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4

2000.12.21

소외된 이웃의 크리스마스 반란

  • 입력2005-06-10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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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된 이웃의 크리스마스 반란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눈에 띄는 걸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 시즌인가 보다. 남의 나라에서 들어온 명절이지만, 크리스마스만 되면 이상하게 들뜨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일년 열두 달이 캐럴처럼 신나고, 산타의 선물꾸러미처럼 풍요롭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이나, 은근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어른들의 눈에도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날이다.

    그러나 이런 크리스마스가 못 견디게 싫은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크리스마스의 이상한 활기와 아늑함이 견딜 수 없는 ‘악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양지만을 보고 있을 때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음산하기 그지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팀 버튼이 제작하고(원안을 담당한 것도 그였다), 그의 동료 헨리 셀릭이 연출을 맡은 이 애니메이션에는 인상 좋은 산타와 하늘을 나는 순록 대신, 할로윈 마을의 해골인형들이 흉물스러운 장난감을 싣고 크리스마스 마을을 덮친다. 명절 영화에 B급 호러 영화의 관습과 기괴함을 도입한 팀 버튼의 상상력은 크리스마스를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음침하게 그려낸다.

    팀 버튼의 다른 영화 ‘가위손’ 역시 크리스마스가 시간적인 배경이 되는 영화. 주인공인 인조인간 에드워드는 그를 만든 박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사람의 ‘손’을 받지 못해 남들과 다른 가위손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된다. 결국 마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그는 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킴을 떠나 자신만의 성으로 돌아간다.

    론 하워드 감독의 최신작 ‘그린치’(원작:‘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의 주인공인 털복숭이 그린치 역시 사람들과 떨어져 산꼭대기에서 개 맥스와 함께 살고 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느라 마을 사람들 모두 분주하지만, 외모부터 사람들과 판이하게 다른 그린치는 크리스마스가 정말 싫다. 마을의 어린 소녀 신디는 외톨이 그린치를 마을 축제에 초대한다. 그런데 정작 마을에 내려온 그린치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후빌 마을의 크리스마스를 망쳐놓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산타클로스 모자와 코트를 만들어 입고 맥스를 루돌프 사슴으로 분장시켜 마을로 향하는 그린치. 그로 인해 후빌 마을의 크리스마스는 유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다. 캐럴의 흥겨움에 들떠서, 혹은 선물을 주고받느라 정신 없는 통에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아름다운 트리 장식보다 더 중요한 그것은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임을 영화는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난 크리스마스를 증오해”라고 심술궂게 내뱉으며 선물을 훔치고 트리를 박살내는 이 괴상한 녹색 괴물 그린치를 연기한 이는 놀랍게도 짐 캐리. 그린치에게서 짐 캐리의 원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의 다양한 표정연기와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은 흉물스런 괴물에게 놀라운 생동감과 친근감을 불어넣는다. 온통 선물에만 마음을 빼앗긴 자녀들을 데리고 보러 간다면, 꽤 교훈적인 시간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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