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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방 혼자 사용하세요?”

구천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성희롱’ 발언 물의… 청와대 등 관계기관서도 사실관계 파악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호텔방 혼자 사용하세요?”

“호텔방 혼자 사용하세요?”
구천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전 자민련 의원)이 국내 간호사의 해외 송출을 위해 초청한 미국 천주교 의료재단 관계자들과 회식하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는 바람에 청와대가 경위조사에 나선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도 구이사장의 성희롱 발언 여부와 관련해 경위조사를 벌였으나 더 이상 문제 삼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이사장은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월17일 국내 간호사들의 미국 취업 면접을 위해 내한한 미국 서부지역 천주교 의료재단(Catholic Healthcare West, CHW) 회장단을 위해 만찬을 베푼 후 여성 참석자들을 먼저 호텔로 보내고 이 재단의 존 윌리엄스 회장과 클레이브만 부회장 일행을 단란주점으로 따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구이사장은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란주점에서 3~4명의 접대 여성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셨다”고 말했다. 이날 술자리 비용은 구이사장이 아닌 동료 기업인이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천주교 재단 관계자들은 이 날 술자리 때문에 다음날 일정 일부를 취소하기도 했다.

구이사장은 술자리에 앞선 회식 자리에서도 천주교 재단 간부들과 동행한 2명의 간호사들에게 “방을 어떻게 쓰느냐”고 묻고 “각각 독방을 쓰고 있다”고 하자 “남녀가 두 사람씩 함께 쓰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성희롱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단 관계자들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공단측은 청와대에 보고한 경위서에서 “만찬 분위기가 좋아 남자들을 별도로 정중히 모시기 위해 여성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호텔방을 혼자 사용하냐’고 물은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공단 관계자는 “구이사장이 업무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천주교 관계자들을 부부 사이로 알고 발언한 것이다”며 전혀 다른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그 사람 입장에서는 무례함이 있었다고 느낀 것 같다. 국가 간 표현상의 차이일 수 있다”며 사실상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구이사장은 또 골프·등산 등의 사례를 들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다리가 튼튼하다”는 등 성문제를 연상시키는 말을 하고 “한국의 밤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등 종교재단 관계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당사자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구이사장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해석한 것이다”는 입장. 또 회식 자리에 참석한 한 미국인 간호 책임자는 당일 만찬 이후 다른 한국 관계자들에게 “구이사장이 저녁을 마치고 나오면서 ‘오늘 밤 나하고 함께 하겠느냐’고 귓속말을 하는 등 노골적 성희롱을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경위서에서는 일행 중 간호 책임자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했다는 대목에서 공단측이 “남자들만 가기 미안해 의례적으로 권한 것이다”고 해명하였으나 정작 구이사장은 “동행 요청을 한 적조차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미국 천주교 재단 관계자들과 접촉한 다른 국내 관계자들도 이들이 다른 한국 관계자들에게 이날 회식 자리의 구이사장 발언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사실을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화중 의원(대한간호협회장)도 “그 자리에서 성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여자들을 좋아하느냐’는 등 부적절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천서 이사장은 이날 회식과 술자리에서의 성희롱 파문과 관련해 처음에는 “‘한국의 소줏집에 가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해명했다가 뒤에는 “한국의 단란주점에 가보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서 데리고 간 것뿐이다”고 말했다.



CHW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가장 큰 의료그룹 중 하나로 이 지역에서만 47개의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대형 의료재단이다. CHW측은 지난 5월 방한을 통해 세튼 메디컬센터 등 2개 병원에 이미 한국인 간호사 12명을 최종 합격시켜 놓았으며 앞으로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간호사 송출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14~14)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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