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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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 선임 ‘9인의 쿠데타’

放文振 이사회, 재야 언론인 김중배씨 전격 발탁… ‘정권 입김’ 배제한 기념비적 사건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2-16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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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장 선임 ‘9인의 쿠데타’
    이것은 40년의 ‘권언유착’을 끊는 쿠데타적 사건이다.” 지난 2월23일 재단법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24대 문화방송 사장 선임 이후 언론계에는 ‘놀라움’과 ‘의구심’의 반응이 교차되고 있다.

    방문진은 이날 파다하게 퍼진 ‘내부인사 낙점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야 언론인 김중배씨(67)를 문화방송 사장에 선임함으로써, 관행화된 정권의 ‘거수기’ 역할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재야 언론계는 방문진 9인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을 ‘금요일의 대반란’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일부 언론에선 언론개혁시민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씨의 사장 선임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 실시, ‘신문고시’ 부활 등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씨를 MBC 사장에 앉힘으로써 언론개혁에 방송을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방문진의 이번 결정이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을 전혀 받지 않은 ‘독자 결정’임이 밝혀지면서 이런 의혹은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방문진의 이번 결정은 과연 ‘반란’이라고까지 부를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방문진 이사들이 문화방송 사장 선임과 관련해 보여준 행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MBC 사장 선임 ‘9인의 쿠데타’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대주주로서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다. 지분의 70%를 소유하며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에서 갖고 있다. 문화방송 사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되며, 이사는 9명으로 모두 방문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가 임명하는 방송위원회 위원들에 의해 추천된 인사들로 그동안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문화방송 사장이 청와대나 문화관광부 출신들의 낙하산 경연장이 되거나 3대에 걸쳐 자사 출신이 선임된 것은 집권자의 의중과 정치적 배경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계가 방문진의 김사장 선임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문진이 기존의 낙점 관행과 외압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점이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김사장의 선임 이전, 물밑에서 조여오는 ‘외부의 압력’이 컸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방문진 이사들도 모르는 과정에서 갑자기 현 사장이 사표를 쓰고, 곧바로 지방 계열사 모사장의 문화방송 신임 사장 내정 보도가 흘러나가는가 하면 개별적으로 로비가 들어오고….”

    그는 방문진의 쿠데타가 노성대 사장의 2월16일 전격 퇴임 때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사표를 쓰기 1주일 전인 2월9일 열린 이사회까지만 해도 업무보고를 하며 이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등 의욕이 가득했던 노사장이 ‘선거와 관련해 각 방송사 사장의 교체설이 나돈다’는 언론 보도가 있자 2월15일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 그는 노사장의 사표를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저녁 조선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가진 이사진들은 만장일치로 노사장의 사표를 반려한 뒤 이를 각 방송사에 보도 요청했는데, 공교롭게도 노사장의 사표 반려 보도가 해당 방송사인 문화방송만 나가지 않은 것. 이런 상황에서 언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임 장관 출신의 인사가 노사장에게 직접 사임을 권했고 후임도 물색해 놓았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이사회 내부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2월16일 오전 노사장이 간부회의와 회사 인터넷을 통해 사직을 기정사실화 하자, 이사회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후 방문진의 ‘반란’은 전격적이고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사장 선임 사실을 공보수석을 통해 뒤늦게야 보고받았고, 국가정보원의 담당자가 문책을 받았다는 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노성대 전 사장의 돌연한 사퇴에 따른 반발감 때문이었는지 2월20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사 1인당 2명씩으로 규정된 추천자 대상을 문화방송 내부 출신으로 한정짓지 말자는 의견이 속속 개진됐다. 그들의 논리는 “세 번에 걸쳐 문화방송 내부에서 사장을 선임했지만 모두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것. 결과적으로 김중배씨를 옹립하려는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물론 투표 당일까지도 추천 후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사진들도 자신이 추천한 사람들만 알 뿐 다른 추천 후보를 알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추천인데도, 투표 전날인 2월22일 오전까지 2명의 이사가 신임 김중배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2월23일 이사회 당일 오전까지 추천된 인사는 김중배 사장을 비롯한 고진 목포문화방송 사장, 유수열 제작본부장 등 모두 5명. 이중 사장 후보로 추천된 방문진 이사 임성기씨가 자진 사퇴한 뒤 4명에 대한 투표에서 여섯 명의 이사가 김사장을, 두 명의 이사가 고사장을, 나머지 한 명이 유본부장을 지지함으로써 이사회의 반란은 김사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모두 문화방송 출신이었다.

    하지만 노사장 사퇴 이후 투표 당일까지도 문화방송 내부와 정치권의 로비는 집요하게 계속됐다는 게 이사들의 주장이다. 한 이사는 심지어 “방문진 내부의 인사조차 특정 인물에 대한 집요한 권유와 노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노사장 퇴임으로 외압의 심각성을 느낀 이사진들은 여기에 전혀 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사장을 지지했다는 다른 한 이사는 이번 ‘반란’이 이미 지난해 이사 선임에서부터 ‘잉태’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예고된 반란’이었다는 것. 지난해 5월의 방문진 이사 개편에서 재야-시민단체 소속이거나 80년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던 개혁성 인물이 대거 입성했기 때문.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였던 지은희씨(현 한국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비롯해 ‘옷 로비’ 사건 특별검사 출신의 변호사 최병모씨(민변 소속), 문화방송 해직기자 출신인 임성기씨(전 대전방송 사장), 80년 해직교수 출신의 이상신 교수(고려대 인문학부) 등이 그들이다. 유임된 동아일보 출신의 최일남씨(소설가)와 방정배(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조병필씨(전 코리아타임스 사장)도 외부의 압력에 휘둘릴 만한 인물들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 선임된 개혁 성향의 이사들은 시민단체의 일부 반대 의견에 사장직 수락을 망설이던 김중배씨의 마음을 굳히게 한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김씨의 집을 두 번이나 찾아가 사장 취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 방송 전체에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모범을 창출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이뤄낸 ‘혁명적 거사’입니다.” 이상신 이사는 이번 방문진의 결정으로 방문진을 비롯한 모든 ‘위원회’에 혁신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화방송 노조 등 일각에서는 김사장의 개혁적 성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뽑혔다고 해서 이를 ‘자주적, 독자적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출판-편집국장,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장-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대표 등 언론개혁 그룹의 ‘좌장’으로서의 김사장 내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겐 김대표가 문화방송의 사장이 된 사실이 새삼스런 일이거나, 혁명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박권상 KBS 사장 등 명망 있던 언론인들이 공영언론의 사장으로 발탁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그 결과가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를 비판하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체성을 세우고 내부 개혁부터 해야 한다.” 2월26일 김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김사장의 이런 내부 개혁론은 문화방송 조직의 자율성과 충돌하지 않을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영성의 확보와 경영의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그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방문진의 반란’으로 문화방송 사령탑에 오른 김중배 사장이 결코 간단치 않은 개혁작업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행보에 언론계의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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