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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또 피바람 부나

아일랜드공화군(IRA) 무장해제 놓고 긴장 고조… 최악의 경우 ‘제2의 보스니아’될 수도

  •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 kimsphoto@yahoo.com

북아일랜드 또 피바람 부나

북아일랜드 또 피바람 부나
지구촌의 오랜 분쟁지역 가운데 하나인 북아일랜드에 다시 긴장이 감돈다. 가톨릭계(아일랜드계) 주민과 신교도들(영국계) 사이의 해묵은 분쟁의 불길이다. 1998년 평화협정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주어진 곳이다. 평화협정으로 사그라들던 분쟁의 불씨가 최근 다시 피어오를 조짐이다. 논의의 핵심은 아일랜드공화군(Irish Republican Army, IRA)의 무장해제다. IRA는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물러가고 경찰을 개편해야 무장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교도들은 ‘98년에 맺은 평화협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무장해제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IRA가 약속한 무장해제 시한(6월30일)을 넘기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얼스터연합당(UUP) 지도자 데이비드 트림블이 북아일랜드 연립 자치정부의 수석장관 자리를 내던지며 반발했다. 북아일랜드는 과연 ‘제2의 보스니아’가 될 것인가.

지난 30년 동안 북아일랜드 지역에서의 유혈충돌로 모두 3500명 가까이 희생되었다. 그러다 지난 98년 4월의 ‘좋은 금요일’(Good Friday) 평화협정에 따라 IRA를 비롯한 양쪽의 주요 무장집단들은 총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양쪽의 극단적 분파들은 산발적으로 테러를 저질러 왔다. 2000년 한해 동안에만 17명이 희생되었다. 지난 6월 하순 아일랜드 중심도시인 벨파스트에서는 가톨릭계와 신교도들 사이에 화염병과 사제폭탄이 어지럽게 날아, 98년 이후 최악의 충돌이란 소릴 들었다. 신·구교 젊은이 600여 명이 뒤엉켜 투석과 화염병이 난무했다. 충돌 과정에서 한 가톨릭계 고교 건물이 불탔고, 경찰도 60명이 다쳤다.

지난해 17명 등 총 3천5백 명 희생

1998년 평화협정의 핵심은 아일랜드 공화파(가톨릭계)와 연합파(신교도계)가 북아일랜드에서 연립 자치정부를 구성한 대신 IRA를 비롯한 양쪽 무장세력이 점진적으로 무장을 해제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IRA 무장해제 문제는 그동안 북아일랜드 평화정착과 관련된 핵심 쟁점사항이었다. 캐나다 퇴역장성 존 체이스레인을 단장으로 한 무장해제국제위원회는 7월 초 “IRA의 무장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아울러 영국계인 ‘왕당파’의 무장집단들도 IRA와 마찬가지로 무장해제를 미룬다고 비판했다.

북아일랜드 또 피바람 부나
지난 98년 가톨릭계 지도자 존 흄과 신교도 지도자 데이비드 트림블은 평화협정을 맺어 해묵은 분쟁을 끝내는 계기를 마련한 공로로 그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평화협정에 따라 신·구교도 사이에 트림블을 우두머리로 하는 연립 자치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IRA가 무장해제를 약속한 시한(6월30일)을 그대로 넘기자, 데이비드 수석장관이 사표를 던진 것이다. 게다가 7월은 해마다 신교도 쪽에서 조직한 시가행진이 벌어지는 달이다. 이 행진은 몇백 년 전 개신교계 병력이 가톨릭 쪽을 이긴 것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가톨릭계 주민들을 자극해 왔다. 이래저래 북아일랜드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노벨평화상이 너무 섣불렀다”는 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뿌리는 470년 전인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534년 영국의 헨리 8세가 가톨릭교가 우세한 아일랜드 섬을 정복해 이곳에 영국 신교도들을 옮겨 살게 했다. 영국 이주민들은 19세기까지 아일랜드의 정치·경제적 주도권을 잡고 토착민들을 억눌렀다. 그러다 1921년 아일랜드 남부지역이 영국에서 분리 독립할 때 북부지역은 영국령으로 남아 잦은 유혈충돌을 빚었다. 북아일랜드의 다수파는 영국계 개신교도들이다. 북아일랜드 주민 150여 만 명 가운데 60%쯤이 신교도고 가톨릭 교도는 40%가 채 안 된다. 이들은 지역 주도권을 놓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여왔다.

30년 역사를 지닌 북아일랜드 분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메이즈 감옥이다. 1971년 신·구교 사이의 유혈충돌이 벌어지자, 이 감옥에는 재판 없이 예비검속 차원에서 수백 명의 IRA 요원들이 갇혔다. 이들의 체포에 항의하는 폭동으로 3일 동안에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자 신·구교 사이의 유혈충돌은 더 커졌고, 감옥에 갇힌 IRA 요원들은 80년 가을부터 단식투쟁이란 극한수단을 택했다. 보비 샌드(당시 27세)가 66일 동안의 단식 끝에 죽은 것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죄수가 죽은 것도 그때의 일이다. 샌드의 장례식에는 7만 명의 조객이 몰렸으며, IRA 조직원들이 그때 부쩍 늘어나고 폭력사태도 잇달았다.

현재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지난 98년 평화협정 이후 실시한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트림블의 얼스터연합당, IRA의 정치조직으로 게리 애덤스가 이끄는 신 페인(Sinn Fein)당 등 신·구교 4개 정파가 권력을 분점해 일정한 세력균형을 이뤄왔다. 그러나 쟁점의 핵심은 IRA의 무장해제다. 평화협정에 따르면, IRA 무장해제 시한은 2000년 5월이었다. 그러다 올해 6월30일로 미뤄졌다. 신교도측은 더 이상 무장해제를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 페인의 시각에선 무장해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IRA와 신 페인 쪽은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의 모든 문제를 포괄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다루겠다고 나설 경우에만” 무장해제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들의 시각에선, 영국군이 북아일랜드에서 철수하고 영국계 신교도들로 짜여진 북아일랜드 경찰조직을 개편하는 등 IRA가 바라는 대로 변화가 이뤄질 경우에만 무장해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IRA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다. 가톨릭계 지도자들이나 아일랜드계 언론들조차 IRA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형편이다. 이를테면 버티 아언 아일랜드 수상, 98년 평화협상 당시 트림블의 상대역인 존 흄 등은 “IRA가 무장해제에 늑장을 부리는 한 다른 쟁점들에서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IRA의 무장해제는 하루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해왔다. IRA는 지금껏 두 차례에 걸쳐 국제조사단으로 하여금 그들의 비밀무기 은닉처를 방문토록 해, 무기들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채로 보관되었음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IRA에 대한 안팎의 압력은 “무기를 사용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무기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IRA는 “무기를 버리는 것은 전쟁에서 지지 않았는데도 항복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수석장관 트림블이 사표를 내던진 7월 초 현재 북아일랜드는 영국군과 경찰이 비상근무중이다. 영국의 폭동진압 경찰은 영국군의 도움 아래 가톨릭계 거주지역 가까이에 콘크리트와 철제 장벽으로 이른바 ‘평화선’을 설치해 만약에 일어날지도 모를 유혈충돌을 막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물대포 차도 대기중이다. 트림블이 사표를 던짐에 따라 몇 가지 길이 열려 있다. 6주 동안의 조정기간에 트림블이 복귀하거나, 그 대신 다른 사람이 수석장관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지역선거를 다시 치르거나, 영국 토니 블레어 정권이 지난날처럼 직접 통치한다.

98년의 ‘좋은 금요일’ 평화협정은 북아일랜드에 영구적인 평화를 보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잠정적인 휴전선언이었다. 가톨릭 교도들은 신교도들이 ‘해마다 되풀이하는 유혈분쟁 속에 지내는 것보다는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로 통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리라는 희망사항을 품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IRA에 맞서온 신교도 강경단체 요원들은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에 합칠 경우 내전은 불가피하다”는 완고한 자세다. 최악의 경우, 북아일랜드 분쟁은 ‘제2의 보스니아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40~41)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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