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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수송기 도입’ 돈 떼이고 망신당할 판

印尼 1억 달러 받고도 4년째 납기 미뤄 … 정국 혼란·부품 못 구해 제작 불가능할 듯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수송기 도입’ 돈 떼이고 망신당할 판

‘수송기 도입’ 돈 떼이고 망신당할 판
지난 6월28일 국방부는 2002~2006년도에 실행할 국방 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육·해·공군 간에 벌어진 ‘박 터지는’ 싸움의 산물이다. 각군은 나름대로 군사력 건설 목표를 정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3군이 벌인 피나는 싸움의 결과물이 바로 국방 중기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국방 중기계획이라는 보랏빛 청사진 뒤에는 1억 달러라는 거액을 날릴 수 있다는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1억 달러는 중형 수송기 CN-235를 도입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측에 지불한 돈이다. 15대 대통령 선거(97년 12월14일)가 끝난 1997년 12월17일 한국 국방부는 인도네시아의 IPTN사와, 이 회사가 만든 중형 수송기 CN-235 8대를 도입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1억4000만 달러였다. 이 계약에 따라 한국은 선수금과 1차 중도금, 2차 중도금 등을 지불해 1998년 4월까지 총 계약액의 70%인 1억 달러를 건네주었다.

한국이 ‘착실히’ 중도금을 지불했으면 인도네시아는 CN-235를 순차적으로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1997년 한국에 앞서 직면한 외환위기다. 역시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은 인도네시아측 사정을 감안해 납기를 1999년 6월30일로 늦춰주었으나 인도네시아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2000년 6월30일로 납기를 늦췄다가 다시 2001년 6월로 연기했다. 그러나 모두 지키지 않았고, 최근에 2002년 2월 두 대를 먼저 제공한다고 납기를 연장했다.

그러나 CN-235 도입에는 납기 연장 외에 또다른 문제가 숨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도네시아는 1997년 한국에 앞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이때 긴급히 자금을 지원한 IMF(국제통화기금)는 4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IPTN 해체를 요구했다. 당시 IPTN의 회장은 수하르토 대통령이고, 사장은 하비비 과학기술부 장관이었다. 하비비는 수하르토가 하야한 뒤 후임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이렇게 정치인이 사주(社主)를 맡았으니 IPTN은 대표적인 부실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IMF의 요구를 수용해 이 회사를 정리하고, IA라는 회사를 만들어 CN-235 제작을 맡겼다. 항공기에는 엔진과 동체 외에도 항법장치와 전자장치 등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러한 부품 중 어느 하나만 빠져도 이 항공기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부품 중 상당수를 미국 기업에서 수입해 왔다.



그런데 미국의 부품 제작사들은 새로 탄생한 IA도 신뢰하지 않았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이러한 부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CN-235의 납기를 계속 연기해 온 것이었다.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IA가 확보한 부속은 단 2대의 CN-235만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이 부품들은 대부분 1992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인도네시아가 2002년 2월에 제공하겠다고 한 2대의 CN-235는 1992년 이전에 만들어진 부속품으로 제작할 제품이되는 것이다. 2대의 제작이 끝나면, 미국 기업들이 부품을 공급할 때까지는 IA는 추가 제작이 불가능하다.

‘수송기 도입’ 돈 떼이고 망신당할 판
이런 사정인데도 한국은 아무 소리 못하고 인도네시아가 CN-235를 제공해 주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국방부 주변에서는 이 사업에 개입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인도네시아측에 약점을 잡혔거나 계약 자체를 잘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CN-235 도입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처지인 DJ 정부가 오히려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DJ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던 1998년 초, 김동진 국방장관을 불러 CN-235 도입 문제를 따진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CN-235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DJ정부는, DJ정부초대 국방장관인 천용택씨(현 민주당 의원)에게 선수금 지불을 승인했다. DJ정부가 속수무책으로 인도네시아에 말려든 데는 CN-235 도입 대가로 한국이 수출하기로 한 대응수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CN-235를 도입하는 대신 같은 가격의 방산품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사업가가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었다.

김회장은 대우중공업에서 만드는 K-200 장갑차를 팔기 위해 인도네시아산 CN-235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200 장갑차는 인도네시아 육군이 실시한 시험평가에서 탈락해 수출이 좌절되었다. 그러자 아세아자동차가 잽싸게 대응수출이라는 이권을 낚아챘다. 아세아자동차는 국방부 실력자인 쭛씨를 이사로 영입하며 7600만 달러어치의 군용트럭 수출을 추진해 이를 성사시킨 것이다. 그런데 아세아자동차는 시세보다 2배 비싸게 트럭을 수출했다. 때문에 거래가와 시세 사이의 차액은 하비비 대통령을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당시 실력자들에게 뇌물로 제공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실제로 ‘콘탄’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언론은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인도네시아의 정정(政情)이 계속 혼미한데다 아세아자동차마저 부도로 무너짐으로써 파묻히고 말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도입하는 CN-235와 인도네시아가 사가는 한국산 방산물자 거래를, 물물 교환식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완전 별건으로 다루었다. 한국산 방산물자 거래는 마무리했기 때문에 한국은 1억 달러를 지불해 놓고도 마냥 CN-235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인도네시아는 8대의 CN-235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월29일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1부에 구속된 문일섭(文一燮, 58) 전 국방차관은 CN-235 도입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문씨는 국민의 정부 들어 국방부의 요직인 획득실장을 거쳐 국방차관으로 영전했다. 국방차관이던 지난 3월24일, 그는 데리고 있던 운전병(이모 상병)에게 미화 1만7000여 달러와 현금 800만 원, 10만 원권 수표 70장 등을 도난당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문씨는 1998년 7월~ 2001년 3월에 군납업자인 김모씨 등에게서 4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내년 2월 인도네시아가 제공한다는 CN-235는 안전성을 확신할 수가 없다. 항공기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의 FAA(미국감항기구)가 내년에 인도되는 2대의 CN-235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도입 후 부품을 계속 공급 받아야 하는데, 현재 인도네시아의 형편으로는 후속 군수지원도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다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인도네시아가 자원대국이므로 CN-235 대신 석유나 무연탄 같은 광물자원을 1억 달러어치 가져오자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인도네시아산 수송기를 도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여기에 IMF 경제위기와 혼란스런 인도네시아 정정이 보태지며 CN-235 도입건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한푼의 예산이 아쉬운 지금 국방부는 청사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1억 달러를 되찾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국방부 소식통들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며 1억 달러 문제의 조기 해결을 권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16~17)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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