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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개혁 별볼일 없는 ‘소문난 잔치’

내년 예산 3280억 달러 책정… 미군 현대화 계획 사실상 ‘제자리걸음’

  • < 이흥환/ 워싱턴 통신원 > hhlee0317@yahoo.co.kr

미 국방개혁 별볼일 없는 ‘소문난 잔치’

미 국방개혁 별볼일 없는 ‘소문난 잔치’
미국 펜타곤이 내년(FY 2002)에 쓸 국방 예산으로 3280억 달러를 책정했다. 지난 2월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국방예산에서 7%를 증액한 184억 달러를 추가로 얹은 수정 예산이고, 올해보다 382억 달러가 더 많은 돈이며, 냉전 당시 군비 씀씀이가 컸던 레이건 대통령(1985년) 이래 1년 단위로 보아 가장 많이 오른 액수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되는 돈인지 이 숫자만으로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펜타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우선, 1분마다 60만 달러를 국방 예산에 써대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번에 펜타곤이 내놓은 2002년 미국의 국방 예산은 세계 2위의 국방 예산을 쓰는 러시아보다 6배가 많은 액수이며, 미국을 제외한 국방 예산 2위에서 12위국의 총 국방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 펜타곤이 늘 안보 위협국으로 지목하였고, 전통적인 잠재 적국으로 간주하는 쿠바·이란·이라크·리비아·북한·수단·시리아의 이른바 7대 불량국의 국방비 모두를 합친 것의 22배나 되는 돈이기도 하다.

이 7대 적국에 러시아와 중국의 국방비를 다 합쳐도(1160억 달러) 펜타곤이 쓰는 국방비의 절반도 안 되며(36%), 전 세계의 국방비는 1985년의 1조2000억 달러에서 1999년 8090억 달러로 줄었지만, 미국의 총 국방 예산은 1999년 현재 31~36%로 늘어났다. 어쨌든 펜타곤이 의회에 제출한 2002년도 미 국방 예산은 냉전 때의 90%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 국민총생산의 5~6%, 국내총생산의 3%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방은 부시 행정부가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고 한껏 벼르는 분야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 군사전략의 일대 개편을 예고했고, 국방 분야의 백전노장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지휘봉을 넘겨받아 미국의 군사 전략은 물론 미 국방 분야에 대대적인 변혁의 칼을 빼들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부시 행정부 출범 1년 차인 2002년도의 국방 예산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럼스펠드 장관은 입만 열면 21세기의 심각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 국방 분야의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터였다.

그러나 이번 펜타곤의 국방 예산안에 나타난 럼스펠드의 국방 개혁 구상은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라는 평을 듣고 말았다. 클린턴 행정부 때 세운 미군 현대화 계획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27일, 2002년도 국방 예산안을 설명하는 펜타곤의 기자 회견장에서 첫번째로 나온 질문 역시, 잔뜩 관심을 모은 국방 개혁안을 예산안에는 잘 반영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럼스펠드 장관은 오는 8월부터 시작되는 2003년 예산안과, 10월에 의회에 제출할 ‘4년 단위 국방 검토안’(Quadrennial Defense Review, QDR)에 자세한 내용을 소개할 것이라고만 대답하고 넘어갔다.



럼스펠드 장관의 국방 전략 검토 작업을 거쳐, 부시 대통령의 지난 2월 기본 예산안에 184억 달러를 추가시켜 내놓은 이번 2002년도 미 국방 수정 예산안의 특징은 3가지다. 첫째는 미군 복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뭐니뭐니 해도 미군 사기 진작에 가장 좋은 방편인 직업 군인들의 봉급을 최소 5%에서 많게는 1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사기 진작은 물론 충원과 재교육 등 인적 투자에 돈을 들이겠다는 것이 이번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01년의 750억 달러였던 것을 820억 달러로 늘려잡았다.

미 국방개혁 별볼일 없는 ‘소문난 잔치’
둘째는 관심의 초점이던 미 국가미사일 방어망 예산. 미사일 방어 기술 개발에 83억 달러를 쓰겠다는 것이 펜타곤의 계획이다. 현 수준에서 57%를 올려 잡은 액수다. 이 예산안에 따르면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근처에 있는 그릴리 기지에 5기의 요격 미사일을 구축할 계획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의 펜타곤은 미국으로 날아오는 핵 탄두를 추적하고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알류샨 열도에 정밀한 ‘X-밴드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번 예산은 이 X-밴드 레이더 시스템에 단 한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알래스카에 있는 기존의 레이더는 30년이나 된 시스템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클린턴 행정부 때 8억2700만 달러를 들여 기술 개발을 한 지상 기지 시스템에는 32억 달러를 책정했고, 공중 기지 레이저 시스템용으로는 1억9600만 달러를 추가시킨 총 4억1000만 달러를 책정했다. 이번 예산안에 나타난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 방어 계획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북한·이란·이라크 등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간단한 방어망이라도 우선 구축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방어망 구축을 서둘러 ABM 조약의 굴레에서 빨리 빠져나옴으로써 미 의회를 포함해 ABM 조약의 탈퇴 또는 수정을 반대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아예 초기에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반대론자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말만 그럴싸했지 결국 ‘엄포용 허수아비’ 아니냐는 것과, 결국 일방적으로 ABM 조약 탈퇴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의 세 번째 특징은 군 현대화를 위한 예산 확보 차원에서 사전 작업으로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군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무기 체제를 보유하였지만, 미래 군사력을 키우기 위한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해군은 보다 빠른 기동력을 가진 함정을 보유하려 하고, 육군 역시 훨씬 이동하기 쉬운 포병과 작은 탱크 보유를 당면 과제로 삼았으며, 공군은 조종사 없이 움직이는 무인 비행기를 더 많이 갖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전을 치르면서 필요한 무기들을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폐기 비용이 역시 만만치 않다. 펜타곤의 전략 검토안이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런 구식 무기의 폐기 비용 확보다. 무기 체제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럼스펠드 장관은 “한 무기 시스템을 생산하는 데에는 20년이 걸리는데, 기술은 2년에 한 번씩 바뀌고 있다”면서, 무기 체제 변화에 따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럼스펠드 장관은 쓸모없이 된 B-1 폭격기의 3분의 1을 ‘전역’시켜 1억6500만 달러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고, 50MX 다탄두 미사일을 폐기 처분하며, 불필요한 기지를 폐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미 국내 전체 기지의 20~25%를 줄일 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지 폐쇄안이야말로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전통적으로 펜타곤과 의회가 늘 쌈박질을 해대는 단골 메뉴다. 지역 경제와 일자리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지 소재 주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더욱이 내년 2002년에는 중간선거를 실시한다.

지난 6월28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한 럼스펠드 장관이 기지 폐쇄안을 놓고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의 서릿발 돋친 항의 질문을 받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의원들은 기지 폐쇄에 따른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고, 어느 곳의 몇 개 기지를 폐쇄할지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은 입을 다물고 있다. 펜타곤 자료에 따르면 미군 기지는 1988년 이후 95개를 폐쇄했으며 총 140억 달러의 경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44~45)

< 이흥환/ 워싱턴 통신원 > hhlee03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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