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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s|사이버 만화방이 뜬다

우리동네 만화방 주소는 ‘WWW.~’

  • < 이명석/ 만화평론가 manamana@korea.com >

우리동네 만화방 주소는 ‘WWW.~’

우리동네 만화방 주소는 ‘WWW.~’
만화 보는 습관이 바뀌고 있다. ‘오늘은 뭘 볼까?’ 만화방 진열대 앞에서 몇 십 분씩 책장을 뒤적거리지 않는다. 인터넷 만화 커뮤니티에서 발빠른 정보들을 얻는다. “아저씨 그 만화, 언제 오면 볼 수 있어요?” 인기도가 높은 만화를 보기 위해 만화가게 주인아저씨를 대상으로 별도의 로비를 펼치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지 접속만 하면, 사이버 만화방에서 보고 싶은 만화를 바로바로 클릭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과 만화의 끈끈한 관계는 점점 더 불을 지펴가고 있다. 이 밤에도 수많은 만화광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N4, 이코믹스 등 이른바 사이버 만화방들이 지난해 급속하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 아직 컴퓨터 모니터의 크기나 해상도가 출판 만화 고유의 질을 따라오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모바일이 인터넷의 새로운 도구로 인식되면서, 핸드폰의 작은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카툰 서비스들도 개시되고 있다.

사이버 만화방의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에 출판된 만화들을 ‘스캔’받아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 두번째는 아예 새로운 기획으로 신작을 연재하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기존의 출판 만화와는 전혀 다르게 웹적인 환경에 어울리는 웹 카툰을 게재하는 것이다.

이 중 현재는 ‘스캔 만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보통의 만화방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하루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 만화광들을 자극한다. 그러나 만화방 사이트들의 경쟁으로 인해 볼 만한 작품들은 분산되어 있고, 사이트의 ‘양’을 채우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이 소위 대본소 만화에 다름없다는 사실이 선뜻 유료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사이버 만화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에는 인터넷 벤처 열기도 한몫 했지만, 출판 만화시장의 위기감도 큰 이유였다. 청소년 보호법과 IMF 경제 위기로 인해 출판 만화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만화 출판사들이 ‘인터넷은 된다’는 희망으로 사이버 만화방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원 확보를 일차적인 목표로 ‘공짜 서비스’라는 출혈 경쟁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별다른 수익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저작권 문제도 불명확하게 한 채, 여러 포털에서 회원 끌기의 일환으로 공짜 만화방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것도 독자들을 싼 맛에 익숙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많은 만화 팬들이 질 높은 일본 만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일본 만화 서비스를 하려면 출판 만화와는 별도의 비싼 인세를 지불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현재 사이버 만화방이 안고 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인터넷 만화방의 출현은 매우 밝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만화 잡지들이 계속 폐간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만화가들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인의 ‘마시마로 숲 이야기’에 나오는 ‘엽기 토끼’는 N4(www.n4.co.kr)의 간판스타가 되어 있고, ‘스노우 캣’(www.snowcat.co.kr)이나 ‘천하무적 홍대리’(webtoon.chollian.net)도 인터넷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오프라인에까지 영역을 넓힌 작품들이다. 그 밖에도 여러 사이버 만화방들이 자신들의 독자성을 높이기 위해 신작의 게재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이전의 만화 잡지에 등장했던 천편일률의 스타일을 벗어나 참신한 만화가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긴 호흡을 가진 스토리 만화보다는 촌철살인의 묘미를 가진 카툰, 기성의 상상력을 전복하는 엽기적인 코드의 작품들, 플래시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터렉티브한 만화들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실험을 먼저 행해온 것은 인디, 혹은 언더그라운드 만화 집단들. 종이 잡지와 웹을 오고가며 왕성한 인디 정신을 보여온 ‘화끈’(www.hottoon.net)과 언더 만화의 대명사 ‘히스테리’의 ‘코믹스’(www.comix.co.kr)에서도 인터넷이라는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번식해온 도발적인 만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사이트임이 분명한 ‘카툰 P’(www.cartoonp.com)와 같은 곳에서도 분방한 인디 정신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언더 만화가 로렁 롤메드의 작품까지 연재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분명히 우리의 만화 그리기와 만화 읽기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과감한 단절과 급격한 변화만이 우리 만화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런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보며, 진짜 우리 만화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 만화는 어떤 인기작이라도 쉽게 단명하며, 책이 절판된 이후에 그 만화를 다시 찾아볼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여러 사이버 만화방들이 우리 만화의 고전을 복원하고 있는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이코믹스(www.ecomix.co.kr)의 무료 만화 코너에서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김혜린의 ‘북해의 별’ 등을 만날 수 있다.(단, 주마다 서비스하는 작품이 다르니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70년대 ‘어깨동무’를 통해 유명해졌던 김원빈의 ‘주먹대장’을 복원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팬 사이트(punchboy.com)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출판과 유통의 부담 없이 어떤 만화든 올릴 수 있는 사이버 만화방이 이러한 운동에 앞장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주간동아 2001.03.15 275호 (p80~81)

< 이명석/ 만화평론가 manamana@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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