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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육군 공격헬기 도입 “못 먹어도 고”

한국형 헬기 개발 요구도 무시… 공군 FX·해군 잠수함 사업과 맞물려 예산싸움 벌일 판

육군 공격헬기 도입 “못 먹어도 고”

육군 공격헬기 도입 “못 먹어도 고”
국가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지금 시급하지도 않은 무기 도입 사업이 국민과 국회의원들의 무지(無知)를 이용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추진되고 있다. 2조원 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육군의 차기 공격헬기(AH-X) 사업이 그것. 공격헬기란 적 전차를 파괴하는 무기로, 현재 육군은 1988년부터 도입돼 앞으로도 20년은 더 사용할 수 있는 공격헬기 AH-1S를 75대 보유하고 있다.

북한군은 3800여대의 전차를, 한국군은 2360대의 전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차는 6·25전쟁 때 쓰던 T-34를 비롯해 대부분 구식이다. 반면 한국군은 비교적 신형인 K-1(88전차)이 주력이고 최근에는 이를 개량한 K-1A1이 보급되고 있다. 또 한국은 전방 도로 곳곳에 유사시 북한 전차의 진격을 방해할 수 있는 장애물을 설치해 놓는다. 여기에 AH-1S 공격헬기는 물론이고, 한두 발의 토(Tow) 미사일을 달고 나가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500MD 헬기도 68대 보유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물론이고 합참조차도 지난 10년간 북한의 전차 전력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가격이 KF-16 전투기에 육박하는 최첨단 공격헬기 36대를 더 도입해야 한다며 차기 공격헬기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500MD의 전체 대수는 263대인데 이중 68대는 전차를 공격하는데 쓰이고 나머지는 헬기부대를 지휘-통제하는데 사용된다. AH-1S는 토 미사일을 8발 달기 때문에 重공격헬기라고 한다. 1∼2발의 토 미사일을 단 500MD는 輕공격헬기가 된다).

육군 공격헬기 도입 “못 먹어도 고”
대부분의 헬기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이하 항작사)가 관리하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의 차기 공격헬기 사업 강행은 항작사가 당면한 사정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한다. 헬기의 작전수명은 보통 30년이다. ‘표’는 ‘밀리터리 밸런스’ 등 국제군사분야 자료를 토대로 항작사가 보유한 헬기를 분류한 것이다. 이 ‘표’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병력 수송에 사용되는 다목적 헬기 UH-1H는 1967년부터 도입돼 작전수명이 지났다는 점이다. 500MD 헬기도 조만간 작전수명이 다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항작사에서는 UH-1H와 500MD를 이을 후속 기종 도입을 주장해 왔다. 항작사 같은 무기 사용 부대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최고 작전부대인 합참은 ‘작전요구성능’(ROC)을 결정한다. 작전요구성능이란 사고자 하는 무기의 성능 범위를 정하는 것. 이것이 결정되면 국방부가 예산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고, 이러한 성능의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들은 입찰서를 내고 도전하는 것이다. 항작사는 UH-1H와 500MD가 소형인 만큼 이들의 후속 기종은 하나로 하자고 제의해 두 가지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다목적 헬기 도입이 거론되었다.



새로 개발된 항공기는 300대 이상 생산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UH-1H와 500MD를 합하면 400대가 넘는다. 때문에 항작사와 국내 헬기 제작사 사이에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개발에 묵시적 동의가 이뤄졌다. 항작사는 최대 이륙중량이 1만 파운드급인 헬기를 개발하면 두 기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대 이륙중량이 1만 파운드 내외인 KMH 사업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작전요구성능을 결정하는 합참은 KMH는 UH-1H와 500MD는 물론이고 기존의 공격헬기인 AH-1S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대이륙중량이 1만3000 파운드 이상인 KMH를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항작사와 합참이 의견차이를 보이자 KMH 사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항작사는 작전수명이 지난 UH-1H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차기 공격헬기(AH-X)사업이 합참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AH-X 사업은 기존 공격헬기 AH-1S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AH-1S와 500MD에 달려 있는 토 미사일은 유선(有線)으로 유도된다. 토 미사일 탄에는 가느다란 선이 달려 있다. 헬기 조종사는 이 선을 통해 발사한 토 미사일을 목표물까지 유도한다. 때문에 토 미사일을 발사한 뒤 조종사는 눈으로 미사일과 목표물을 보고 있어야 하므로 헬기는 꼼짝 않고 공중에 떠있어야 한다. AH-1S로서는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적이 대공포를 쏘면 AH-1S는 백발백중 격추된다.

토 미사일이 안고 있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뒤늦게 개발된 것이 헬 파이어 미사일이다. 헬 파이어는 발사 후 미사일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날아가므로, 헬기 조종사는 발사한(fire) 다음에는 유도를 잊어버리고(forget) 안전지대로 도피하여도 된다(이러한 미사일을 fire and forget 미사일이라고 한다). 또 AH-1S는 야간 공격이 불가능한데, 최신 공격헬기는 야간은 물론이고 악천후 때에도 공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최신 공격헬기는 다른 공격헬기나 공중조기경보기와 정보를 교환하는 데이터링크 시스템까지 갖고 있다.

육군 공격헬기 도입 “못 먹어도 고”
합참은 이러한 성능을 가진 첨단 헬기를 도입하자며 차기 공격헬기 사업을 출범시킨 것이다. 그러나 항작사는 AH-1S의 수명이 남아 있는 만큼 이 헬기에 토 미사일 대신 헬 파이어와 야간 공격 장비 등을 달아 사용하자는 AH-1S 성능 개량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합참이 AH-X 사업을 추진하자 AH-1S의 개량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헬기는 회전하는 부분이 많다. 그 부분에는 전부 베어링이 들어 있다. 이 베어링은 고속으로 회전하므로 빨리 마모돼 헬기는 고정익기에 비해 훨씬 더 자주 정비해야 한다. 때문에 공격헬기를 비롯한 헬기 부대는 3개 대대 편제로 운영된다. 1개 대대가 작전에 들어가면 1개 대대는 이를 지원하고, 1개 대대는 정비를 받는 것이다.

합참이 36대의 차기 공격헬기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2개 대대의 공격헬기 부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헬기의 특성상 헬기부대는 3개 대대(1개 여단)로 운영되어야 한다. 때문에 2개 대대를 만들면 곧 18대를 추가 도입해 1개 대대를 더 편성해야 한다. 2조원이 아니라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은 순수 헬기 가격이다. 공격헬기 3개 대대에서 사용할 헬 파이어 미사일을 도입하는데 또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므로 AH-X 사업은 최소 5조원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공격헬기 여단은 적 전차에 대해서는 물론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지만, 공군 전투기에는 그야말로 ‘밥’이다. 차기 공격헬기와 가격이 비슷한 KF-16이 공대공 미사일을 달고 출격하면, KF-16은 달고 나간 공대공 미사일 숫자만큼의 공격헬기를 격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공군이 추진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공격헬기 사업보다 억제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합참은 북한의 전차 전력을 억제해야 한다며 2001년도 예산안에 AH-X 사업 착수금으로 713억원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되자 한정된 국방 예산을 놓고 육군의 AH-X 사업과 공군의 FX사업, 해군의 차기 잠수함 사업(KSS-Ⅱ)이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3군 사이에 예산 다툼이 일어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국방부와 합참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육군이다. AH-X 사업에는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KMH에 필요한 예산은 수천억원대다. AH-X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지만, KMH는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유사한 모델을 개발해 놓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 한 전략가의 분석이다.

“AH-X는 불요불급한 사업이지만, KMH는 UH-1H의 작전수명이 지나 화급한 사업이다. 때문에 AH-X 사업이 성사되면 KMH 사업은 무조건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수년간 육군은 전력증강 예산의 가장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반대로 공군의 FX사업과 해군의 KSS-Ⅱ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격헬기와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억제력을 가진 차기 전투기와 차기 잠수함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제 군인들도 애국심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사업을 유지하려는 자군 이기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AH-X 사업 착수금을 통과시켰다. 불쌍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이다.”



주간동아 2001.01.04 266호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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