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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방에, 골프장에 꼭 가야 합니까”

민주당 추미애 의원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갈 때… 대통령도 인적 청산 문제 인식할 것”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사랑방에, 골프장에 꼭 가야 합니까”

“사랑방에, 골프장에 꼭 가야 합니까”
지난 5월31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당찬 연설로 관심을 모았던 추미애 의원은 이미 ‘평상심’으로 돌아와 있었다. 추의원은 격렬했던 그날의 공방전 말미에 예고없이 나타나 초반 기싸움에 밀려 고전하던 소장파들을 위기에서 구출했다. 언론은 그의 연설을 그날의 하이라이트로 평가했다. 6월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마주한 추의원은 “정풍운동이 더 이상 소모적 정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볼 때”라고 강조했다.

-워크숍에서의 연설은 어떤 취지였나.

“집권당은 항상 국민을 향해 책임져야 하며 늘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 당에 누가 먼저 들어왔느냐, 누가 만든 당이냐, 이런 문제는 따지지 말자, 그러면 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후배가 냉정한 것이 아니라 정치 속성이 냉정하다. 대략 이런 취지였다.”

-평소 동교동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의 지난 삶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그러나 민심이 있었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소장파 인사들과 정풍운동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나.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당 서열 네 번째의 고위직이다. 당 고위직에 있으면서 사석에서 비판하면 이중적 처신으로 오해 받지 않겠는가. 오히려 비판을 수용해야 할 입장이다.”

-워크숍 연설에서 3·26 개각 후 당직자들의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의미가 있는 말 같다.

“지난 연말에 새 대표 체제를 구성해 당이 응집력을 보이며 구심점을 잡아 나갔다.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퍼져 나갔는데 3·26 개각 무렵 당 바깥에 사무실이 열렸다. 당을 오래 지켜온 선배 동지들이 사랑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일면 이해가 가지만 시기가 개각과 맞물려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열었다. 당장 국민이 사랑방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우리가 정당을 하는 것은 민심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국민의 눈길이 안 좋으면 오이 밭에서 신발끈도 매지 말라고 했는데….”

-워크숍에서 추의원이 거론한 비선의 실체는 무엇인가.

“구체적 팩트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다. 단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었다. 우리는 약체 정권이지 강한 정권이 아니다. 집권 초 우리가 가졌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는 말이다. 그때 사무실을 연 그 분들이 모여 ‘우리는 임명직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분은 또 평생 소원이 자기 무덤에 세울 비석에 ‘김대중 선생 비서실장’이란 글을 새기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나는 그 말을 흘려 듣지 않았다. 국민을 비롯한 우리 당의 지지자들도 그 마음을 읽고 있을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그 순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사랑방에, 골프장에 꼭 가야 하나.”

“사랑방에, 골프장에 꼭 가야 합니까”
-워크숍에서 비선 정비론과 관련한 핵심 인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는데….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누구인지 알 수 있게 얘기해 듣는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지 금방 알았을 것이다. 김중권 대표가 발언록을 그대로 청와대로 들고 들어갔다.”

-김대통령이 발언록을 놓고 고민했을 것으로 보나.

“당연히 그럴 것으로 본다. 그날 그 문제 때문에 숙연한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토론한 것 아닌가.”

-만약 김대통령의 국정쇄신에 대한 자세와 인식이 예상보다 소극적이라면?

“무슨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이렇게 나오면 저렇게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적이 아니라 동지다. 대칭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문제를 제기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김대통령이 ‘인적 청산’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가.

“깊은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장파 인사들 중 일부는 김대통령의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3, 제4의 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을 한다는 것은 무모하다. 김대통령의 판단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한다. 성명서가 계속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 상대는 야당이다. 정치 일정에 따라 소장파도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본다.”

-정풍 파동의 원인이 되었던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은 결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충성 서약은 (장관직) 임명 후 터진 것이다.”

-충성 서약과 관계없이 안 전 장관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 도덕적 흠결사항은 사전에 체크했어야 하지 않나.

“이를 검증하고 거르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에게 자료가) 안 올라가면 모르는 것 아닌가.”

-인사 시스템의 부재는 결국 국정을 조율하고 운영하는 노하우의 부족 때문인 듯하다….

“집권 초기 시스템을 갖춰 원칙대로 가게 만들어야 했는데 집권 여당이 소수정당이라 자민련을 배려하는 등의 변수가 있었다. 또 김대통령은 경제와 외교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회 시스템, 특히 50년 축적된 사회 병폐를 고칠 기회를 놓쳐 버렸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개선책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사직동팀이 있었으면 이런 문제가 벌어졌겠는가. 그렇다고 사직동팀을 부활하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시스템을 폐지했으면 새로운 인사 점검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인사 청문회 제도의 도입은 어떤가.

“사실상 청문회 도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청문회를 통해 국회에서 한번 걸러주면 이런 비선 조직이 가져오는 병폐는 물론 인사 시스템의 부재에서 오는 모든 문제점들을 제거할 수 있다. 만약 청문회 제도를 도입한다면 아들이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부의 축재과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공직에 나설 생각을 하겠는가. 문제는 한국 국회가 지나치게 정쟁적이다 보니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에게 당의 중심에 서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지만 당 지도부는 청와대만 쳐다본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면 정책이 아닌 정치 발언과 행동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최고위원 개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공약을 하는 쪽은 정치인들이지만 이를 집행하는 부서는 행정부다. 근본적으로 정치와 행정이 분리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국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또 행정부가 잘못하면 정치인이 뒤집어쓰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정풍 과정에 김중권 대표의 정체성 문제도 거론되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 당의 정체성을 뒤집어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거나 끌고 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김대표가 이 당에 와 큰 틀에서 흡수되었다.”

-정풍운동을 계기로 소장파, 특히 재선 그룹의 용꿈론이 거론되고 있다. 특별히 정치적 욕심은 없는가.

“(웃음) 나라고 왜 없겠는가. 없으면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나 꿈 때문에 소장파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아니다.”



주간동아 2001.06.14 288호 (p16~17)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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