살’ ‘특권층 동맹’ ‘곡학아세’ ‘혹세무민’ 등 야당보다 한술 더 뜬 극단적 표현을 마구 쏟아냈다. 집권여당의 이런 표현들이 색깔론 공방을 가열하고 고착화했다”(이총재 측근).

“국민의 눈 무시한 저차원적 이분법”

집권여당은 그동안의 실정(失政)을 희석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에게 실망한 ‘진보성향의 고정 지지세력’을 재결집하려는 목적에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념논쟁을 띄웠다는 게 한나라당 분석이다. 그같은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여권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5월 중순 DJ에 대한 지지도는 25%, 5월 하순 23.8%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색깔논쟁이 본격화한 6월 들어선 6월19일 25%, 6월30일 28%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노동당 2중대 발언’ 등 느닷없이 색깔론을 던지는 야당의 무책임한 태도가 일차적 책임이다”고 반박했다. 색깔론의 수혜자는 한나라당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 반대’의 명분이 퇴색할지 모르는 시기를 대비해 미리 세무조사 정국을 보-혁대결구도로 몰고 가려는 것이며, 국민의 50% 이상이 보수층이라는 계산에서 이같은 구도가 승산 있는 게임이라 보고 색깔론을 조장했다는 분석이다.



양당은 색깔론을 ‘네 탓’으로 돌리지만 ‘이번 논란에 정략적 의도가 매우 강하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적 득실관계를 떠나, 집권당과 원내 제1야당이 ‘저차원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박을 계속하는 것은 ‘관전자’인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태도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진영 교수(고려대 정외과)는 6, 7월 색깔논쟁의 본질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했다. 그는 “색깔논쟁이 이념적·이데올로기적 차이를 동반한 것이 아닌 당파적 이득을 노린 표피적 수단일 뿐이어서 ‘국론분열’과 같은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규정했다.

색깔론의 승자가 여야 중 누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극단적 표현의 무의미한 공방을 되풀이함으로써 초래하는 정치력의 낭비는 결국 국가 전체 이익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서교수의 견해다. 그는 ‘주간동아’가 특종보도한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회의록 내용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을 옹호하는 개혁 보수정당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색깔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좀더 지켜볼 문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1.07.26 294호 (p10~10)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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