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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재편 시나리오 아직 없다”

3김 연합, 개혁세력 결집론 등 다양 … 대선정국 앞두고 합종연횡 시도 활발할 듯

“정계재편 시나리오 아직 없다”

“정계재편 시나리오 아직 없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는 지난해 측근들에게 “내년 봄 정치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JP의 말마따나 송년의 정치권은 정계재편설로 또 한번 술렁거렸다. DJP 재공조를 통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설, 여기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가세하는 이른바 ‘DJP+α’의 ‘신여권 태동설’이 나왔던 것.

그러나 ‘큰 변화’의 방향은 아직 모호하다. 정계재편으로 이르는 길에는 워낙 많은 줄기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다양한 시도만 있고 결과는 없을 수도 있다. 여야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현 위치를 고수하는 한 새 판을 짜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정계재편에 관한 한 아직 시나리오도 없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면서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아직 실체가 없는 공허한 얘기들”이라고 못박았다. 진행중인 상황을 가리기 위한 연막전술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체제를 막 정비하기 시작한 여권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재편을 도모할 만한 추동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신임 ‘김중권 체제’가 당내 장악력을 획득하고 여권 핵심 내부의 손발이 맞아야만 움직여도 움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인사들과 세력들이 엄연히, 그것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여권 내부의 상황과 상관없이 불쑥불쑥 정계재편론이 돌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다양한 세력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꿈틀거리며 싹을 틔우려 노력한다. 이들은 분명 신춘 정국에서 정계재편의 견인세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이들의 역동성이 어느 정도의 세력권을 형성할지 아직 미지수지만 대략적인 밑그림과 시나리오는 그려볼 수 있다.

‘주간동아’가 ‘3김 연합 대통령론’을 보도한 것은 2000년 6월(238호)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JP의 ‘DJP 공조’에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가세하는 ‘신삼각동맹’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알렸던 것. 당시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권의 대통령 후보는 그가 누구든지 3김씨로부터 동시에 OK 사인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이들 세 사람이 동시에 특정인을 대통령 후보로 미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에는 정권교체 후 김대통령과 YS의 첫 단독 회동(2000년 5월9일)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함께 가자”고 제의했고, YS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5월29일 민추협 결성 16주년 기념식에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 500여명이 모였고, 김대통령과 YS는 축하 메시지를 공동으로 보내는 한편 ‘민추협 정신’을 나란히 역설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7월22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JP와 전격적인 골프장 회동을 가졌다. 이 만남의 배경과 관련, 이총재의 한 측근은 “여권이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형성하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총재 진영은 ‘3김 연합론’을 궁극적으로 ‘반이회창 연합전선’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특히 이총재 진영의 이런 인식은 “이회창은 정치를 모른다”고 말한 YS 발언 이후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며칠 후인 7월28일에는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이 상도동 YS 자택을 찾아갔고, YS는 “JP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JP를 부추겼다. 이로부터 다시 1개월여 후인 9월, 오경의 민주산악회 회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252호)에서 “DJP+YS 연합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정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민련 한영수 부총재가 상도동을 두 차례 방문했고,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12월22일 인사차 국회 의원회관으로 JP를 방문했을 때 역시 비서진을 물리친 채 김종호 총재대행과 함께 비공개 요담을 가졌다. 김대표는 JP 방에서 나온 뒤 김종호 총재대행 방으로 올라가 별도의 요담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영수 부총재가 상도동을 방문한 사실과 3김 연합론에 대해 YS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단순히 수를 채우기 위한 정략적 차원의 개편에는 응할 수 없지만 구국을 위한 차원에서 명분이 주어진다면 3김연합도 신중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박의원측은 이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 차원의 얘기”라고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상과 같은 정치권 기류를 볼 때 3김연합론이 실행될 수 있는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최대 관건은 역시 DJ-JP-YS 3자가 그동안의 ‘해묵은 감정’을 얼마나 털어낼 수 있느냐는 것. 또한 어느 한쪽이 이니셔티브를 잡는 것을 서로 그냥 보지 못한다는 점도 매우 큰 걸림돌이다. 박종웅 의원이 3김 연합의 전제조건으로 김대통령의 2선 후퇴를 거론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렇지만 김대통령이 과연 2선 후퇴를 하면서까지 3김 연합을 도모할지는 미지수다.

3자가 동시에 동의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있겠느냐는 사실도 중대 조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인물로 이한동 총리나 김중권 대표가 거론되지만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머나먼 거리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JP가 내각제 개헌을 포기하겠느냐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정치이익이 합치될 때 언제라도 손잡을 수 있는 3김씨라는 점에서 3김 연합론은 2002년 대선 직전까지 계속 진행되거나, 주목해야 할 시나리오인 것만은 확실하다.

개혁세력 결집론은 민주화 세력의 양대 축이었던 동교동과 상도동 세력이 다시 합치는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3김 연합론과 구별된다. 즉 자민련 대다수 의원들과 JP를 배제하고 있는 것.

이 시나리오는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정치권 지형도는 진보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이 한 당에 공존하는 기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모인 후진적 형태의 정당 구조인 것.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개혁적 인사와 보수 인사의 혼재에 따른 알력과 갈등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말해 ‘노동당 2중대’ 파문을 일으킨 김용갑 의원이 있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철폐에 앞장서는 의원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같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단적으로 현 여당이 재집권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재집권을 하지 못할 바에야 가장 가능성이 있는 한나라당에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이득이란 계산을 하고 있는 것. 박희태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 대부분은 민주당이 재집권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누가 판을 새로 짜는 데 동참하겠느냐”고 단적으로 말한다.

물론 김대통령이 앞으로의 정국 운영과 관련해 그야말로 전향적인 대전환을 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지론처럼 김대통령이 당적 이탈의 명분을 제공하면 개혁세력의 총연대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김덕룡 의원은 아예 “김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면서 지역주의의 고리를 끊어버리면 개혁과 정계재편은 저절로 뒤따라온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개혁세력 결집론은 DJP 공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 정부가 DJP 공조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불가능한 구도인 것. 특히 지금처럼 여권 핵심부가 DJP 공조 복원을 시도하는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3.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 개헌론

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이부영 박근혜 부총재와 김덕룡 손학규 의원 등 비주류 대부분이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도입에 공감하는 세력들끼리의 조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다.

특히 정-부통령제 도입은 영호남 지역대립구도를 파타하기에 아주 적합한 권력구조라는 점에서, 4년 중임제는 현재의 5년 단임제가 너무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역시 이회창 총재가 이에 반대하면서 중임제 개헌론 자체를 철저히 차단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헌론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개헌 시기를 놓쳤다”(강삼재 강재섭 부총재)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신춘 정국이 도래하면 권력구조 개편론은 필연적으로 재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에 따른 사람 중심의 재편도 충분히 예상된다. 경선 탈락자 중심의 신당이 또 나올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는 1년 후의 일이라는 점에서 지금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2001년은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각종 움직임이 총분출하는 격동의 한해가 되기에 충분하다.



주간동아 2001.01.04 266호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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